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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문자는 사물의 흔적을 찾아주고,우리의 자취를 남겨주며,광대한 세계와 심오한 기억에 대한 효과적인 질문 방법이 되어준다. -P331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입으로 내뱉는 말과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의사전달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세상을 안다고 하는 깨우친 자들은 당대의 생각과 감정,사실 등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남기려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소리를 대표하는 말을 어떠한 도구,수단에 의해 기록하려 고뇌의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세계 최초의 문자는 수메르인에 의한 설형(쐐기)문자,진흙 등에 새긴 상징문자 등이었다.시간이 흘러 이집트,중국 황하 문명으로 불리는 상형문자가 선을 보이게 된다.
이 글이 중국 한자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이기에 한자의 탄생을 살펴 보면 한자의 첫 등장은 현재 정교하고 간체화된 문자가 아닌 그림과 같은 상형문자였던 것으로 보인다.사람과 사물의 모양과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소의 어깨뼈,거북의 등껍질에 송곳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새김질을 했다.즉 새와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에 착안하여 문자를 새기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이 전설상의 인물이면서 왕의 사관(史官)인 창힐(蒼颉)이었다.(상나라 말기인 기원전 3,000∼3,500년에 만든 갑골문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소의 견갑골,거북의 등껍질에 새긴 갑골문인 상형문자들은 차츰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된다.사람이나 사물을 본뜬 상형문자,두 글자가 조합하여 한 글자가 형성하는데 한 글자는 뜻을 한 글자는 음을 나타내는 형성문자,두 개의 뜻 글자가 모여 새로운 글자를 형성하는 회의문자,추상적인 뜻을 점이나 선으로 그린 지사문자,본래의 뜻과 음에서 새로운 뜻과 음으로 파생되는 전주문자 그리고 맨마지막 외래어와 같이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단어를 한자의 음을 빌려와 사용되는 가차문가가 있다.이것은 흔히 육서(六書)라고 불리며 후일 금문,소전,예서,해서,행서,초서와 같은 서체 변천이 있었다.예를 들면 노예를 다스리는데에는 예서를 사용했다.
이 글은 타이완의 문화비평가이면서 인문학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는 탕눠(唐諾) 저자가 한자의 탄생과 관련하여 육서,조자(造字),문자의 의미,형성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소개하고 있다.문자는 생물과 동일하게 탄생과 성장,사멸을 반복하고 있다.특히 시시각각으로 속도전에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문자,언어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복잡하고 의미가 불투명한 것들은 자연스레 사장되고 만다.한자도 마찬가지로 복잡한 획수,고어에 나올 법한 한자들은 중국 현대화에 발맞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문어와 같이 경직된 문자 표현보다는 일반인들의 언어를 중심으로 평이하면서도 보편적인 어휘,문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이것은 후스(胡適)에 의한 백화운동이 문어에서 현대문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다.그는 옛것을 고수하다보면 개혁과 변화를 이룰 수 없다(食古不化)는 취지하에 중국어의 현대화를 꾀했던 것이다.
복잡다기하면서 무수히 많은 한자의 조어 관계,한자의 형성과정을 살펴 보노라니 문자의 역사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중국 허뻬이성에서 발견한 5,000여 개의 갑골문 가운데 겨우 1,000여 개만 식별,해석 가능하다고 한다.문자는 면밀하고 신중하며 경제적이고 참을성 있게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개념의 생존 능력과 영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즉,사물과 개념이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를 잡고,일상생활에서 널리 인식되고 응요되기 전에는 쉽게 문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문자가 사회 관습의 실증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더 강력하고 분명한 것으로서 역사적 고증이나 고고학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한자의 탄생과 더불어 한자 하나 하나의 조어 관계가 갖은 의미와 사회에서 문자,언어가 갖는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