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말
최강민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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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는 겉무늬만 화려하고 요란만 잔뜩 풍기고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뼈저리게 느낀다.그것은 물리적,환경적,정신적인 면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속칭 속 빈 강정과 같은 꼴이라는 것이다.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정밀하게 해부할 처지와 입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서 사회는 소수계층 위주로 돌아가고 대다수 중산층 이하는 소수계층이 짜놓은 사회제도,사회시스템이라는 카르텔에 종속되고 말았다.정치 민주화가 되었으면 뭐 하냐,생각과 감정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려는 상생의 설계도가 빈약한데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입에 담을 수 있고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외칠 수가 있단 말인가.게다가 작금 세수(稅收)확보<우회 증세> 차원에서 물가를 올리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졸속 행정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느 계층을 위한 일이고 어느 계층을 죽이는 일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한국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길로서 흑백논리를 떠나 다양성이 존중받고 뿌리를 내리는 것을 마음으로 바란다.386세대로서 대학시절 4월만 되면 대학가는 정치민주화를 요구하기 위해 투석과 최루탄이 난무했다.간절히 바라면 된다고 하듯 결국 정치민주화가 대학생 및 뜻있는 사람들의 힘에 의해 성취되었다.어느 덧 27년이 흐르고 사회의 모습도 상전벽해와 같이 변했다.그런데 정치 민주화의 본모습은 어느 곳에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국가를 대표한다고 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 본모습을 찾을 수가 없으며,지역 일꾼이라고 하는 의원들 조차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도 하듯 색깔과 이념도 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왜 이렇게 되었을까.모두가 자본의 권력 즉 '밥그릇 챙기기'라는 생존 본능으로 똘똘 뭉쳐져 있기 때문일까.그래서 정치하는 사람,정치 얘기는 신물이 날대로 나버려 아예 관심 밖이 되버렸다.김지하 시인이 1970년 발표한 오적(五賊) 즉,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將星),장차관이 생각난다.높으신 신분,지체로 조직과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오적에다 언론,사법권은 어떠한가.모두가 밥그릇 쟁탈전에 극(極)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평론계의 어제와 오늘의 풍조에 대해 분야와 사례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는 최강민 평론가의 《고독한 말》을 읽으면서 한국사회의 힘은 자본에 있다는 것을 새삼 피부로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자본의 힘은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선망이고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자본이 있어야 사람 행세를 할 수가 있으며 행복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실상이다.20세기 초반 한국 사회에 태동하기 시작했던 동인지,문학 평론지를 비롯하여 해방후 시대별로 평론지는 정권의 코드의 부합여부에 따라 생멸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현재는 출판 자본을 기축으로 문예지는 난쟁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평론지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학창 시절 많이 접했던 월간지,계간지,주간지는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다.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웹진 시대의 발흥으로 오프라인 평론지의 운명은 암울하기만 하다.

 

 권력에 저항했던 작가들의 쓴소리,바른 소리는 정권에 빌붙은 계층에 의해 흑백논란으로 번지고,우상으로 받들어졌던 인물들이 생각과 이념이 바뀌면서(개인적,사회적 환경) 변절(變節)로 개인의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또한 신자유주의가 기업의 유연화를 내세우면서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시대의 돌연변이를 낳았는데 그 피해자는 오갈데 없는 철거민의 참상이었다.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용산 철거민 대참사>의 처음과 끝 모두 철거민의 아픔과 고통,애환의 연속이었다.법정에서 언도된 판결도 철거민의 편이 아니었다.게다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거대 자본,인지도가 높은 출판 자본을 바탕으로 좋은 학벌 모시기에 급급하면서 작가의 잠재력,능력보다는 판매부수,영업력에만 모든 것을 거는 출판업계의 실상을 접하니 반신반의했던 마음이 전의(全疑)로 전락하고 말았다.이제 출판업계,평론지도 자본력,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사장될 것이라는 것이다.교수사회,작가 사회,출판 업계,현실 정치와 사회 모두가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부합되어야 하고 맞춰 나가지 않으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 불문율이다.자신의 소신과 색깔을 낼 수가 없게 되었다.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과 색깔을 잃지 않고 대쪽과 같이 나가려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자본의 힘에 굴복하여 마지 못해 따라가는 천민(賤民)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초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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