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알다가도 모를 일이 남녀 관계이다.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것도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살아 가다 보면 흔히 말하는 '바람 피우기'는 남자 쪽이 많고 여자 쪽은 방어적이고 피해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그런데 간혹 드센 여자인 경우에는 맞바람을 피우며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기도 한다.영원할 것 같이 백년해로를 언약했던 두 남녀가 살다 보면 성격,사고방식,취향,생활태도의 문제로 티격태격할 터인데 요조숙녀와 같이 가정교육을 잘 받아 살림을 잘 꾸려 가는 아내를 두고,남편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아이까지 생겼다면 풍파가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는 비교적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과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대화체는 짧막짧막하지만 여성들의 말과 행동 묘사는 군더더기 없을 만큼 현장감을 자아내게 한다.독자인 내가 바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그런데 특이하게도 남편의 불륜에 맞서 이혼 및 위자료를 요구하기 보다는 아내는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그 주된 인물이 남편 마모루 아내 모모코 그리고 내연녀 나오이며 모모코의 시부모 및 친정 식구,애묘 삐돌이가 나온다.도쿄 하세가(家)의 불륜 문제는 아내 모모코가 남편 마모루와 전화 통화 속에서 들려 오는 '바스 타월'이 모모코를 불안의 늪으로 빠지게 하면서 이야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남자는 단순하면서 고지식한 면이 강한 반면,여자는 관계 및 감성을 중시하는가 보다.특히 여자는 직감력이 고단수이다.물론 밖에서 직장생활의 연장선에서 만난 여성과의 접촉을 아무리 지우려 해도 아내는 육감으로 알아 차린다.좀 더 심할 경우에는 세탁물 검사,남편의 통화내용,뒷조사 등까지 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남편 마모루는 결혼 생활 8년이 지나도록 아이도 없고 집에 오면 신나는 일도 없다 보니 결혼생활에 매너리즘이 생겼나 보다.게다가 모모코는 비고의적이었지만 아이를 한 번 유산한 경험까지 있기에 시집생활은 더욱 조신하지 않았나 싶다.모모코는 수제비누 만들기 강사로 채용되어 부정기적으로 문화센터에 출강하면서 따분한 가정생활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자기계발에도 충실하고,시부모님께도 늘 정성과 성의를 당하는 보기 드문 현대여성이다.일본식 안채와 별채로 나뉘어진 하세가에 모모코는 별채에 살고,시부모는 안채에 산다.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에는 시어머니의 수고를 덜어 드리기 위해 모모코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마모루는 이십대 중반의 여성과 깊은 관계에 빠져 들면서 2세까지 갖게 하면서 모모코와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모코는 남편의 행선지를 뒤쫓아 가면서 내연녀의 거주지를 알아내게 되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커다란 회의를 갖게 된다.설상가상으로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모모코는 시어머니와 교대로 병문안을 가기도 한다.그런데 마음은 늘 허전하고 불안하기만 하다.수제비누 강좌가 끝나고 핑계 삼아 내연녀의 집에 불시 찾아간다.즉 뱃속에 있는 아이를 떼고 마모루와 다시는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본부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이다.내연녀 나오는 아이를 유산시키게 되었지만 차마 마모루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마모루는 나오가 유산한 사실을 모른 채 새로운 삶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고,모모코에게는 한사코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모모코는 내연녀와의 관계를 끊고 다시 가정을 시작하자고 호소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좀 아쉬운 점이 남는다.마모루와 모모코가 당면한 애정문제를 집안문제로 국한시키다 보니 권위 있는 제3자의 사정청취와 심판이 이어졌으면 스토리가 더욱 긴장감과 스릴감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모모코는 남편의 불륜과 외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 잡아 다시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남편 마모루는 과연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연민의식을 느낀다.모모코는 시어머니와의 오해를 풀고 새로운 모습으로 하세가를 잘 꾸려 가리라는 점에서 마음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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