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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ㅣ 만화 최창조의 풍수강의 1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풍수지리,도참(圖讖) 사상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게 내재해 있다.살아서는 양택,죽어서는 음택이라는 명당 자리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이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신으로 치부할 수가 있다.그런데 풍수지리에 입각한 명당 선호는 한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이 강하게 깔려져 있다.심지어 고층 빌딩,고층 주거 환경이 대세인 현대인들조차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가 과연 명당으로 적합한 곳인가를 놓고 이것 저것 저울질을 한다.살아서는 입신양명,재물,사랑,행운을 기복하고 죽어서는 후손들에게 영혼으로나마 좋은 기운을 안겨 주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는 풍수지리 사상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이다.풍수지리에 맞춰 살아갈 입장과 처지가 아니기에 심리적으로 동요 및 위축만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운명을 헤쳐 나가자는 주의(主義)다.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야 돈과 재물,행운이 발복하는 거주지 인테리어도 꾸미기 싶고 흩어져 있는 조상의 묘도 한 곳으로 옮기고도 싶다.특히 묘자리는 지관들의 조언에 따라 선택.결정했는데,조상의 묘로 인해 크게 액운을 겪은 적은 없는 것 같다.그런데 내 마음속에 풍수지리라는 명당이 꽈리를 틀고 있었던 것일까.할머니 묘를 파묘하여 화장한 후 유골을 할아버지 묘 옆에 묻어 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고 편안하기 그지 없다.확실히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풍수 지리로 알려진 도참 사상은 기원전 5∼4세기 중국에서 이론으로 나타나고,한(漢)나라 때 음양론이 도입되면서 풍수지리가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땅의 형세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을 풍수지리라 한다." -P10
흔히 명당이라고 하는 거주지는 배산임수(背山臨水)지를 최고로 여긴다.여기에서 풍수는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다는 말로서 배산임수에 적합한 의미다.풍수 사상은 비록 비과학적일지라도 동양철학의 한부분으로서 오랜 세월 집단 의식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산물이다.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이기도 하다.인간과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통한 풍수지리 사상은 조상의 고민과 지혜가 잘 담겨져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를 이론적으로 주입시키다 보면 독자들에게는 관심과 호감이 감소될 것 같아서인지 이 도서는 만화로 명당과 관련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조선시대에는 전답,노비,산소와 관련한 소송이 주를 이루었던 만큼 묏자리와 관련한 산송은 식을 줄을 모른다.그 대표적인 예가 파평윤씨와 윤관의 묘와 심지원의 묘 문제였다.400여 년 간 싸워온 두 집안은 파평윤씨 쪽에서 심지원 측에게 부지제공을 하고 심지원의 묘를 이장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고 한다.(해외 토픽감)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두 집안이 400여 년만에 극적 타결을 본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지금은 거주지가 고층 위주이고 죽어서는 화장(火葬)문화가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이 사는 곳,죽어서 가는 곳만은 명당이기를 바라고 있다.얼마 전 TV에서 명당의 조건에 대해 전해 주는데,아파트의 경우는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저층(1∼5층)이 좋다고 한다.즉 아파트 앞.뒤로 심어진 수목의 높이만큼의 층에 사는 것이 신선한 공기,땅의 기운을 받으며 사람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전통적인 풍수지리에 입각하여 살려면 복잡한 도심지보다는 한적하고 유유자적한 삶이 가능한 시골이 좋을 것이다.지리,생리(生利),인심,산수가 잘 배합되어 있는 토양과 풍토에서 인생을 꾸려 가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재물,입신양명,사랑,행복이 저절로 따라 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