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이상현 지음 / 프런티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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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이 깃든 어린 시절,추운 줄도 모르고,더운 줄도 모르고 뛰놀던 공간이 있었다.마당과 고샅길,들판과 냇가는 서너 명이 모여 각종 놀이를 하면서 성장하던 시절이었다.자치기,구슬치기,수영,연날리기 등을 즐겼다.때로는 장난기 섞인 욕설이 오가기도 하고 때로는 격려와 용기를 주고 받기도 했다.그 시절은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세상의 주인이어 하등 부러울 것,눈치볼 것 없이 맘껏 뛰노는 것이 최고였다.또래들이 놀고 있으며 바람과 공기,햇빛이 동무가 되어 몸과 마음을 더욱 살찌게 해 주었다.지나간 그 시절이 내게는 행복공간이었나 보다.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을 라운징이라고 한다. -P9

 

 활달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나는 초가집에 방 두 칸으로 10명이 옹색한 방에서 지내야 했다.옹색하고 협소한 방에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한 나머지,친구들과 들판으로 고샅길로 쏘다니는 것이 몸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집에 들어 오면 숙제해야 하고 잔소리 듣고 저녁 먹고 잠자고 다시 학교 가는 것이 다반사였다.시골집은 정감은 있되 비좁은 방에서 사람들과 도란 도란 터놓고 얘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길고 넓적한 마루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기분 좋았다.먼 산 자락,뱀모양과 같이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를 바라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일종의 라운징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골집을 떠나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자취집,학교 도서관 휴게실,학교 다방,미네르바 동산 등이 또 다른 라운징 구실을 해 주었다.또한 대학교 부근에는 먹자 골목이 형성되어 사소한 일을 빌미로 크고 작은 회식을 갖기도 했다.대학에 들어 오기 전엔 술,담배를 전혀 못했는데 술은 MT때 반강제로 마셨던 것 같고 담배는 끝까지 거절했다.술이 한 두잔씩 늘어나면서 말수도 많아지고 가끔 횡설수설하면서 술의 세계에 푹 빠진 적도 꽤 많았다.그런데 술과 같은 유흥은 먹고 마실 때가 몸과 마음이 즐거울 뿐이다.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지나친 음주 가무는 신상에 무척 해롭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누구의 간섭과 눈치,이목에 사로 잡히지 않고,내가 세상의 주인이고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는 나만의 공간은 역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흔연히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생각과 사유의 장을 열어 주는 곳은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도서관 서고,공원 산책로,산사(山寺),호텔 라운지,커피숍, 등이 적격이다.비영리적인 공간인 도서관,공원,산사와 같은 장소는 어느 정도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릴 수가 있지만,상업적 용도,사회 계층의 격차가 나는 공간은 경제적,시간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쉽게 가게 되는 곳은 아니다.어떠한 계기로 호텔 라운지,고급스러운 커피숍에 들렀다 치더라도 처해진 입장과 신분에 따라 마음이 편치 않은 곳도 있을 것이고,설령 자리를 잡았다 해도 용무만 보고 얼른 빠져 나오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어떠한 사람은 부유층 흉내를 내려 자신과 어울리지 않은 곳을 찾아 다니는 부류도 있는 모양이다.행동은 자유이지만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공간은 분수에 맞는 장소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한 달 남짓 지났는데 시간이 되면 산사(山寺)와 같은 곳을 자주 찾으려 한다.심신의 피로는 물론이고 마음의 정화까지 시켜 주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개인차가 있겠지만 웅성웅성 시끄러운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내 경우엔 정갈하면서 찰랑거리는 풍경(風磬)소리,계곡을 따라 끝없이 흘러 가는 물소리가 어우러진 산속의 사찰은 지치고 건조한 몸과 마음을 달래 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몸과 마음 속의 번뇌와 욕망을 씻어 내고 돌담과 흙내음을 맡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유년 시절 초가집과 함께 했던 시절로 되돌아 간다.현재와 과거가 마음 속에 교차되면서 아름답고 순수의 경지로 빠져 들었다.자신에게 어울리는 공간은 스스로 찾고 발견하되 그곳을 자주 이용하면서 행복감을 더욱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심신의 작용을 넘어 오감(五感)까지 촉진시켜 주는 곳은 삶의 질까지 바꿔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멋지고 아름다운 라운징 공간을 찾아가 마음 맞는 사람과 수다를 떨고 세상을 논하는 것도 좋고,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글쓰기의 소재와 영감이 새록새록 돋아 나는 곳일지도 모른다.어느 때보다도 무한 경쟁과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분명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운동도 하고 약도 복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마음을 다스린다는 차원에서 행복과 건강을 연출하는 라운징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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