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자전거 타기에서 첫 키스까지, 학교에서 이사까지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남경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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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난생 처음 내 몸에 메스를 대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전신마취를 했기에 의식도 없고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9시간 정도를 차디찬 수술대 위에서 의사와 간호사,의료기기가 일산분란한 가운데 수술이 성공했던 것 같다.그리고 나는 중환자실로 와서도 마취가 깨어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무의식 상태 속에 부유하고 있었던 셈이다.살포시 눈을 뜨니 의사와 간호사,아내,어머님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데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지난 시간과 세월이 함축되어 한 자리로 밀려 오는 것 같았다.'죽지 않고  살았다'라는 자위감을 넘어 삶은 부침이 있어야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리고 하루라는 시간,회복이 빨라 일반병실로 옮겨지면서 하루 세 끼가 꼬박꼬박 제공되는데 한 끼가 시작되기 전 혈압 검사,피검사,혈당검사,의사 및 간호사의 회진(回診) 그리고 밤 10시 무렵이면 환자의 안전을 위해 환자 및 보호자 1인외는 출입을 삼가한다는 방송과 함께 하루가 지나고 또 날이 밝기를 몇 일이나 지속되었다.병실 생활이 날이 갈수록 지겹고 따분하면서 퇴원하는 사람,새로 들어오는 환자 등으로 병실은 마치 하루살이 인생과 같이 덧없는 공간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도서는 병실에서 읽었다.누가 보면 책에 걸신들린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평소 소신이기에 남의 시선을 괘념하지 않고 읽어 내려 갔다.몸이 성치 않은 가운데 가로로 몸을 간신히 눕혀 폐쇄적이고 지루한 시간을 달래어 갔던 것이다.거의 누워만 있는 시간이라 몇 분 정도 읽고 내용을 음미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그런데 수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몸에 단백질 성분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서인지 병원에서 주는 음식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가 없어 집에서 단백질 음식,과일 등을 챙겨다 주어 부족한 몸의 양기를 조금씩 채워 나가게 되었다.그런데 밤이 되어 병실의 불이 꺼지고 세상이 고요해지면 이상하게도 지난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과 같이 아니 만화 한 장 한 장이 편집되어 동화상으로 변해 가는 것을 맛보았다.내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최초의 기억인 요람(搖籃)에 눕혀져 흔들거리던 갓난아이였던 나의 모습부터 중년이 되어 삶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선명치 않은 장면(Scene)들이 상기가 되었다.병실에 있으니 잘 치료받고 퇴원하면 그만일텐데 나는 삶의 전반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켜 보려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고 걸음마를 배우고 취직과 결혼을 하며 자식을 낳고 늙어서 한 줌의 흙,먼지로 돌아가는 자연순환의 섭리를 따르는 존재이다.한 순간,하나의 사건들이 볼품이 없을지라도 삶을 이어가는 통과의례이다.일상의 다반사도 조그만 의식이 쌓이고 쌓여 습관과 인습이 되어 가면서 사회 및 집단의 문화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저자의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역시 동.서양,인종,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든 겪어야 할 일반적인 사항이면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 징검다리와 같이 간극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막 태어난 갓난아이의 꼬물거리는 손가락,발가락 그리고 벌어지지 않은 하품을 생리본능에 따라 하는 모습은 조물주가 잘 빚어 놓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그렇게 예쁘고 가녀린 아이가 커가면서 자아의식이 커지고 반항기에 접어들게 되면 부모의 속을 얼마나 썩히는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아이가 사회인이 되고 취직,결혼할 무렵이면 부모는 60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들면서 삶의 후반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죽음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아무리 경제수준과 의학이 발달했어도 인간의 수명은 살 만큼 사는 것이 최상(The Best)이 아닐까 한다.내 병상 맞은 편에 누워 계신 노옹(老翁)은 혈관문제가 있어 입원하게 되었지만 너무 노쇄하여 회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여서 보호자를 비롯하여 보는 내 시선도 안타깝기만 했다.게다가 늘 코에 경구관을 꽂은 상태에서 주치의의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허벅지살에 욕창이 생겨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상처가 깊게 패여 있었다.내가 퇴원할 무렵 상태가 호전되면서 캔에 들어 있는 죽을 코로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상태가 호전되어 무사히 두 발로 걸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병상생활을 통해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보았던 산증인이다.조금만 지체되었더라면 이 세상을 다시는 보지 못할텐데 운명의 여신은 나를 다시 살려 주어 고맙기만 하다.다시 살아 났으니 의미 있는 삶을 살아 보련다.불필요하고 소소한 것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툴툴 털어버리고 새로우면서 활기찬 삶으로 생각과 사고를 바꿔나가려 한다.그리고 한 순간 한 순간의 삶을 허접스럽게 보내지 않도록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려 한다.무의식 속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해 준 모든 분들 그리고 영적인 존재까지도 감사한 마음 억누를 길 없다.이번 기회를 통해 통과해 나가야 할 인생의 주요 징검다리를 건너오고 건너가야 갈 것이라는 것을 여러 각도로 성찰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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