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청록파 시인 중 한 분인 박목월 시인의 삶과 인생을 밤에 읽는 심정으로 접했다.박목월 시인에 대한 너무도 단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는 옹골차게 다가서는 느낌이었다.박목월,조지훈,박두진 3인방이 모여 엮은 청록집(1946년)은 세 분이서 각자 15편씩 시를 골라 교정을 본 뒤 만든 시집이다.청록집은 몇 년 전에 읽었던 터라 청록파 시인의 시들은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많아 매우 인상 깊고 공감을 자아내게 했다.

 

 경주에서 태어난 박목월 시인은 이십대 초반까지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시작(詩作)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박목월 시인은 30년 가까운 시작 생활 가운데 세 권의 시집을 냈다.<산도화(山桃花)>,<청담(晴曇)>,<난(蘭).기타>를 냈다.청록집이 나온 후 10년간의 작품들을 정리 수록한 것이 산도화이고,그 후 5년 간격으로 작품화한 것들이 각각 청담과 난.기타이다.세 작품들은 시기마다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산도화는 초기엔 운율을 중시하면서 짧으면서도 함축미를 꾀한 것이 많았지만 후기에 이르러서는 한국전쟁,육친의 죽음,사랑과 운명을 체득하면서 인사(人事)문제로 기울어지고 내면에의 성찰력도 깊어져 갔다.청담에서는 시의 형식이 완만하게 흘러가면서 소재도 구름이나 달 같은 천상적인 것에서 지상적인 것,일상생활의 비근(卑近)한 것에서 얻은 것들이 많다.난.기타 인생의 운명이나 사랑을 다루면서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성장과 변모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삶의 중후함과 노련미를 넓고 긴 정신적인 차원에서 그렸던 것이다.

 

 박목월 시인의 가정적인 삶과 부부애,사랑과 고독,가장으로서의 삶의 책임과 전인적 변모 그리고 청록파 시우(詩友)들과의 만남과 헤어짐,헤르만 헤세의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잘 담겨져 있다.기독교 집안으로서 시인 박목월을 이해하고 내조하는 부인의 얘기와 오로지 시작에만 몰두하는 시인의 삶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생계와 (자식들에 대한)교육은 늘 뒷전이었다.시인의 아내라고 생계를 등한시하는 남편에 대해 서운한 감정,불만이 없겠느냐마는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남편이 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내조했던 것으로 보인다.아내는 자식들이 성장해 가면서 공납금,등록금 등을 챙기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돈을 챙겼을 것이다.큰 딸이 첫직장에서 첫월급을 타와서 봉투째 부모님께 드리는 장면을 접하면서 마음이 뭉클했다.시인은 자식도 돈 쓸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월급봉투를 받지 않고 물렸지만 큰딸은 부모님,오빠,동생들에게 모처럼 선물을 돌리면서 가족애를 한껏 발휘했다.세대간 격차가 큰 만큼 요즘 젊은이들이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또는 형제자매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예전과 같이 부모님의 내의를 사드린다든지 하는 풍습은 거의 찾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박목월 시인은 사랑과 고독은 예술의 어머니라고 하고,진정한 행복은 인간의 감정의 샘에 무지개의 뿌리가 박히는 경우 무지개가 행복일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시 여기고 사랑은 순간적이고 허무한 성적인 쾌락을 넘어 각자의 삶을 주체적이고 견고하게 해 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깊은 사랑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나아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성형수술,보톡스 등을 행하면서까지 행복을 찾으려 하는 요즘 일부 계층의 경박한 행위는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행복의 정의는 매우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실체적인 것이다.행복을 느끼는 점에서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행복은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내면심리가 정결해지면서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오래도록 삶을 함께 나누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행복은 잡으려고 하면 멀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사랑과 평화가 가득찬 시간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샘이 아닐까 하기도 한다.

 

 글의 말미에서는 <독서의 즐거움>을 피력했다.

 

 독서는 의무의 길이 아니고 사랑의 길을 걸어야 한다. -P234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저자(작가)와의 만남을 마음으로 접하고 책속의 내용을 지식으로 주입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음미하는 가운데 독서의 즐거움이 더해 갈 것이다.의미없게 강요된 독서보다는 자신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삶의 질을 고양시키고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도서들을 선정하여 읽어야 제대로 된 독서가 될 것이다.그러한 독서가 심화되어 간다면 인격을 고취하고 진리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박목월 시인의 소소한 삶의 이력과 시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관조하게 되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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