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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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삶이 단조롭고 지루해질 즈음이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심이 일어난다.나를 구속하는 모든 환경요소와 소음으로 들리는 군상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고 싶은 마음이다.그러다 잠깐 마음을 다잡고 추스리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현실로 되돌아 오곤 한다.지금 살던 곳이 그래도 발붙이고 살만하다는 것은 아닐까.

 

 삶의 공간에 대한 경계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돈과 여유,실천적 계기만 있다면 어디로든 떠나 살 수 있는 시대에 놓여 있다.다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꿈과 희망을 불사르고 성취할 수 있는 멋진 땅과 거주공간이 있다면 그깟 떠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도시화,산업화로 대한민국의 산하는 파헤치고 헐리고 재단장하여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하는 마당에 어디로 떠나본든 그곳이 그곳이 아니겠는가마는 살만한 곳,인생을 바꿔 놓은 만한 명당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풍수지리에 입각한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띤 터를 골라 멋진 집을 짓고 후반생을 후회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돌,바람,여자가 많다는 제주도는 제주만의 고유한 풍토와 신화,삶이 오랜 세월 간직해 오고 있다.오랜 역사를 통해 부침도 꽤 많았던 제주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상처를 안은 땅이기도 하다(제주 4.3사건) 세월이 흘러 천혜의 고장 제주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개발붐(Boom)을 타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면서 제주의 모습은 탈각(脫殼)을 했다.게다가 근자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정부측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해군 기지 건설로 인해 평화스러웠던 강정 마을과 제주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만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정치,군사 문제로 인해 제주민,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기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제주가 뭐가 좋을까 마는 김현지 작가는 제주의 민낯을 소리와 풍경을 담은 체험담을 일기 쓰듯 촘촘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봄,여름,가을,겨울 철따라 변하는 제주이지만 내륙에 없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특히 비수기인 겨울철에 제주를 다녀오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싼 비행기값,한산한 여행객들,맛있는 방어회,강하지 않은 햇빛 그리고 산재해 있는 숙소와 올레길이 나그네를 반겨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제주는 싱싱한 활어회와 귤,천혜향,한라봉과 같은 제주만의 독특한 과일이 떠오른다.일정에 맞춰 여비에 맞춰 발길 닿는데로 어디든 하루가 걸리지 않은 제주는 이방인의 시선을 고정시켜 줄 것이다.

 

 제주도는 북쪽으로 추자도 남쪽으로 마라도까지 짭조름한 바다 내음으로 넘실거린다.제주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비수기인 지금 그곳으로 떠나야 할 것 같다.김현지 작가는 제주 구석 구석을 콘사이즈 사전과 같이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편집해 주었다.손님으로 제주를 다녀 오는 사람도 있지만 제주를 고향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개발논리보다는 보존의 논리가 앞서야 할 것이다.후세들에게도 영원히 남겨 줄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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