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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삶에서 4대 요소라고 하면 물,공기,땅,불이다.이 모두는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이며 고마운 존재일 뿐이다.물,공기,땅,불이 한시도 없다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이고 지탱해 줄 것인가.그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고 만일 4대 요소가 사라진다면 인류도 자연 절멸될 것이다.그런데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상과 사건,사고,소소한 일들을 그림이나 글로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려는 문명의 진화가 있었다.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문명의 획을 그었던 것이고,동식물과 같은 지능이 낮고 말을 못하는 생물들은 본능에 의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그림과 문자,글로 기록하려 했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고대 중국,메소포타미아,이집트 등지에서는 거북의 등껍질,소 어깨뼈,죽간,파피루스 속껍질 등을 이용하여 그림과 문자를 새겨 넣었던 것이 중국 채륜(蔡倫)이 종이를 발명하면서 종이는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게다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직지,쿠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듯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은 경이로울 정도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던 것이다.그런데 모든 자원이 그러하듯 종이의 원료는 대부분 나무로 구성이 되었는데 산간에 식재되어 있는 목재를 벌목하다 보니 이제는 산림이 황폐될 지경에 이르렀다.산림자원의 부족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 일으킬 것은 뻔하다.
내가 근거리에서 보았던 종이 만드는 과정은 닥나무를 베어 삶은 뒤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제지공장에 보낸 후 제지사에 의해 전통 한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던 것이고,일반종이에 대한 것은 책자 및 주워 들은 것이 전부이다.종이가 인간에게 주는 편리함과 고마움은 물,불,공기,땅의 존재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띠고 있는 것이다.종이로 만든 물건은 셀 수도 없고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지천에 깔려 있다.그런데 생활 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종이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특히 1회용 물건에 쓰이는 종이,화장지,사무용 서류 등이다.그린벨트 해제,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심하게 훼손.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절약해야 할 종이마저 함부로 쓰게 된다면 이는 사회적,경제적 타격과 함께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다.요근래에는 종이의 재활용이 활성화되면서 이미 사용한 종이를 재생산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나무는 자원이면서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자원빈국인 한국은 나무를 비롯하여 에너지 자원에도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인공물이면서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종이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는 《페이퍼 엘레지》는 종이의 제작부터 나무,지도,책,돈,광고,건축,예술,장난감,종이접기,영화 및 그 외의 것들을 심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소설가이면서 비평가인 이언 샌섬 저자는 책에 대한 감식안과 탐구력을 바탕으로 종이에 대한 애정과 비애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종이를 통해 종이를 이용해서 현실 속에 나나타는 것들은 참으로 많다.바로 눈 앞에 두고 있는 도서를 비롯하여 신문지,연습장,포켓용 다이어리,달력,벽지,봉투,서류,공문서,골판지 종이,색종이,종이 인형 등 다양하고 다채롭기만 하다.종이로 만든 것들은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끝없이 종이가 되고,종이가 우리가 되고,우리의 인공 피부가 된다.우리의 존재가 곧 종이다.종이는 행동의 바탕이고 우리가 하는 일의 동반자고 과거를 이해하는 열쇠다. -P22
나무에 의해 만들어지는 종이는 기계 및 화학이 발달하면서 펄프,표백 공정을 거쳐 제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한층 종이 사용량은 증가하게 되었던 것이다.또한 손재주를 이용한 종이의 예술성은 종이접기,종이 인형,종이 오리기,종이 옷 등 다양한 쓰임새로 번져 나갔다.게다가 건축,영화와 같이 다양한 산업에도 두루 활용되는 종이는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면서 위축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특히 e-book이 도서시장에 침투하면서 페이퍼 북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도 근자의 풍속도이다.시시각각 속출하는 종이로 만든 책을 비롯하여 간행물,잡지,신문,홍보지,팸플릿 등까지 합하면 지구는 종이더미로 휩싸일 것이다.디지털 문화가 팽창일로의 종이 문화를 얼마만큼 잠재울지는 미지수이지만 (개인적으론)종이로 만든 도서가 전자책보다는 더욱 애정이 간다.물론 전자북을 일부러 구입하지는 않았다.종이책을 넘기는 손놀림 속에서 육감을 느끼고 살아 있는 활자체를 몸과 마음으로 체감할 수 있어 생전에는 종이 책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리려 한다.
종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사연이 담겨져 있는 《페이퍼 엘레지》는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영리함에 의해 삶은 비록 풍요로워졌지만 산림의 훼손.파괴 등 자원 부족 현상을 초래하는 부정적 요인도 많다.종이는 인간의 삶에 필요하지만 함부로 쓰고 버리는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행위는 성숙된 시민으로서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마운 존재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종이를 통해 쓰임과 용도를 정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