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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이어플라이관 살인 사건 - 전2권
마야 유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반딧불이가 사위를 밝히고 군무(群舞)를 자랑하던 산중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반딧불이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저택(邸宅)의 이름을 파이어플라이관으로 했을까마는 그곳은 당장이라도 유령의 손길이 뻗칠 것만 같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일본 교토부와 후쿠이현의 경계의 산중에 처해 있는 파이어플라이관은 2층으로 된 저택으로 되어 있다. 2층은 반디의 방을 비롯하여 열개 정도의 객실이 있고,1층은 주방,목욕탕,화장실 등이 구비되어 있는 곳이다.
이야기는 10여 년 전 파이어플라이관 주인이면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가가 게이지(加賀螢司)가 파이어플라이관에서 멤버,밸런타인 팔중주단 일곱 명을 참살했는데 그는 정신 이상자로 바뀌면서 쇠약사(衰弱死)했다.멤버 가운데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고마츠 쿄코만이 행방불명이 된 채 파이어플라이관 연쇄 살인 사건의 전말은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그러한 가운데 사건 발생 7년이 지나 다단계 회사로 간사이 지방에서 판매망을 넓혀 오던 아킬리즈(오 컬트) 클럽의 OB인 사세보가 파이어플라이관을 매입하게 이른다.사세보가 20대 중반이면서 주장(主將)인 셈이고 그 밑에 다섯 명이 클럽 멤버로 파이어플라이관에 체류한다.특이한 것은 살인 사건이 10년 전이든 현재든 7월 15(우란 분재)일을 전후로 발생했다.일본에서 이 시기에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불꽃 놀이를 통해 축제행사가 성행하기도 한다.
작곡가이면서 악기를 다루었던 가가 게이지는 드넓은 숲속의 별장을 팔중주단을 위해 제공하고 연습장,작품 발표장 용도로 활용했는데,가가 게이지는 왜 단원 여섯 명을 무참히 죽였을까.그것도 흉기를 들고 한 방씩 드나들면서까지.울창한 산 속의 '숨어 있는 집'으로 분위기 자체가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을 것만 같은 곳이다.게다가 푹푹 찌는 여름날이고 우기(雨期)까지 곂쳐 파이어플라이관에 체류하고 있는 사세보를 비롯한 아킬리즈 클럽 멤버들은 10여 년 전의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내막과 기억으로 마음이 흉흉할 뿐이다.
사세보가 이 별장을 매입하면서 아킬리즈 멤버들은 사세보에게 10여 년 전의 연쇄 살인사건의 전모를 듣기도 하고,서로 마음의 담력을 쌓아 나가기도 한다.그런데 기어코 살인 사건이 터지고 만다.비오는 날 아킬리즈 멤버의 OB인 사세보가 의문사하고 이사하야까지 살해 되자 아킬리즈 멤버들은 뒤숭숭한 채 살인마를 조지로 지목하기에 이른다.후배들에게 인망이 있는 히라도,선배에게 말대꾸를 따박따박 해대는 시마바라 등 개성이 다양하고 서로 한마음 한뜻이었건만 주장 사세보가 살해되면서 파이어플라이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경직되고 벼락맞은 꼴이다.설상가상으로 폭풍까지 파이어플라이관을 내리쳐 외부와의 단절로 멤버들은 고립된 섬에 갇히고 말았다.
대저택을 매입한 사세보는 누구에 의해 살해 당했을까.폭풍에 의해 고립된 파이어플라이관에 남겨진 멤버들 소행일까.아니면 조지라는 가명을 쓴 자의 소행일까.아니면 공범자의 소행일까.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과 수사는 없고 등장인물들이 내놓은 여담과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전 주인 가가 게이지가 반디를 좋아했다면 이번 주인 사세보도 반디 마니아일 정도로 독특한 소재와 미제로 남겨진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처연한 『야주곡 夜奏曲』이 흐르고 있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