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콩깍지 씌이듯한 사랑하는 관계를 갈라 놓는 일을 접하노라면 애잔하게 가슴이 울컥할 때가 있다.'너 아니면 난 못 살아'라고 맹세해도 길든 짧든 언젠가는 세속의 연이 끊기는 때가 온다.이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될 것이다.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듯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남은 이는 얼마간 슬픔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이다.깊은 상처일수록 새살이 차오르는 시간이 길어지듯 그때까지 마음을 잘 다스리고 견뎌 나간다면 마음의 상처가 아물면서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상처와 고통이 빨리 아물면서 회복탄력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나는 선친이 생전 중환자로 몇 년을 고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간병다운 간병을 못해 너무 죄스럽기만 하다.당시 나와 아버지 사이는 그리 원만하지 않은데다 내 사회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던 까닭에 마음의 여유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선친은 젊은시절 운동보다는 술을 주로 드시고 끼니를 많이 걸르셨다.부실한 몸관리,부실한 식습관 및 생활습관이 늙으막에 대사성 질병이 찾아와 당신은 물론 어머니,남동생이 곁에서 병수발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그에 비하면 나는 체면치레상 명절,위급하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에만 찾아 가는 비자발적이고 불효막심한 자식이었다고 스스로 자탄한다.

 

 이 글의 주인공 미주,승우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꽁깍지가 씌이듯 서로 좋아서 연을 맺은 관계이다.영사관 집안인 승우와 부모가 교사인 미주의 집안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데 부모의 눈은 더 높은 곳에 있게 마련이다.대학시절 영상 연합서클에서 만나 필이 꽂히면서 둘은 관계를 좁히게 된다.후일 영화감독으로 뛰는 미주와 라디오 방송국의 DJ로 주가를 올리는 승우 그리고 미주의 절친 의사 정란이 있었다.승우는 샤워하고 나온 미주의 몸에서 발산하는 향기가 늦가을 함초롬히 피어오른 국화꽃 향기와 같다고 늘 되뇌인다.국화의 꽃말이 지혜,절개라는 의미가 있듯 승우에 대한 미주의 마음은 한결같고 언행이 지혜롭기만 하다.그래서 미주는 국화꽃 향기에 부합하는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위암 3기 판명을 받은 미주는 늦깎이로 결혼을 하고 몇 년 간이나 아기가 생기지 않아 마음 고생이 컸는데 다행히 자궁에는 태아가 정상 착상되면서 새 생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그런데 미주의 절친 의사 정란은 종양 덩어리가 악성으로 판명되면서 미주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을 권하지만 미주는 의료행위를 한사코 거절한다.이러한 사실을 남편 승우한테 감춘 채 강원도 산골 폐교(廢校)로 내려가 태아가 무사히 산도를 뚫고 세상에 나오기를 기원한다.시간이 흐르면서 승우는 미주의 근황에 대해 정란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라디오 DJ를 그만두게 되면서 미주와  승우는 산골 폐교에서 생활을 이어나간다.승우는 정란에게서 간단한 진료수업을 받고 남자 간호사로 자처하면서 미주을 실시간으로 간병을 한다.어느덧 미주는 몸이 산(山)만해지면서 동통이 심해지면서 병원으로 이송하게 된다.이제 미주는 의료적인 행위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극과 극을 오간다.그러한 미주의 몸상태에서도 태아는 무럭무럭 자라준다.산부인과 의사의 집도에 의해 태아는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의 빛을 받게 된다.

 

 미주는 자신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삶을 체념하게 된다.오로지 남편 승우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미주는 자신의 육신은 재가 되어 구천을 떠돌지라도 땅에 남은 승우,딸 주미 그리고 둘도 없는 정란이가 행복하게 살아가 주기만을 바란다.딸 주미는 엄마의 몸상태가 최악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살아서 이 땅의 새싹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미주의 진실되고 고귀한 사랑의 정신,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국화꽃과 같았던 향기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죽음을 앞둔 몸으로서 삶에 대한 미련을 불식하고 새생명을 지키려는 모성애 그리고 남편과 진실된 관계,사랑의 끈을 잇기 위해 자연을 벗삼아 산골 폐교에서 지내던 지순한 순간들은 몸과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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