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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삶은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가역적(可逆的)이고 변화무쌍하기만 하다.그래서 인생계획을 크게 짜되 수시로 반복 수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환경에 쉽게 변하고 치열하리 만큼 경쟁을 하지 않으면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에 개개인 모두가 고민과 갈등,스트레스와 우울이 쌓여 가는 것이다.게다가 이러한 상황하에서 건강관리,인간관계마저 소홀히 하게 된다면 삶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태어나 죽음에이르기까지 한순간이라도 잔잔하고 평화로운 호수와 같은 일상을 누려 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있는 그대로 보라(如實知見)." - 붓다의 말씀 -
붓다가 말씀하신 팔정도 가운데 사성제(四聖諦)가 있는데 있는 그대로 보라는 인생의 현실이 괴로움으로 가득차 있으니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제도와 체제에 순응해 가면서 번뇌,열반을 넘어 팔정도까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일반인의 시각,현실적인 면에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깨닫기까지는 각고의 마음 다스리기와 수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불교는 붓다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여 소승불교,대승불교로 나뉘어지고 현재는 마음 다스리기,마음챙김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저자 마크 웹스타인은 정신치료사이면서 동양 수행에 매료를 느끼게 되면서 붓다의 삶과 그의 가르침을 트라우마의 치료법으로 소개하고 있다.흔히 외상후 스트레스를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이것은 결손가정,전쟁,난민,폭행과 같이 외부의 힘에 의해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서 긴 시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와 고통이다.부모의 무관심,애정결핍 내지 불안한 양육은 내적인 예후 및 징후가 없다가 우연한 상황과 연결되면서 마음을 갉아먹게 되는 증상이다.이러한 현상은 심리치료사와 꾸준한 상담과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망각이 되지 않은 고질병이기도 하다.붓다의 경우는 왕족 출신이었지만 생후 7일만에 친모 마야가 작고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세상의 불공평하고 부조리함에 환멸을 느끼면서 스스로 6년 정도를 수행길에 나섰던 것이다.그리고 깨달음을 얻고 보리수 아래에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물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가 마른 바닥에서 몸부림치듯
내 마음도 온종일 파닥거린다 『법구경』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이고 죽을 때도 혼자가 되는 존재이다.미물이면서도 가장 영악하면서 현명하기도 하다.원초적 트라우마로서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학대이 원인이 될 수가 있고,부모의 유전인자를 닮아 기질적으로 상처와 고통이 오래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세태가 경쟁위주이고 입신출세가 최고라고 인식하는 사회이다 보니 개개인 모두가 총성과 '댕강' 칼 부딪히는 소리만 없지 전쟁터 그 자체이다.이러한 일상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고통과 상처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누군가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취하면서 자아실현을 누릴 것이다.붓다는 제자에게 주는 설법으로서 감각적 쾌락의 덧없음을 설명하는 한편 보시(普施)와 덕을 천상에 설법했다.또한 내가 행복을 원하다면 타인에게 먼저 베풀어라,사염처(四念處)인 몸,느낌,마음,현상에서 마음 다스리기,마음챙김을 해야 한다고 설법하고 있다.
2,500여 년 전의 붓다의 말씀은 자비심이 핵심이다.지금 트라우마로 속앓이를 하고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사람이 있다면 위로와 격려를 진심으로 전해 새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사회공동체가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이기주의,배타주의도 개인의 트라우마를 낳게 하는 요인이다.나(우리)만 잘되면 그만이다 라는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를 지양하여 보다 밝은 사회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붓다의 말씀을 정신치료에 이입하고 있는 마크 엡스타인 저자의 동양 수행의 진지하고 세심한 면모가 이색적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