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 걸지 마
수작가 글.사진, 임선영 그림 / 별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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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말이나 행동,계획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흔히 수작(酬酌)을 들 수가 있다.점잖게 표현하면 서로 말을 주고 받는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이를 요즘말로 하면 이성에 대한 관심 표명의 첫단계로 작업을 건다라는 말로도 쓰이지 않을까 한다.누군가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말과 행동으로 나설 용기는 나지를 않고 그렇다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넘어가다간 상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대부분 젊은시절 좋아하는 이성과 쉽게 맺어지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우여곡절이 빈번하다.될 듯 말 듯 하다 맺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인간의 마음,감정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으려는 경향이 짙다.일생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인 중대사이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법이다.

 

 <수작을 걸지마>를 쓴 수작가는 내성적인 성향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적면공포증과도 같이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어렵다 보니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말과 행동을 제대로 연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나도 어린시절 꽤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지옥보다 더 불편했다.특별하게 나설 기회가 많지도 않았지만 내 자신이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의.주장을 내세운다든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재치와 순발력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적이 거의 없다.누군가가 징검다리가 되어 주어 이성을 만나고 서로를 알아갔던 기억이 많다.지금이야 꺼릴것 없이 담담하게 내가 말하고자 행동하고자 하는 바를 토로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의 내 자신은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쇼킹한 일이 있다.네이번 밴드를 통해 중학교 동창 모임이 생겼다.중학교 시절 남.녀 공학이었지만 한 반에 남.녀학생이 혼재하여 학습은 하지 않고 같은 학교 울타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한 동창이 중학교도 연결하여 동창생활을 했던 것이다.그런데 밴드 모임을 결성(?)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생각도 못한 여학생에게 문자가 '떡'하니 날라왔다.이름하여 "나 00인데 기억하고 있느냐?"며 밴드모임을 통해 연락처를 알았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연락이나 하자는 것이었다.문자를 보자마자 이름과 얼굴 모양,대략의 성격만 알고 있는 여학생이지만 기억과 추억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통화연결을 하여 장장 1시간 이상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옛이야기에 넋이 나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그런데 동창생이 하는말,"나,사실은 중학시절 네게 마음이 가 있었는데,직접 표현할 자신이 없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시간과 세월이 흘러 이제야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 같았다.이에 "그랬구나"하고 하면서 내 자신이 그녀에게 과연 적합한 학생이고 존재였는지 통화가 끝난 뒤 내내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이제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되돌아 갈 수 없을 정도로 먼 길을 걷고 달렸다.이제는 서로가 좋은 추억,좋은 감정으로 앞으로의 삶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면서 긴 통화를 마쳤다.

 

 일상에서 소소한 일들이 참으로 많다.사람이 갖고 있는 '희노애락애욕정'이라는 감정이 그날의 상황과 습관,기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일상의 대부분은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에서 발생되는 것이다.그 가운데 사랑만큼 개인을 성장시키는 모티브는 없는 것 같다.'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 좋아하는 사람에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연결되면서 사람의 신경세포를 비롯,호르몬작용은 흥분과 설렘,행복이라는 호르몬 기제로 바뀌면서 몸과 마음이 들썩거린다.그런데 사랑이라는 행위도 중용을 지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몸과 마음이 타버릴 듯한 정열적인 욕망과 애욕행위는 타버리고 나면 재와 같이 가벼워지고 형상은 없어지듯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다.대신 사랑하는 사람과의 육체적인 행위도 삶에 활력소를 안겨 주지만 긴 세월 한 울타리에서 살다 보면 정신적인 교호작용과 동반자적인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그것은 어떠한 계기로 한쪽이 부재일 때 그 부재의 크기와 폭이 넓다는 것을 발견하고 실감할 때 있을 때 든든하고 고마웠던 기억들이 잔잔하게 마음 속으로 밀려 오는 것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소소한 일상과 풍경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 잊혀지지 않은 멋진 시간,멋진 추억을 그려보고자 했던 젊은 시절이 새록새록 두껍게 봉인된 기억의 캡슐을 뚫고 마음을 흔들어 댄다.거창하지도 않고 요란스럽지도 않게 이번 주말에는 소소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개인의 소소한 추억과 사연이 모여 사회집단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속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다 꺼내지는 않고 조금씩 비유와 상징 때로는 직유를 곁들이면서 추억거리를 만들려 한다.수작가의 글이 아기자기하게 매우 사랑스럽고 솔직담백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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