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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번 추석 역귀성한 남동생,서울에서 찾아 온 여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 세대가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나누었다.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대한 교육비와 노후,건강 등을 고려할 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얘기도 했다.화장 문화가 정착되어 가면서 죽은 조상의 은덕은 생각하되 자신들 앞가림 잘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만의 삶을 누리기를 바라고,개인주의 및 조상숭배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지금 세대들이 제사를 지내려 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다음 세대는 잘하면 명절 날 식구들끼리 모여 혈육애를 나누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도 했다.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떠나고 싶은 곳을 향해 자유를 맘껏 누리는 것으로 족하다고도 했다.
지금 시대는 탈산업화,정신 노동이 대세인 서비스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또한 여성이 사회생활의 중심에 있어 여성의 발언권과 경제력이 막강하기도 하다.1세대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이러한 시대의 사조 및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패미니즘이 강해지고 마초적인 남성상은 여성의 대세에 중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이다.그래서인지 산업도 중화학 공업보다는 교육,레저,육아,서비스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여성이 일선에서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는 업종은 당연 교육과 보험업계가 아닐까 한다.특히 인성과 교육 두 마리를 다 잡아야 하는 일선학교는 여성일색이고 남성 교사는 '가물에 콩나듯'드물기만 하다.남성 교사를 이럴 때 군계일학이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내 생각에는 질서와 절도를 중시하는 면에서는 남성 교사의 영향이 크고,배려와 존중,관계 면에서는 여성 교사의 영향이 크기에 교사수도 균형이 잡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와는 다른 면이지만 현대사회가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자신의 관심사 이외에는 아예 거들떠 보지를 않는다.인간관계도 대면을 통한 만남보다는 스마트폰,컴퓨터,오락기 등과 같이 비인격적 대상과 놀이 위주로 소통과 교류를 해 나간다.청년 백수,비정규직층이 두터워지다 보니 생계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회 자화상이다.그래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현상이 생긴 것이다.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는 가운데 정보 공유,인간관계의 진전이 있을텐데 개인의 기질 및 자격지심,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집안에 틀어 박혀 유리형 기기와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재택근무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모든 일이 가능한 것도 방콕족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탈산업화가 개인주의로 전락하다 보니 타인과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소외,배제됨은 물론 무기력증,무의미,규범의 상실을 넘어 정신 분열,정신질환에 이르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것은 본능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공간은 대량 쓰레기더미와 같은 정보일 뿐 자신의 질적인 삶을 향상시켜 주지는 않는다.공적인 자리를 자주 찾아가면서 자신의 입지를 한껏 드높이려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나눔의 정신을 계발해 나감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삶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신경전문과 전문의이면서 융연구원 교수에 재직 중인 이나미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의 모습 및 사회 구성원의 예견되는 양태를 개연성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다.물질주의가 현대인의 생각과 사고마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부자와 빈자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 생각과 행동의 폭의 간극도 상상을 초월한다.요즘 세인들에게 회자되고 관심사가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문제가 한국사회에 정착이 되더라도 부자가 갖고 있는 금력은 우주여행을 넘볼지도 모르며,빈자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울지도 모를 일이다.경제적 불평등이 세습화된다면 사회의 앞날을 더욱 암울할 것이다.생각은 높은데 현실은 따라 주지 못해 늘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사람들은 차라리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앞길을 찾아 가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나미 저자는 현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를 예견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국경의 선이 무너지면서 외국인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 든다는 것이다.얼굴이 하얗든 검든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면 외국계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다.한국이 싫어 한국을 떠나는 한국인들은 외국을 전전하는 보헤미안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순혈인 한민족보다는 외국인이 득실거리는 다민족.다문화,다종교 공동체가 사상 유례없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사이버 공간의 정착화는 물론 로봇 문화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사람과의 만남을 사이버 공간에서 충족시키니 진정한 인간관계는 없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죽음도 쓸쓸하게 맞이할 것이다.자업자득이 아닐 수가 없다.그런데 인간은 과거,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이루려면 사람을 만나고 체취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의 정체성을 진정으로 공유하는 것이 삶의 의미이고 가치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