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백년해로 가약을 맺은 부부도 영원히 함께 할 수가 없다.개인의 명운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같을 수가 없다.부부가 함께 사는 날이 짧든 길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그것이 애정과 사랑으로 결합한 부부의 도리이고 삶의 목적이 아니겠는가.부부의 마음이 똑같을 수는 없으나 반하고 끌리고 보고 있어도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추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그런데 결혼은 이상이 아닌 지극히 현실 속에 갇히기에 애정과 사랑의 도수도 많이 내려갈 것이지만 은근한 불꽃마냥 애정과 사랑이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만이 부부가 오래 해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대 사회의 젊은 부부들은 개인적이고 자유스러운 풍조하에 스스로 자신의 짝을 찾고 혼인을 결정한다.학벌,신분,자본의 크기에 따라 신혼의 핑크빛은 화려함을 발할 것이다.그런데 외부적인 조건을 충족시켰다 해도 남과 여의 내면에 자리잡은 기질과 성격이 어긋나면서 결혼의 목적이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위(爲)하는 마음이 식지 않고 참된 부부상을 보여 주는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다.남과 여의 진정한 사랑은 물질보다 마음상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나 역시 부부로 살아 가다 누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날지는 알 수가 없다.내 경우에는 모든 것을 비우고 물질적.정신적 부채를 죽기 전에 탕감하고자 한다.

 

 인간에게 명운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그 길이의 길고 짧음은 알 수가 없겠지만 생로병사라는 말에서 실감하듯 질환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죽음을 목전에 앞두고선 유족에게 남기고 싶은 갖가지 것들을 다 표현하지 못한 채 햇빛 속에 이슬과 같이 삶이 끝나고 말 것이다.그래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로서 유족에게 남길 수 있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든지,직접 가족 앞에서 구두로 남기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그것은 물질적,정신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읽고 흔치 않은 순수하고 고귀한 사랑을 느꼈는데 콜린 오클리의 《비포 아이 고》 역시 매마른 정서를 뒤흔든다.주인공 데이지는 남편 잭과 살아 가는 신혼이다.그녀에게는 말기암 판정과 1년도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남편 잭은 수의학과 대학원생으로 의사자격,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아내가 말기암으로 입원중이니 심란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암 판정을 받게 되면 항암치료,방사선치료,약물 투여 등으로 건강한 세포마저 시들어 간다고 한다.데이지는 자신이 병마와 사투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홀로 남게 되는 남편을 위해 남편에게 어울리는 아내를 물색하고 있다.현실과는 좀 괴리가 있어 보이지만 데이지의 마음씨는 갸륵하기만 하다.암 말기의 환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 마음씨가 갸륵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그녀가 남편의 새 아내감으로 생각하는 자질은 정리 잘하기,요리 좋아하기,동물을 좋아하기다.남편 잭의 취향,코드에 어울리도록 구상한 것이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남편의 새 대상에 대한 소개를 통해 의문이 증폭되고 남편을 위해 새 아내를 물색하려던 데이지는 마음이 격정적으로 바뀌면서 남편의 새 아내찾기에 대해 후회섞인 탄식을 한다.남편 잭이 상냥하고 사려깊게 행동하는 스타일이고 이에 적합한 대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게다가 데이지는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남편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게 해 주려고 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차라리 남편 잭이 병 간호해 줄 때 못다한 것들,후회가 될 만한 것들,저 세상으로 가져 가지 않고 이 세상에서 정리해야 할 것들을 담담하고 진실성 있게 털어 놓는 것이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처사가 아닐까.데이지의 배려로 남편 잭은 수의학과 박사학위,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된다.일은 생각대로 흘러가듯 남편 잭은 새 여인을 만나 그녀를 떠나게 된다.죽기 전 데이지는 남편 잭 밖에 없다고 고백한다.데이지가 겪고 있는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 남편 잭에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배려가 남편 잭에게 줄 수 있는 사랑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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