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현대 사회를 예리한 각도로 비판하면서 사유의 폭을 한층 고조시키는데 역점을 두는 것으로 각인되고 있는 한병철 저자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해부하면서 개인이 현 사회의 매우 종속적 관계로 깊게 나락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저자의 문체 또한 명제화되어 있는 것과 같아 긴장감마저 넘친다.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역사 문제와 연결하여 객관성과 현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분자와 같은 개개인은 현대 사회라는 커다란 대동맥 안에 퍼져 있는 실핏줄과 같이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그런데 21세기라는 현대 사회는 넘쳐 나는 정보와 지식,그리고 자본이라는 요소가 자리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의 대소(大小)는 자본의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시장자유를 토대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에 놓여 있다.주지하다시피 개개인은 자본 축적을 위해 잘 차려진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무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게다가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생산과 성과를 요체로 삼고 있기에 이에 적응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잘 차려진 제도와 시스템과 같은 사회질서는 일견 개개인의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이지만 소수계층에 의해 여전히 억압과 착취가 횡행하고 있다.즉 자본,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에 의한 전방위적인 억압과 착취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색인 것이다.한병철 저자가 말한대로 타자 착취의 질서 속에서는 착취당하는 자들이 연대하고 함께 착취자에 맞서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게 대다수의 피착취자들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병철 저자가 출간한 《피로사회》《투명사회》가 현대 사회의 내부를 MRI촬영한 것과 같아 무척 공감이 갔던바,이번 《심리정치》도 앞의 두 저서의 연장선상에서 현대 사회의 맥락을 살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풍요로워진 물질과 (개인의)높아진 의식수준은 개인의 자유를 한층 고양시키려 하지만 자본의 힘 앞에 예속되고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자유라는 것이 비강제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보니 개인은 어느 때보다 자기계발,자기실현을 위해 분투해 나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게다가 SNS에 의한 소통과 대화는 개인주의,고독,공동체 사회의 붕괴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있다.SNS에 의한 소통과 대화는 비밀,낯섬,이질성이 무장해제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정보가 SNS망(網)에 몰리면서 감시.통제를 받고 있으며,의식적,무의식적으로 IT기기에 몰입하는 현대인에게 개인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내걸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을 유발하고 있고 이는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어 가기도 한다.모티베이션,프로젝트,경쟁,최적화,자발성과 같은 것들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심리정치적 통치술에 해당하는 것이다.심리정치를 이끌어 가는 계층들은 생산과 성과를 만끽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친절한 수단과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인간은 생각과 사유를 하는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될지 몰라도 『군중심리』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시대의 흐름과 대세에 영합하는 한낱 유약한 존재로 비칠 뿐이다.특히 IT산업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과 정보,신상은 디지털 기기에 의해 저장되고 기록된다.무섭고 공포스러운 현대판 파놉티콘 체제에 놓여 있다.또한 조직적이고 인위적으로 개인의 신상과 정보를 털어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그래서 피착취자 입장에 있는 대다수는 연대 또는 (착취자에 맞서)들고 일어서려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한병철 저자는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라는 제니 홀저의 말을 『심리정치』의 모토로 삼았다.제니 홀저는 자기 자신의 소원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하지만 자유의 예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우리는 자유에 대해 주체적인 관계에 있지 못하고,자본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에 우리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자본에 의존하게 되고,자본이 제공하는 자유는 상품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정곡을 찌르는 말이다.게다가 넘쳐 나는 잉여 인력은 얼마나 되는가.이러한 잉여 인력을 상품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다.현대 사회는 개인의 (자본)능력과 힘에 의해 생존의 길이가 달라질 것이다.신자유주의는 개개인이 모두가 자본 경영자이다.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도태되면 나락으로 전락하고 만다.그래서 보다 밝은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복지와 상생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