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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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일이야 무엇이든 못하겠는가라는 자조섞인 말을 되뇌일 때가 있다.오죽했으면 젊은 몸뚱이로 '도둑질만 빼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엇을 못하겠는가 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어느 시대,어느 사회든 생계의 수단,방법으로 돈이 고귀한 몸이 되어 버렸다.일명 배금(拜金)시대 살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돈과 물질을 세상을 지배하는 물신숭배시대에서도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는 3D현상도 여전히 현대인의 뇌리에 박혀 있다.이를 알량한 자존심 내지 체면의식이라고 본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직업의 수가 어느 정도인가 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자신이 하는 일,즉 1차적으로 생계를 위해 해야 하고 하는 일에서 돈이 되는 직업이 있고 돈이 되지 않은 직업이 있다.직업도 인간의 수명과 같이 생사필멸의 과정을 겪는 사회적 영향이 크기도 하다.그런데 순수문학 가운데 시(詩)가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직업일까.과연 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시조.시인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일까.내가 느끼는 시를 쓰면서 시로 밥을 먹고 시로 세상을 호령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그런데도 시가 자신의 분신이고 소명의식으로 여기는 분들은 과연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렇게 돈이 세상을 호령하고 지배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돈이 되지 않은 시(詩)를 오상고절과 같이 시 인생을 사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시를 전문으로 하는 시조.시인도 시.시조가 비스무레하게 본류인 것처럼 비칠 뿐이다.돈이 되는 본업을 꽤 차지 않으면 사는게 죽도 밥도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돈이 자본주의의 꽃봉이이지만 인간의 내면세계마저 완전지배할 수는 없다고 본다.아이러니하지만 돈이 자본주의의 분신이지만 인간의 정신,언어를 뛰어 넘는 형이상학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물물교환시대에서 돈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세상을 아귀다툼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돈이 되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시일 수도 있다.그런데 시인은 돈이 되든 안 되는 괘념하지 않고 돈에서 자유로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 도서는 2013년 봄부터 2014년 가을까지 《경향신문》에 '돈-詩'라는 자리를 빌려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시인이면서 저자인 정끝별은 내게는 생소하지만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감각에 맞춰 각 시인들이 쓴 시를 앞에 소개하고 해당 시를 해설하고 있다.제법 알려진 시인들의 시 작품들이 소개되어서인지 친밀감이 일기도 했다.당연 소개된 시 안에는 시인의 생각과 정념이 담겨져 있다.시가 생성하게 된 사회의 이념과 풍속,단상 등이 절 버무려져 있다.작품이 사회에 출간하게 되면 으례 검열.통과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김지하의 《타는 목마음으로》는 '납본필증'없이 사전 배포되었다 하여 안기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당시 창비 실무책임자였던 이시영은 '재산포기각서'를 강제로 쓰고 압수당한 1만여 권의 시집은 분쇠기에 파쇄당했다고 한다.결국 폐휴지값 5만 8천 원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파월(派越) 용병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통킹 만 사건으로 베트남 전쟁이 터지게 되고,당시 한국은 미국의 월남 파병 제안을 받아들인다.1965년 파월이 1973년까지 이어진다.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한국병사의 희생도 꽤 컸다.수많은 전사자,부상자가 발생했다.그곳에서 고엽제 피해로 10면여 명이 고통을 받고 그들에 대한 처우는 미미한 수준이다.참전수당으로 1인당 월 200달러를 받기로 계약했지만,정부는 국가경제 부흥 명목으로 30∼40달러만 지급했다는 것이다.아직 접하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를 그린 〈슬픈 고엽제 노래〉가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무심결 뿌려지는 물보라에 입벌려 맛본 고엽제,생선에게 고양이를 맡겼던"참극이었다.

 

 조만간 중국 위화의 작품 《허삼관 매혈기》가 각색되어 개봉예정이다.이와 연관지어 연상되는 작품이 팝니다,연락주세요(최금진 작)이다.

 

 (중략) 변기통의 물을 내리고

 씩씩하게 지퍼를 올리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으로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면

 화장실 벽에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

 제일 싼 血 팝니다

 자본주의 만세!

 

 신자유주의 시대는 자본가,기업가,힘과 권력을 향유하고 있는 소수계층의 배만 불리고 있다.정부는 그들에게 세금을 적게 하고 기업의 유연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과 진배가 없다.최소임금(5,240원/시(時))이 늘어만 가는 한국사회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집장만하는 것은 이제 사치스러운 말이 되었다.본능이라는 의식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돈이 있어야 부모형제,마누라,자식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돈의 시대에 시(詩)로 먹고 사는 것은 어려워도 한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시인은 돈타령,사회타령은 멀리 하고 오로지 사명감과 직업의식으로 시(詩)밭에 시 씨를 뿌리고 잡초 뽑으며 가을날 잘 익은 시 수확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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