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
정창권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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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오직 사랑으로 살 자신이 있습니까?"라던 주례사의 말씀이 엊그제처럼 새롭기만 하다.물론 "네"라고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그런데 경제적,심리적,사회적 결핍 증상이 커지면서 부부관계도 예전같지만은 않게 되었다.신혼초에는 직원들끼리 회식하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마누라 보러 집에 가는 것이 최고의 낙(樂)이였는데 지금은 많이 식었다고 스스로 느낀다.마음 속으로는 '그러면 안되는데'라고 스스로 채찍을 하지만 현재 처해져 있는 입장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노라면 무엇이 먼저인가 스스로 되묻는다.

 

 긴 인생에서 보면 개인은 혼자서 살아 가기에는 너무도 험난하고 고적하고 무료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거친 세상을 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인간은 남과 여가 만나 부부로 거듭나게 된다.부부의 연이 길든 짧든 서로 힘을 모아 인생이라는 항로를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그러한 의미에서 부부가 이상적인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변치 않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할 것이고,대화와 소통을 열어 놓아야 할 것이고,적극적인 사랑을 표현해야 할 것이고,평등한 관계로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고,이상적인 부부관계의 지속은 물론 자식 사랑도 변치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 옛날 조선의 부부는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 갔을까.흔히 남존여비,여필종부라는 봉건적인 이미지를 상기케 하지만 지금과 같이 쉽게 혼인하고 쉽게 이혼하는 풍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잔불로 사골을 푹 끓이듯이 진한 사랑이 은근하게 배여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부부의 연을 죽는날까지 자연스럽고 멋지게 지켜나가려 했던 부부도 있을 것이고,속칭 못잡아 먹어 안달날 정도로 서로 으르렁대면서 살아단 부부도 있었을 것이다.부부란 서로 상호보완하는 입장에서 존중과 배려의 기본 정신을 잃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시련과 역경이 찾아올지라도 이를 잘 극복하여 보다 더 나은 부부관계를 이어가지 않을까 한다.

 

 조선시대의 특별한 부부 10쌍과 가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글을 엮은 《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는 참으로 이상적인 부부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부부관계는 대등하게 여기고 바깥일,집안 일을 누가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닌 공동분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농사일과 노비관리,자녀 교육 등을 놓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하기라도 하면 남편보다 아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칫 부부싸움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이렇게 아내의 기가 셌던 시절(15∼17세기)은 개방적인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그런데 아내의 힘이 크고 드세지면서 남편에게 손지검을 비롯한 폭력까지 휘두르면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게 된다.이리하여 나온 것이 중국의 혼례제도를 도입하여 아내에게 재산을 주지 않고,제사도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즉 18세기 이후로는 남존여비의 사상과 관념이 오래도록 뿌리 박혀 온 것이다.

 

 이 글은 매맞는 남편을 제외하고 10쌍의 부부들이 금슬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과거시험에 몇 번이나 낙방해도 그저 남편이 잘되기만을 고대하는 눈물겨운 아내의 내조,먼저 간  아내에게 바치는 애서문(哀逝文),방사(房事)를 통해 식지 않은 애정을 과시하는 한 부부의 얘기,아내를 먼저 보내고서도 첩(妾)을 두지 않고 죽은 아내을 내내 그리워 하는 연모의 정,학문의 방향을 놓고 해맬 대 아내가 삶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는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시.서.화를 비롯한 문인,학자,사대부들과 반려자인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진실한 사랑은 영혼을 울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되었다.여성의 이름이 호적에도 오르지 못했던 봉건적인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대부 못지 않게 글재주,창작력이 뛰어났던 여성들도 제법 눈에 띄인다.

 

 사랑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처음 상대를 대하는 것처럼 늘 새로운 기분,편안한 자세로 대해야 할 것이다.현실은 어렵겠지만 부부라는 연을 끊지 않고 오래 유지하려면 존경,배려,신뢰의 축을 공고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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