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스티브 잡스가 말한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부제가 눈에 확 들어온다.강렬하고 흡인력 넘치는 컨셉이다.컨셉이 강렬해야 눈과 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그래야 한 번 더 보면서 심상에 집어 넣는 것이다.물론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과정도 창조라고 한다.근자에는 창조라는 개념이 기존의 사물과 작품을 모방하여 자신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의미로도 쓰인다.현대적 의미의 창조개념의 범주는 과연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앞서 말했듯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창조가 될 수도 있고,기존의 사물과 작품을 본떠 자신만의 것으로 재창출하는 작업도 창조가 될 수가 있다.끝이 없는 경쟁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있어 창조 그 자체보다는 편집하는 능력이야말로 신분상승과 경제적 수입을 안겨 준다.잘된 편집,수요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탁월한 편집은 컨셉과도 연결되기에 소비자에게는 구매동기,소비자 인식,구매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문화심리학자,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등 재미있는 직함을 갖고 있는 김정운 저자는 기존의 편집능력인 에디팅을 자신만의 고유 편집 이론인 『에디톨로지』로 정했다.편집의 법칙,내용에 따라 기업과 문화의 마케팅 명암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2006년 와세다 대학 객원 연구원부터 최근 교토사가예술대학단기대학부에 재학 때까지 편집 및 심리학에 대한 저자의 관심사항들을 쉽고 접근하기 쉬운 논조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개인적으로)일본 문화,언어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이해력과 수용력이 상대적으로 빨랐다.즉 고유의 언어가 없었던 일본은 외국에서 들어온 문자와 문화를 통해 자국내에 전파를 하게 되는데,고유의 것이 없었기에 대신 전달하는 간접화법의 형식이 언어에 많이 드러난다.게다가 일본이 섬나라라는 지형학적 특수성에 비추어 타국의 문화에 대한 선망과 모방의식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비록 먼 곳에 있어,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문물일지라도 축소시켜 자신의 정원에 배치시켜 놓고 선망을 현실화하고 모방을 창조로 대신하는 것이 일본문화의 특색이다.
이 글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원근법을 중심),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로 되어 있다.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가 주제인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원근법이 중심인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룬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심리학의 대상인 인간,즉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되었는가를 살피고 있는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로 정리하고 있다.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성립과 몰락이 근대 학문 형성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겪고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만큼만 보고 느끼려 한다.그래서 낯설고 이질적인 것을 접하게 되면 그것과 동화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따라서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참신함과 친근감으로 다가오게 하려면 창조의 주체자가 편집 능력을 자신의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바탕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통찰력 있게 꽤 차고 있어야 한다.특히 현대사회가 끊임없이 구성되고,해체되고,재구성되는 시대이기에 편집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지식,문화,관점,(인간의)심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할 것이다.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떠나 타분야를 이해하고 인식해 가는 과정은 비단 편집을 위한 편집이 아닌 타인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원활한 소통으로 연결하기 위한 인문학적 과정이기도 하다.이를 통섭과 융합이라는 말로 많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지식 홍수의 시대이다.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을 지식인 및 천재라고 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 능력있는 창조인이면서 편집능력도 있는 것이다.기존의 사물,이론 등을 늘 회의적인 시각으로 의심하고 해체해 가면서 재구성하려는 노력과 수고(受苦)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저자는 독일 유학 시절 및 강사 생활을 통해 독일인의 정리능력이 탁월하다고 보았다.즉 한국 학생은 정리를 서브 노트식으로 하는데 반해 독일 학생은 대개 카드를 이용한다고 한다.물론 알파벳 순서에 따라 대주제,소주제,중점 내용을 정리해 갈 것이다.카드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내적 일관성이 유지되고 자신의 이론은 정형화되어 갈 것이다.이러한 카드 사용은 편집능력을 키워 주는 바로미터가 된다.이렇게 정리하는 습관에 따라 편집능력,이론 구성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나아가 카드의 축적이 이론 구성,편집능력으로 확대되면서 계층적,네트워크적 구조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편집 능력을 통해 지식권력을 가늠할 수 있다.또한 근대권력은 원근법을 통해 대중들을 지배.통솔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분류를 통한 편집은 백화점,숍과 같은 곳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그것을 통해 창조 경제를 가늠할 수가 있다.이를 개인에 대입시키면 개인은 자신이 편집하는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편집되는 것이다.천재,문화,인습도 사회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에디톨로지는 기존의 것을 모방하는 단계에서 의심,해체,재구성하는 편집 능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종류는 다양하기만 하다.창조 경제의 하나로서 편집학,즉 에디톨로지는 인간과 사회,지식과 문화,관점과 장소,마음과 심리를 읽고 편집으로 풀어낼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