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 이탈리아 문화와 풍속으로 떠나는 인문학 이야기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지음, 김희정 옮김, 박찬일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TV 매체에서 인기,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이 단연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요리에 달인의 수준을 뛰어 넘는 쉐프들을 보노라면 그간 요리를 연구하기 위해 자신을 담금질한 시간과 노력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가장 밑바닥 허드렛일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요리 인생은 바로 인생의 깊이와도 같이 융숭하게 잘 발효된 음식과도 같다.또한 한국에서 전통 요리라고 하면 으례 여성들 몫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근래에는 서양식 요리가 한국 전통 음식계를 잠식하면서 남성 위주의 셰프(Chef)들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요리,다큐멘터리는 자주 시선을 고정시킨다.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솜씨가 부족하다 싶으면 해당 요리 레시피를 따라 하기도 한다.아무튼 영혼을 뒤흔들 정도의 색,향,맛이
꿈틀거리는 요리 한 접시는 인간의 삶의 전반과 죽음까지도 지배할 것이다.

 

 

 내게 외국어를 배우던 학생이 가장 높은 급수를 취득해서 학부모가 한 턱 낸다고 꼭 오라는 간청에 의해 따라 간 곳이 이탈리아 음식점이었다.그리 넓지도 않고 비좁은 공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생과 청결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에 간 것과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나는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는 타입이라 권하는대로 먹었다.야채 샐러드와 파스타를 먼저 먹고 맨 마지막에 슬림식 피자를 먹었다.시중에서 먹어 왔던 피자와는 색다르게 피자의 두께 및 내용물(얇게 썰어 장식한 햄) 그리고 은근하게 배여져 있는 짠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학부모,학생 그리고 내가 함께 한 이탈리아 음식은 내 삶의 추억물로 오래 각인될 것이다.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차후엔 식구들끼리 함께 가고 싶은 곳이다.

 

 

 그간 이탈리아와 관련하여 신화,문화,여행과 같은 도서가 위주였는데 이번엔 색다르게도 이탈리아인들의 음식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게 되었다.구입한 지가 5년 정도가 지나서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이탈리아 음식점에 다녀 온 뒤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박람강기의 움베르토 에코의 찬사와 셰프 박찬일의 강력 추천도 마음이 끌리게 되였다.왜 이탈리아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는 온통 음식 이야기로 가득차 있을까.또한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대화,소통,회의,선거 유세 등에서도 꼭 등장하는 화제거리가 음식 이야기라고 한다.그들은 말하는 것을 먹는 것처럼 한다고 하니 음식이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먹은 음식에 대해,먹을 음식의 메뉴와 재료에 대해  활기차게 토론을 방불케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음식 사랑은 다양한 식재료,요리,음식 문화의 천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탈리아 국토 면적이 30만㎢ 정도로 한반도 크기의 1.3배 정도이지만 역사적,지리적으로 숱한 외침과 교역으로 말미암아 이탈리아는 북부,중부,남부,도서지역으로 음식 문화를 분류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음식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지역별 식재료,음식 이름도 다양할 뿐더러 음식과 관련한 어휘,숙어가 발달되기도 했다.어떠한 직업에 놓여 있을지라도 음식을 화제로 자주 삼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한국도 지역별로 음식 재료와 특징이 독특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을 따라 가지는 못할 것이다.이탈리아는 공동체가 발달하여 그들만의 대표 음식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피렌체의 스테이크,밀라노의 리조토,트레비소의 라디키오,카프리의 샐러리와 같은 것으로 그 지역에서만 요리되는 음식들이다.그들의 음식에 대한 집착과 사랑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북부 지역의음식과 언어는 프랑스,스페인,독일권의 영향을 받고,남부 지역은 알바니아,그리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놀라운 것은 음식을 화제로 삼는 경우에는 다양한 사회계층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이것은 사회 공동체,통합의 역할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현대인의 생활의 리듬이 가속화 되면서 음식도 '패스트푸드'를 찾는 경향이 짙다.이에 반대하여 세운 단체가 슬로푸드 연맹이다.슬로푸드는 그 지역의 식재료로 만들어진 대표음식으로 국가적 재산이면서 역사의 양피지 위에 기록될 만큼 숭고한 가치가 있다.

 

 

 건강한 요리는 영혼과 향기로 채워진 가볍고,새콤하고,맛있는 요리다.깨어 있는 지성을 갖춘 자와 부풀어오른 부담스러운 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다. -P375

 

 

 

 이탈리아 북부 산간 지역에서 남부 지역,도서 지역의 지중해에서 산출되는 갖가지 식재료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과 특산품,대표 술은 여행객들의 입맛과 시선을 매료시킬 것이다.이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숙성되어 탄생한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의 보고(寶庫)임에 틀림없다.이 도서는 양도 방대하지만 내용은 더욱 알차기만 하다.이탈리아 전역을 한바퀴 돌아 본 느낌이다.아울러 부록으로 조리 방식과 이탈리아 요리 및 식품명이 빼곡이 기재되어 있어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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