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어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츠키 히로유키 작가를 알게된 것은 <청춘의 문 시리즈>를 통해서이다.마치 작가의 청년시절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프레임이 가득 깔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와세다 대학 러시아문학과를 다니다 학비가 없어 퇴거(중퇴)를 하고 마는데,청춘의 문의 주인공이 바로 경제적 결핍과 정신적 방랑을 하는 시기를 그린 글이었다.청춘의 문을 읽으면서 문득 지난 내 청춘은 과연 알차고 튼실했던 시절이었는가를 성찰해 보는 값진 시간이었다.그외 불교적 인생관이 잘 담겨져 있는 <타력>과 <대하의 한 방울>도 여운과 울림이 컸다.

 

 이번 작품은 이츠키 히로유키 작가의 전반생에 있어 회고와 성찰을 담은 글로서 유년기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의 생활과 청년기,작가로서 작품 활동과 그와 교유했던 사람들과의 편린이 잘 담겨져 있다.인생은 부평초와 같은 존재이련가.작가는 한 곳에 지긋하게 정착을 하지 못하고 집시(jipsy)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글 전반에 드리워져 스산한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소학교시절을 보내면서 주로 관사에서 생활을 하고 한국학생들과는 거의 소통과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전라도,평안도,서울(경성)을 오고 가면서 종전(終戰)을 맞게 된다.전쟁 패전국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 작가는 평양에서 일본인들끼리 숨어지내다 판문점을 넘어 귀환하게 되고,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다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지만 학비를 내지 못해 학업을 마치지 못하게 된다.

 

 가난하고 풍족하지 못했던 1940,1950년대 담배 한 개비도 반으로 찢어 불을 붙일 정도였다고 한다.풍족하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작가는 르포라이터,방송작가,편집자 등을 거쳐 <창백해진 말을 보라>로 1967년 나오키(直木)상을 수상하면서 창작활동에 전념하게 된다.주거는 이시가와현 가나자와시에 적(籍)을 두고 활동은 도쿄에서 이루어진다.서울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쿄를 떠나 유유자적한 생활이 가능한 가나자와에서의 삶은 그에게 정신적 풍요로움과 작품의 소재,영감의 활력소가 되었으리라.이츠키 히로유키 작가는 유년시절 친부께서 하이쿠(俳句)의 작법을 사사받은 것이 후일 창작의 유훈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황량한 바다에 내던져진 존재인지도 모른다.거칠고 무심한 망망대해에서 본능적인 생존법으로 몸부림치는 존재일 것이다.거친 풍랑을 헤치고 살아가려는 주체적이고 진보적인 존재는 세상에 빛줄기가 될 것이다.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평범 이하의 수준에서 머물 것이다.세상일이 녹록치가 않은 매몰찬 경쟁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노작가로서 지난 시절의 단편적인 필름 조각들을 스스로 영사기에 비춰 작가의 추억을 비춰주고 있다.삶의 경륜과 세월의 진한 흔적들이 촘촘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중간 중간 한국에서의 유년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반추하는 것을 보니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생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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