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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평점 :

도서 제목이 서민적이고 위화감이 없게 친근감이 물씬 풍긴다.비록 만날 수 없고 육성을 들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가미한다면 상상속의 인물이 마치 현실속에 나타난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독자는 저자의 참신하고 살아있는 어조에 푹 빠져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인물을 타임머신을 '두리둥실'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조선후기 무인 집안에서 중인 집안으로 전락한 김홍도는 삶의 전성기를 정조시대와 겹쳐져 있다.표암 강세황으로부터 사사를 받은 김홍도는 그림 그리기에 끼가 다분하고 능력을 발휘하면서 20대부터 국가급 화가로 거듭나게 된다.정조 어진을 비롯하여 금강산 유람도,화성능행도,단원도,염불서승도 등을 새롭게 접했다.주로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풍속도를 그린 김홍도는 화원으로서 정조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수묵화적인 풍경,서민들의 삶의 애환,일상에 더욱 심취하게 된다.그의 내면에는 지체가 높은 사람들의 세계보다는 땀과 눈물,일상의 각고(刻苦),풍자와 해학을 농도짙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한해영 저자는 실재하지 않지만 단원 김홍도 선생을 상상이나마 마음으로 만난 뒷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각색했다.튀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중간 입장에서 그림을 김홍도가 살았던 연대순으로 들려 주고 있다.서민들의 애환과 풍속도,김홍도의 연풍 현감 이후의 삶과 구름같이 살다간 삶의 이력이 고요하고 고귀하며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다.흰광목으로 만든 저고리와 도포,곰방대,갓,상투,짚신 등 전혀 인공의 미가 스며있지 않은 자연의 힘을 살짝 빌린 무공해,친환경 속에서 조선 민중들을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삶을 꾸려 나갔다.단원 김홍도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은 파장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네.맑고 선한 파장을 담아야지.광란하고 탁한 파장을 전해 대중을 현혹시킨다면,그 해독을 홍수나 맹수보다도 몹쓸 것이지.그러나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일세." -P66


서민들의 일상과 애환으로 각인되는 김홍도의 그림에는 색다른 분위기,기운을 연출케 하는 그림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노자출관(老子出關),군선도(群仙圖),도담삼봉(島潭三峰),범급전산도(帆及前山圖),표훈사(表訓寺),황묘농접(黃猫弄蝶),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옥순봉(玉荀峰),김홍도 자화상(추정) 등이다.18세기 후반은 탁기(濁氣)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상에 선계의 맑음을 전하고 싶다던 정조의 말씀에 의해 금강의 선경을 보여 주고,제2의 금강이라고 하는 옥순봉을 그려 헌상하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그에게도 삶의 시련이 닥친다.그는 연풍 현감으로 배속받고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으며 정치적 삶이 끊기며,가난과 고독 속에서 후반생을 맞이하게 된다.단원 김홍도는 정확히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현감에서 일반서민들으로 나락한 김홍도는 탈영증(화병)으로 마음 고생을 하다 기력이 쇠잔해지면서 생을 마친 것은 아닐까 한다.단원 김홍도는 예술의 참된 가치와 진정성을 깨닫고 줄곧 관철해 가고자 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