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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정신분석
이창재 지음 / 아카넷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의 기원과 제전과 같은 거국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화는 고대에 시작되어 현대인의 정신구조를 지배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비록 과학과 논리적 사고가 발달했을지라도 신화라는 것이 개인의 의식구조를 뛰어 넘어 집단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으며,집단의 힘으로 견뎌낼 수 없는 초인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에 대항하기 위해 집단 무의식은 해당 국가의 신화와 함께 무의식적인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원시사회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기술문명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그런데 인간은 과학과 기술문명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우상에 기대는 경향이 짙다.그것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면서 죽음과 내세라는 문제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인간은 정신적으로 어딘가에 기대려 하는 나약한 심성이 강하다는 것이다.현재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종교의 교리와 교주와 같은 존재는 비록 비가시적인 존재이지만 유구한 세월 절대신으로 믿어 왔기에 신앙이 조상으로부터 부모로부터 대물림되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모태신앙도 있고 스스로 깨달음에 의해 해당 종교에 귀의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어느 종교,종파에도 적(籍)을 두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신화의 기원을 보면 한국은 단군신화이고 홍익인간에 이념을 두고 있다.중국,일본도 각각 반고와 이자나기를 창세신으로 삼고 있다.그외 수메르,이집트,그리스,북유럽 신화가 존재하면서 개인 및 집단의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신화는 주술적 사고,집단 무의식을 대변하는 한편 현대 정신분석계의 거장인 프로이트은 프레이저가 쓴 『황금가지』를 이해하면서 고대인의 사고가 20세기 유럽 신경증자의 사고나 어린이의 사고와 유사함에 주목하고 있다.즉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 젖을 빨고 양육을 받으면서 모성애를 느끼고 성장하면서 부모를 슬하를 떠나 사회인이 되는 과정에서 다시 유아기때의 억압과 잠재본능이 다시 되살아 나는 과정이 반복되기도 한다.부모의 양육이 자연스럽고 개방적이었는지 아니면 보수적이고 비자율적이었는가에 따라 개인의 삶과 의식은 순행할 수도 있고 역행과 저항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것을 정신분석적인 측면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문명은 발달하고 있지만 인간은 이에 저항하는 기제로 신화적 사고가 예술,꿈,신화 속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현대 정신분석계의 거장인 프레이저,프로이트,융의 관점에서 신화와 정신분석을 견주어 보고 있는 이 글은 개인과 집단의 사고가 마음 속에 내재된 무의식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어른이 되어서도 소아적인 사고 비슷하게 나타나고,집단에서도 해당 국가의 신화적 요소가 심리적인 내면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신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면 현대인의 정신분석도 자연스레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개개인의 정신 밑바닥에 민족무의식.인류무의식과 '지금,여기'에서 교류하는 경이적 사건과 무의식에는 본능욕동(리비도)과 감정,환상,내적 대상,상처,재난 흔적,생존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창재 저자는 신화와 정신분석을 매우 세밀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서술하고 있다.개인 및 집단 무의식 세계에 대해 관심과 연구 중인 이들에게는 무척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내용이 난해하지도 않으면서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신화 해석을 위한 기본 조건,주요 국가의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신화에 반영된 민족무의식 비교를 순차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개인적으로는 한.중.일.그리스 신화에 대해서는 일천하나마 알고 있어 구체적인 부분을 매꿀 수가 있어 다행이었고,수메르,이집트,북유럽 신화는 새로운 기분으로 접하게 되었다.이장재 저자는 신화 이해를 위해 세 가지 배경을 삼고 있다.즉 정신분석의 관점,인류학.민속학.사노하학의 관점,정신분석을 흡수하여 신화의 심리적 의미를 이해하려 시도한 신화학자 캠벨의 관점이 이 글의 주요 구성이다.
신화가 각 나라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고 주술적인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비현실적인 면도 다분하다.또한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상징성을 띠고 있어 나약한 인간에게는 정령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것이다.국가가 열리기 이전 하늘과 땅을 두고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신적인 존재였다.나아가 각 종교의 교주라고 불리는 인물들도 깨달음과 구원을 얻기 위해 일탈된 삶을 누리기도 하고 죽어서 다시 부활하기도 한다.이러한 행위들이 현실,비현실을 떠나 각 민족 구성원들에게 위기와 불안에 대처하는 법,인간의 본질과 삶의 목표 등을 안내해주는 탁월한 치유적 서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현대인에게 부족한 것을 신화 해석을 통해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