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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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작가로서 범죄소설을 주로 그리고 있는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가 이번엔 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州) 페이필드 지역으로 인구는 1,500여 명 정도로 읍단위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광활하게 펼쳐지는 경작지는 1년 내내 손길을 놀릴 수가 없는 곳이다.상주 농장 노동자도 20여 명 그리고 딸린 식구들도 얼추 10여 명이 사는 윌로크릭 농장을 배경으로 주인공 셰리든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도 네브래스카를 탐방한 경험과 그 지역에 대한 충분한 자료와 조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서인지 현장감이 생생했다.누군가 수양버들 아래에 누워 하모니카로 〈켄터키 옛집〉 을 감미롭게 불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범죄소설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벗어나 사춘기에 놓여 있는 셰리든의 질풍노도와 같은 사건의 연속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잘못된 운명에서 헤쳐 나가려는 정신적 성숙함까지 시간별로 그려 내고 있다.셰리든의 나이 15세에서 17세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나는 딸이 없어 사춘기 여식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읽어 가다 보니 셰리든에게는 마음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배신,모멸감 등이 잔뜩 배여 있다.그때마다 셰리든의 상처와 고통,좌절을 곁에서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셰리든은 철부지에서 철이 드는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그런데 15세 소녀 셰린든에게는 제2의 성징기인 이성을 알아가는 시기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버너 쿠퍼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셰리든은 레이첼 엄마에게 늘 구박과 차별대우를 받는다.유독 '미운 오리 새끼'취급을 받는다.그도 그럴 것이 불량 청소년들과 어울려 음악을 듣고 춤추고 수다 떨고 담배 피우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찾다 구식 방앗간을 아지트로 삼아 놀다 그만 보안관에 걸려 냅다 도망치다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면서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뺨을 맞게 되고 어머니에게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이 즈음 남녀간의 성관계를 그린 <헨리의 격정>을 접하면서 이성보다는 충동에 따라 이성을 만나고 무분별한 섹스행각을 벌이기도 한다.또한 이사벨라 고모 할머니가 농장 근처로 오게 된다.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아버지 버넌이 자신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다만 레이첼 어머니만 셰리든을 못살게 굴고 함정에 빠뜨리면서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그러다 레이첼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서랍에서 발견한 입양 문건,그것은 셰리든의 몸과 마음을 전율케 하고 자신의 근본을 찾아가는 계기가 된다.즉 자신의 친모는 레이첼이 아닌 캐럴린이면서 자신은 사생아라는 것,그리고 친모는 자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친모는 생전 현재의 아버지 버넌과의 밀애를 나누고 미래를 약속했던 사이였다.레이첼 양모가 친여동생 캐럴린이 버넌과 사귀는 것에 질투와 시기심을 품었던 것이다.친모 캐럴린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버넌에게 편지를 띄우곤 하는데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레이첼이 중간에서 낚아 챘던 것이다.참 야비하고 비열한 짓이다.버넌은 어찌어찌하다 그만 레이첼의 덫에 걸려 레이첼과 혼인을 하게 되고,여동생 딸인 셰리든을 입양하게 되었던 것이다.게다가 레이첼은 버넌과의 사이에서 정식으로 낳은 아들도 있지만 혼외정사에 의해 낳은 자식도 있었으니 그녀는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닐런지.

 

 인생이 강이라면 나는 닻줄이 모두 끈어진 배였다.낯익은 강변을 따라 크고 작은 급류와 폭포를 지나 새로운 강으로 휩쓸려 들어간 배.  - 본문

 

 한편 셰리든은 아일랜드계 소년 제리,계절노동자 대니,뮤지컬과 밴드에서 알게된 브랜던,유부남이면서 사악한 거짓말쟁이 크리스토퍼와 육체적 관계를 갖으면서 뜬구름 잡는 것과 같은 낭만과 허영을 꿈꾼다.그러다 이웃집 아저씨 니컬러스를 만나게 된다.나이를 떠나 마음으로는 서로 깊게 사랑을 나누게 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어른스러운 니컬러스는 셰리든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레브래스카를 떠난다.고교 100주년 기념행사 파티가 끝나고 자신을 강간한 경관을 돌로 죽이고 자신의 몸에 성장하는 태아를 낙태시켜야 했던 일 등 셰리든은 무풍지대와 같았다.이렇게 사춘기에 남자와의 관계를 알듯 모를듯 하다 다시 큰오빠와 올케의 잠자리가 궁금하여 염탐까지 하는 셰리든,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맹장이 터저 복부에 고름이 생기는 병으로 입원하게 된다.셰리든은 레이첼을 이모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다운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입양서류,친모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버넌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과 이를 억지를 써서 뒤짚으려 안간 애를 썼던 레이첼 이모는 왜 자신에게 구박과 없신여김으로 일관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란다.하지만 레이첼(셰리든의 이모)도 언젠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을 거야.세상에는 정의라는 게 있으니까. -P466

 

 

 친모 일기장에 쓰인 PC(Paradise Cove), 즉 낙원을 찾아 생전 아버지와 친모가 사귀었던 시절을 상념한다.이즈음 알게 된 목사 버넷과 눈이 맞아 사랑의 행각에 나서게 된다.바로 위 오빠 에스라는 셰리든을 못잡아 먹어 한이 된냥 늘 의심과 증오로 가득차 있는데,목사와 낙원에서 카섹스를 즐기던 셰리든은 그만 셀카에 찍히고 만다.에스라는 두 사람이 나누는 성관계 사진을 빌미로 삶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려 했던 모양이다.이러한 사실이 아버지와 레이첼 이모에게 알려지면서 셰리든은 이실직고한다.또한 이를 기회로 자신이 누구의 딸이고 어떻게 입양되어 왔으며 지금까지 자신은 쿠퍼 가족으로서 어떠한 대우를 받고 성장하게 되었는가 등을 목에 힘을 주고 사실과 증거에 기초하여 토로한다.셰리든은 뉴욕 스튜디오에서 초대되어 마음 편하게 새 나래를 펴고 자유인으로 살아갈 것이다.한지붕 아래 물과 기름과 같이 엉키지 못하고 부유물과 같이 둥둥 떠다니던 조각배와 같았던 셰리든은 성장통 너머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분연히 박차고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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