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아름답고 고귀하다

 

인간은 집착과 미련을 쉽게 내려 놓지를 못한다.그래서 마음의 병이 생기면서 씻을 수 없는 회한과 분노로 남게 되는 것이다.집착과 미련은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사항일 수도 있지만 길게 끌고 갈 사항 또한 아니다.그래서 집착과 미련은 잠깐 왔다 가는 뜨네기 손님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는 생각이 들며 오래 안고 품다가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져 생과 사를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즈음에 몸과 마음에서 체득한 것이다.

 

 나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과 같은 선(禪) 수행을 해보고 싶다.이것은 국민학교 동창에게 들은 얘기인데 하는 일,인간관계가 순조롭지 않고 몇 년간 지칠대로 지친 친구는 절에 가서 영가(靈駕)의식을 치뤘다고 한다.몸 속에 기생충과 같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잡스러운 생각과 번민에서 벗어나고자 영가 의식을 했는데,지금은 몸도 마음도 말끔해지면서 일,인간관계,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나 역시 가정사,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여 몇 년 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내 자신을 깊게 성찰하고자 독서를 통해 마음을 다 잡으려 하고,마음 속에 집착과 미련과 같은 것들을 쓰레기 분리수거하듯 하나 하나 정리하고 버리면서 나에게서 멀리 멀리 보내려 하고 있다.또한 명상집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뇌를 좀 더 가볍고 청량감 있게 스스로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무소유라는 의미와 실체,본령을 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법정 스님을 비롯하여 한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스님들의 선 수행과 같은 말씀,현실적인 삶 속에서 처세,가족과 사회에서의 의무와 책임과 같은 본령을 인식하면서 내 방식대로 삶아왔던 잘못된 방식,방향을 수정하고 새롭게 다져 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삶의 의미를 한층 부여했다고 생각한다.먹고 살기 위해 모든 개개인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삶의 전쟁터에서 몸은 지치고 마음의 영혼은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무겁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심상을 가볍고 단순하게 재조정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인다면 각박하고 재미없는 삶에 더욱 살 맛 나는 윤기를 더해 주지 않을까 한다.그러한 맥락에서 허허당 스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답고 놀랍고도 신비로운 예술이라는 말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아름답고 고귀한 것으로 여기시는 허허당 스님의 함축적인 언어와 서정적인 시적 묘사는 절로 감흥을 일으키게 되었다.

 

 부제목이 모두 잠자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머물지 마라,그 아픈 상처에,찾지 마라,잃기 쉽다.지금,그대는 무얼하고 노는가,마음 감옥에서 나오니 눈이 떠지네,마음이 헛헛할 때 허허하기에서 집착과 미련이라는 그릇된 욕망과 탐욕,질시라는 본능에서 한차원 높은 지혜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소소하고 보잘것 없는 미물(微物)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사람과 사물,자연이 합일(合一)하게 되는 세상을 마음으로 그려 보았다.고등동물인 인간이 우주 만물 중에 가장 영리하면서 가장 사악한 존재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생각도 허허당 스님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특히 내것으로 삼으려는 고집불통의 소유욕이 가장 인간의 심신을 망가트리는 원인이라고 본다.매사 미리 준비하고 궁리하면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겸양지덕,세상에서 필요한 소금이 되기 위해 자신의 그릇을 키워 나가려는 확고한 신념과 열정과 같은 마음 챙김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삶의 근간이 아닐 수가 없다.머리가 복잡하고 불안하며 힘들 때에는 어린 시절 자연을 벗삼아 자라던 시절을 마음의 사진첩에서 다시 끄집어 내곤 한다.

 

 달은 겨울 달이 최고

 알몸의 산 능선을 구르는 달

 빈 나뭇가지에 걸린 달

 찬바람에 씻긴 듯 핼쑥한 달

 그리고

 손을 들면 콱 무는 달  - P123

 

 허허당 스님은 사람,차,건물,이기심으로 혼탁한 도시를 떠나 산과 들,해와 달,곤충과 동물과 같이 사람에게 해(害)를 끼치지 않는 유익하고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면서 친밀성을 높이자는 언어들이 무수히 많다.스님의 글들을 읽어가다 보니 어느덧 마음 챙김이 새로워지면서 삶의 방식,생각의 틀마저 바뀌어 가고 있다.잊혀지고 쉽게 지나치고 있는 존재들에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서 인생의 깨달음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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