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남의 집에 놀러가서 노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귀여워서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는 일이 고작일 뿐 직접 분양받는다든지,누군가가 준다든지 하는 일은 내 생리와 맞지 않는다.특히 거주지가 공동주택형태인 아파트이기에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신경 쓰이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키우다 보면 정이 들고 예기치 않게 죽기라도 하면 기른 정,예쁜 정이 생각나서 슬픔은 사람과 동일할 것이다.

 

 고양이와 관련한 도서가 제법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고양이가 영악스러우면서도 사람과도 지근거리에 있는 반려성 동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고양이와 관련하여 읽었던 도서는 서 너권 되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도서관 안의 서재 공간을 누비는 고양이 듀이와 환자의 죽음을 예고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였다.'갸르릉'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영역과 본능을 수호하는 고양이는 날렵한 동작에 감각이 뛰어난 재치꾼일 정도이다.

 

 요즈음은 블로그,SNS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단문과 장문으로 널리 표현하고 있다.인쇄매체의 발달,생활의 여유가 늘어 나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충족하려 한다.일종의 문화의백가쟁명 시대가 아닐까 싶다.취미로 하든 전업으로 하든 문화생활은 그리 달콤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공(功)들인 시간에 비해 들어 오는 경제적 수입과 비전(Vision)은 크지 않지만 문화생활이 좋아서 즐기고 심취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한 사회,국가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책,서가하면 고양이가 떠오르기에 잠깐 고양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이 좋아서 책에 미친 책벌레는 어느 시대,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해 오고 있다.천문학자이면서 성(性)학자 장샤오위엔(江曉原)은 아주 특별한 책벌레이다.활자 중독증에 걸렸지만 마누라보다 더 책을 좋아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의 간서치이다.그래서 이 글은 독자에게는 장샤오위엔의 『서유견문書游見聞』으로 보일 것이다.특히나 천문학,성(性)학자인 장 저자는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학자에게 어울리기도 한다.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가 끝날 무렵 어렵사리 난징대학 천문학과에 들어간 저자는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책을 사서 책에 빠져 드는 탐서가가 되었다고 한다.자신의 손에 들어 온 책은 남에게 빌려 주지 않는 신념이 있어서인지 몇 십년 모은 책은 족히 3만권을 넘는다고 한다.대단하다(了不起!)! 중국 고전부터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여 즐겨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그에게 망년지우와 같은 책의 멘토 장칭디(張慶第)선생,이후 거거 선생과 같은 분이 있었기에 책과의 삶을 줄기차게 이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그의 서재,이동 책장은 중국,타이완,홍콩 매체에서 촬영을 하면서 독서인생의 탄력을 더욱 불어 넣었던 것이다.

 

 독서가 불이 붙으면서 활자 중독증으로 전이해 간다.침대,화장실,교통 수단 안에서 저자에게 책은 반려적 존재가 된다.부전여전이라는 말이 있듯 저자의 딸도 저자를 닮아가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에 매진하게 된다.우리 집의 두 아들도 그래줬으면 얼마나 좋을까!그후 그는 인지도,명성이 올라가면서 책과 관련한 서평,서문,비평 혹은 추천사 등을 수도 없이 써 갔다.출판사는 영업적인 면에서 저자의 덕을 많이 보는 셈이다.저자는 좋은 서평의 세 가지 의무를 들고 있는데 책을 소개하고,책을 평가하는 1차원적인 서평을 벗어나 책을 적절한 배경에 놓고 평가하는 일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즉 책에서 재미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 독자와 공유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은 재미있는 어떤 것을 독자와 공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현대사회가 바야흐로 공감의 시대가 아니런가.

 

 저자의 바람은 고양이가 되는 것이란다.

 

 게으름뱅이 고양이.서재 가득 꽂힌 책과 디브이디 사이를 나른하게 오가며 자다가 깨다가 읽다가 보다가 상상에 빠지는 고양이.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일이다. -P250

 

 책은 읽고 잘 소화해 내면 생존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불쏘시개와 같다.잘못 먹으면 궁합이 맞지 않은 음식을 먹어 체한다든지 독사하는 경우와 같을 것이다.개인의 건강,여력,환경에 맞춰 책을 즐기면서 심취해 가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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