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수필
운서주굉 지음, 연관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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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자체가 근심과 걱정,상처와 트라우마의 연속은 아닐까 한다.물론 이러한 현상들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반면 기쁘고 즐거우며 희망찬 삶 역시 영속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그래서 인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에는 부모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존재이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삶 자체를 긍정과 낙관에 힘을 실어 살아가는 것이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다.삶은 항상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늘 초월하는 듯한 자세,늘 이익을 보려는 자세보다는 좀 손해를 보는 듯한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노라면 삶이 삶다워질 것이다.

 

 대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여 요양 중인 내게 종교의 가르침은 무언의 위로와 평안을 안겨 주고 있다.종파를 불문하고 말이다.운전중일 때에는 기독교 방송을 자주 듣고 집에 와서는 불교와 관련한 도서를 자주 읽는 편이다.각 종교에 대한 메시지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공통점은 단 한순간이라도 팍팍하고 재미없는 현실의 삶에 지혜와 위로,평안을 안겨 준다.그릇된 욕망을 내려 놓고 우매함은 냉철한 지성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이것은 각 종파의 촌철살인과 같은 메시지를 접하면서 순간 순간 순수로 돌아가고 마음을 정화하려는 본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명나라 가정(嘉靖) 13년(1535)에 태어나 만력 43년(1615)에 돌아가신 운서주굉(株宏)스님은 생전 인생의 참뜻과 지혜를 정리한 수필집이 1991년 한국에 소개되면서 꾸준히 읽히고 있다고 한다.스님의 저술은 경소(經疎) 외 잡록으로 《죽창삼필》 등 세속인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 대부분이다.오욕과 물질에 찌든 세속인의 삶은 이미 검붉게 오염되었다.인체 내부의 질병으로 따지면 혈관이 좁아졌다든지 꽉 막힌 형국일 수도 있다.게다가 대사성 질환으로 자칫 치사에 이를 수도 있을 정도로 마음의 병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사람도 많다.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고 찌든 상황에서는 욕망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연습과 타인에게 베풀고 나누려는 항상심의 지속성은 질높은 삶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원만한 관계,자아실현이라는 높고 이상적인 삶의 욕구까지 실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운서주굉 스님의 인생의 참뜻과 지혜는 《죽창수필》로 편집되어 불교인 및 불교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청정심과 반향심을 안겨 주고 있다.국내에는 성철스님,법정스님 그리고 근자 법륜스님의 말씀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이 전하는 말씀은 세상을 도통한 스승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다만 미혹하고 우매한 존재이다 보니 늘 뭔가 부족하고 쫓기고 목적없는 부평초와 같은 삶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가 자성하고 또 자성한다. 죽창일필,죽창이필로 나눠 쓰여진 이 글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통용되는 극히 상식적이며 처세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말씀들이 참 많다.죽창수필을 쓴 시대가 16세기이다 보니 호불호와 관련한 것들은 현대인의 의식과 비교하여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가장 공명이 가는 것은 지나치면 아니 한 것만도 못하다(과유불급)는 점이다.적당하게 하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싶다.

 

 스님은 신통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그것은 과보로 얻은 것,수행으로 얻은 것, 깨달음으로 얻은 것이다.이 중에 수행과 깨달음이 가장 보편적이면서 궁극이 아닐까 한다.만물의 영장이면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은 소원성취를 위해 기복(祈福)행위 한다.그런데 인간사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하는 방법 중에,가장 옳지 않은 것은 짐승을 잡아 희생으로 바치면서 기원하는 행위라고 스님은 지적한다.살아있는 목숨을 희생시켜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행위는 설령 소원을 이룰지언정 좋은 소원은 아닌 것 같다.그렇게 얻은 소원은 잠시 기쁨을 안겨 줄 뿐 고보(苦報)가 뒤따른다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특히 스님은 살생보다 더 나쁜 것은 음행이라고 했다.

 

 운서주굉 스님에 대해서는 난생 처음 접하게 된 셈인데 말씀 하나 하나가 울림이 크기만 하다.스님의 말씀 가운데 내게 꼭 필요하고 실천으로 옮긴 메시지는 수행과 깨달음의 차원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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