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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 독방에 갇힌 무기수와 영문학 교수의 10년간의 셰익스피어 수업
로라 베이츠 지음, 박진재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적으로 격리,배제되어 갱생의 길을 걷는 자에게 삶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사회에서 폭행,살인을 일삼아 영구적으로 사회격리를 선언받은 이들에게 접근하여 학습과 토론을 하여 죄수들의 존재감과 삶의 의미를 인식한 보기 드문 실화는 그 자체로 값진 의미가 아닐 수가 없다.1급 죄수로 불리는 중경비 교도소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들로 삶의 희망을 놓아 버리고 죽음의 환영(幻影)에 덧씌워져 있기에 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깊은 속죄와 삶으로의 희망을 다시 찾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감동과 울림이 있는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을 띠고 사회에 대한 불만,인명을 파리 목숨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삐뚤어진 내면세계가 증폭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살인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특히 미국과 같은 사회는 총기 살인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억눌린 피해의식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살인사건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중형을 지은 죄수들에게 지난 삶을 되돌아 보고 속죄를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과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교화의 전도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로라 베이츠 저자이다.영문학 교수로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주요 내용을 들려주고 토론하는 방식을 통해 중죄인들의 과오를 뉘우치게 하고 삶의 희망을 찾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쿡 카운티 단기교도소에서 3년 정도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으로 교육 수업을 하다 인디애나 주(州) 워배시 벨리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토론수업을 진행했다.주로 20∼35살 흑인들로서 학창시절 씻지 못할 살인을 저지르면서 가장 삼엄하다는 SHU(Secured Housing Unit)에서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으로 재소자들에게 단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수업 과제물을 주고 받기도 했다.재소자 가운데 폭행 전과,도주 전과,흉기 소지,자물쇠 조작,탈옥 시도,집단 농성,구타,무기로 구타,교도관 구타로 종신형을 받은 재소자 뉴턴은 로라 베이츠 저자가 가장 눈여기고 학습과정에서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보여 주어 뉴턴(래리)에 대한 얘기가 중점적으로 전개되고 있다.학창시절 살인사건을 저질러 종신형에 처해진 이들은 고전과도 같은 셰익스피어의 난해한 작품을 인내와 끈기로 지속적인 학습을 하려는 재소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뉴턴은 행형도 양호하고 저자와의 학습부문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희곡의 내용이 위주가 되어 학습이 이루어지면서 로라 베이츠 저자의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인간적인 면모에 뉴턴은 상실된 인간성을 되찾아 가면서 자신의 존재,삶의 희망을 되찾아 갔던 것이다.두껍게 꽁꽁 얼어 붙었던 얼음장이 봄날 따사로운 햇볕에 녹아져 가듯 재소자들에게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은 정상적인 인간의 심성을 되찾아 주고 있다.진정한 교육을 통해 재소자들에게도 삶의 자유와 희망이 찾아 온다는 메시지를 깊게 각인시키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음미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새롭게 접하는 마음으로 주요 내용을 재소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한 그 일을 생각하기 두렵소.
감히 다시는 그 일을 보지 못하겠구려. - 『맥베스』2막 2장,P93

어머니 날 래리가 로라에게 보낸 카드
나는 '묻지마 살인' '연쇄살인'과 같은 사회를 혼란과 불안을 조성하는 살인사건은 (안됐지만)사회적 영구 격리를 해야 한다는 주의(主意)다.종신형 무기징역에서 사회적 여론과 반응,행형의 고과를 따져 감형,사면과 같은 정치적 제스처는 못마땅하게 생각한다.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법이 살아 있음을 한층 더 각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교도소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갱생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대충 교도소 생활을 하다 풀려나면 또 다시 유사(類似)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태반이다.다만,이 글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학창시절 끔찍한 살인사건에 의해 들어 온 죄수자들로서 일관성 없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공통점이었다고 한다.부모의 극진한 사랑,부모의 씻기 어려운 학대는 청소년들이 사회인이 되어 과연 완전하고 정상적인 인격체로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로마 베이츠 저자와 같이 인생을 설계해야 할 시기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이들에게 삶의 존재와 희망을 안겨 준 것은 대단히 값진 프로그램이 아닐 수가 없다.뉴턴(래리)는 자신의 최종 업적으로서 워크북 『죄수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전집 안내서』를 완성했다고 한다.한국에서도 이렇게 훈훈하고 감동스러운 재소자 갱생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그들에게 삶의 존재와 희망을 안겨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