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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회 범죄 사건은 사건의 대소를 불문하고 세인들에게 충격의 도가니로 집어 넣는다.'묻지마 살인 사건'이 횡행하면서 신체적 약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유인하고 폭행하며 치사(致死)이 이르는 건수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미디어에 발표되는 것은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사법계의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가해자와 섣불리 고소.고발을 했다가 가해자로부터 이중,삼중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자의 모질지 못한 연약한 심성이 사회 범죄의 그늘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사회 범죄를 다룬 실화성 다큐멘터리 또는 범죄 소설을 접하게 되면 우선 먼저 사건.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사건의 전말에 온통 집중하게 된다.주로 남.녀간 치정과 원한,복수심리와 같은 응어리가 쌓이고 쌓여 일순간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살해를 주도면밀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범죄 수사학이 발달하면서 법의학도 동반 발전하게 되었는데,아날로그적인 수사방식을 넘어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는 것들이 많아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그런데 용의주도하게 법망,수사망을 우습게 생각할 정도의 용의자의 묘연한 행방은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듯 용의자가 수사를 방해하는 배경에는 용의자를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어 수사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되고,수사를 맡은 검.경의 수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의 향방을 지켜 보면서 흐지부지하게 되고 마는 경우도 자주 본다.
1920년대 후반 미국은 주가 폭락과 함께 대공황을 맞게 되면서 루즈벨트은 뉴딜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 힘을 쓰지만,경제 한파로 인해 실물경제가 죽고 미국인들의 생기도 축 가라앉아 있던 시기에 '희대(稀代)의 살인 사건'이 터지게 된다.일명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라고 불리워지는데,서유럽에서 미국 동부지역으로 정착하게 된 이주민들이 뉴욕 빅맨 플레이스에 정착을 하게 된다.당시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사회적 범죄가 속출하게 되고,언론은 이를 부풀려서 세인들의 관심과 흥미거리를 조장했던 것으로 보인다.일명 황색지라 불리는 '타블로이드 판' 범죄 이야기가 선정적이면서 인간의 악랄함을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다.뉴욕 타블로이드판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발생지 빅맨 플레이스에서는 어떠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을까.
유부남이면서 독일 자본가인 프리츠 겝하드 박사가 스트레츠라고 하는 애인에게 피격당하게 되는데,그녀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언약에 의해 들뜬 스트레츠 여인은 자본가 남자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부푼 마음에 들떠 있었다.그런데 프리츠 겝하드가 언약을 깨버리자 배신감에 권총으로 그를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그녀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작가 지망생이기도 했다.그녀의 사건을 맡은 검사,변호사들은 그녀를 팜므파탈로 규정지었는데,당시 독일인 자본가를 총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은 물리적 힘으로 되지 않기에 자신을 방어하는 차원인 정당방위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뒤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밥이다.밥은 뉴욕 이스트 맨해튼의 상류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세 명의 여인이 알몸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가해자는 밥이다.그는 연쇄살인 사건의 중심인물로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여겨진다.그는 결손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부모가 이혼을 한 상태에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부두,벌목꾼,과일 따기,통조림 공장에서 막노동을 했던 것이다.그러던 중 밥은 예술적 재능이 있어 조각가가 되면서 돈 버는 일에 주력하게 된다.그는 무기를 은닉하는 것을 시작해서 자신의 성기를 거세하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정신병동에 다섯 번이나 들락날락했다.그 후 파티걸이라는 여성이 살해되면서 수사 초동단계에서는 그를 혐의자로 두지 않았지만 전과(前科)와 행적을 놓고 그를 강력한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파밥은 섹스광(狂)으로 낙인 찍히고 죄상(罪狀)이 무거워 총 139년이라는 징역형을 받게 된다.그는 전기형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언도가 떨어지던 날,그는 형량이 억울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지난 삶의 과정이 분열과 우울의 나날이었는지 재판관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밥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가정환경의 결핍은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만,정신분열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은 치료와 죄값을 받아야 마땅하다.밥에게는 '빅맨 플레이스의 미치광이' '부활절의 살인자' 그리고 '미치광이 조각가'라는 오명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당시 뉴욕 타블로이드판은 앞다퉈 선정적으로 보도를 하려고 했다.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면서 판매부수를 넓히려 했던 것이다.사건의 진실을 외면한 채 선정성만 몰두하게 된다면 사건의 진실은 잊혀지고 허구 아닌 허구만 재생산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