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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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정과 사회,국가라는 단위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존재이다.좋든 싫든 소속 단위에 지긋하게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마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빈촌에서 부촌으로 이사하는 부류와 같이 자주 옮겨 다니는 사람도 주위엔 꽤 많다.질좋은 교육을 위해,부자행세를 하기 위해,나름 뭔가 간지나는 삶을 다수에게 보여주기 위해 등 이유는 다양하다.그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한곳에 머물지 않고 여건과 환경에 따라 이동(移動)하는 동물인가 보다.현재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불만과 불안으로 인해 이동하고 떠나는 타환경은 과연 얼마만큼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행복지수까지 덩달아 따라 오겠는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뼈를 묻는 것이 이젠 예스럽고 진부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한국이라는 사회풍토,정치환경이 일부 소수에겐 천국(Paradise)와 같고 대다수에겐 지옥(Hell)와 같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속칭 아둥바둥 살다 머리 허옇게 되고 병이 들어 좋은 세상 향유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 것이다.여기에는 돈과 자본의 권력과 뗄레야 뗄 수 없기 마련인데,부유층은 더 많이 갖으려고 탐욕을 일삼고 빈곤층은 일상의 생계 및 부과된 고정지출을 갚아 나가기도 벅찬 실정이다.그래서일까,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4개국 가운데 한국은 행복지수,자살율,불평등 요인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단지 노력하지 않고 운이 없는 개인에게 전적으로 돌려야 할까.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이와 관련 플라톤은 국가 구성의 원칙으로 '올바름'을 제시했다.

 

 올바름이란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이것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혼에도 적용된다.국가의 올바름은 국가를 구성하는 통치자,수호자,생산자가 저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하며 조화로울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나아가 플라톤은 훌륭한 국가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혜.용기.절제.정의라는 네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플라톤의 국가,정의를 꿈꾸다/사계절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시대이다.돈과 자본의 힘이 세고 사회적 신분이 높아야만 사회적 대접을 받고 사회적 행세를 할 수가 있다.사실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가정환경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의 자산과 현금이 있어야 유아기부터 최고급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가능하고,좋은 직장 역시 화려한 스펙과 스토리텔링도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다.DNA적으로 머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해 만사가 척척 해결되어 버린다.반대로 잠재력과 노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데 가정 형편상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유층들의 흉내를 어떻게 낼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한국 사회는 교육 환경이 줄서기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로 변해 버렸다.그리고 한국 사회의 주요 특징인 '끼리끼리'문화가 매우 고질적으로 천착되어 쉽게 용해되기 어려운 실정이다.가난하고 사회적 신분이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불만,불안,우울함,열패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장강명 작가가 그린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사회성 농후한 작품이다.카드회사 신용관리팀 승인실에서 근무하던 주인공 계나가 보여 주는 한국을 떠나 호주에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현실적,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한국을 떠나려 했던 이유는 그저 '한국이 싫어서','여기서는 못 살겠어서'이다.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부유한 집안도 아니고,미모가 뒷받침되지도 않은 계나는 일종의 사육(飼育)의 현장을 뛰쳐 나가 스스로 정글(Jungle)의 현장에 몸을 맡긴 셈이다.사육장의 주인이 주는 사료를 먹고 어느 정도 성장이 되면 돈으로 환산되어 이익은 온전이 주인이 갖어가 버리는 것이 사육장의 주인이고 한국 사회의 갑의 입장에 있는 자들의 행세이다.옳고 그르고를 떠나 계나가 호주라는 드넓은 나라로 몸을 옮겼다는 자체가 가상스럽기까지하다.호주는 OECD국가 가운데 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로서 한국과 같이 서열을 매기고 신분 차이로 인해 개개인이 겪는 굴욕과 좌절감이 심하지 않아 평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작년 심혈관 질환으로 대수술을 받고 입원실에 있을 때,알게 되었던 호주 이민자는 아둥바둥 살지 않아서 좋고,나라에서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복지제도가 발달하여 삶의 불안,근심,걱정,초조감이 덜해서 좋다고 했다.대학생에게 생활비,교육비까지 지원하고 실업연금,노후문제,의료혜택 문제 등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한국과 비교하여 천양지차라면서 기회를 만들어 꼭 호주에 와서 제반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주인공 계나는 조국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털어 놓는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던데,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것 다 했어. -P170

 

 계나는 일류기업은 아니어도 착실하게 카드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모아 호주 이민 자금으로 쓰려고 했다.또한 남친 지명이는 근래 보기 드물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로 삶의 파트너로 살아갈 수도 있으련만 계나는 먹고 사는 데 급급하는 생존법에서 탈출하여 삶의 질이 높은 행복을 찾으러 떠난 것이다.장강명 작가는 실제 호주 이민자들의 이민담을 인터뷰하여 호주 이민 팁(Tip)을 현실에 맞게 들려주기도 한다.호주 이민을 꿈꾼다면 젊은 나이,호주 영어(아이엘츠)시험,호주에서 인정하는 부족 직업군에 속해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계나의 호주 생활 이력도 꽤 볼 만하다.한국이 싫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은 돈과 물질의 자본력,사회적 신분이 높은 소수 계층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꽉 차 있다.힘없는 톰슨가젤이 사자랑 맞짱뜰 수 없으니,톰슨가젤과 사자랑 연대해서 우리(Cage)를 부숴버리는 것이 사육장 너머를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가 아닐런지.그렇지 않으면 주어진 여건,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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