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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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 자신은 일본의 내면 즉 속살을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는가.그리 폭넓게 알고 있지는 않다.파편적이고 오류에 가까운 지식일지도 모른다.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를 자학자습하여 원서 해독 및 일본인과의 소통은 가능하지만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는 내가 살아가는 여건상 적극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한다.다만 근자 일본을 대표하는 아베 총리의 우경화 조짐은 단발적인 아닌 시대의 요청을 타면서 장기적으로 일본인의 의식 구조에 깊게 천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이것은 현재 풀리지 않은 한.일 역사문제,영토문제를 넘어 지난 20여 년 간 잃어 버린 일본 경제의 새로운 부활의 조짐이고 군사대국을 향해 가려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사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일본을 가기 전과 가고 난 뒤로 나뉜다.가기 전에는 단지 일본인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일본어 능력을 갖추었을 뿐 일본의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일본역사 지식과 일본인의 의식 구조 및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경제 등 각종 영역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류 이데올로기는 무엇이고,일본인의 정신,사고법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했다.현재 고급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당연 일본어 지식을 전수하는 차원을 넘어 일본의 역사,일본인의 의식 구조,정치행태 및 경제 위기,사회적 문제,과거,현재,미래에 대한 한.일관계를 알지 않고서는 일본어 수업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틈틈이 일본 포탈 사이트,요미우리 신문 등 인터넷 기사를 펼치곤 한다.이러한 일본 알기의 과정은 조금씩 일본의 속살과 연계짓게 되면서 한국인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등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일본인은 단결심이 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하다 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은혜를 입었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속내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등이 일본인들의 공통된 마음자세이고 의식 구조의 형태이다.반면 한국인은 부모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따라 자녀들의 성장과정이 달라진다.사회질서 및 타인에 배려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줄서기를 잘하여 신분보장과 경제적 여력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스킬에 무척 강하다.그렇다고 일본인이 신분보장,경제적 문제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한국인은 거의 개인위주로 흘러가고 일본인은 집단 속의 개인을 생각하는 것이다.'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듯 특출나게 두드러진 존재는 일본 사회에서는 자칫 사회적 이지메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이 강한 일본은 넓지 않은 국토면적이 자원이 협소하다 보니 이웃나라를 침략하여 세 불리기를 수없이 도모했다.그것이 한일 역사 속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임진왜란,정유재란,구한말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일본의 영토확장욕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남는다.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을 비롯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이 꾸몄던 대동아 공영권,그리고 무모한 진주만 공격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구한말 러.일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일본은 한국,중국,남양군도 등을 식민지화하면서 만주지역까지 약탈해 갔던 것이다.그것도 모자라 아마모토 이소로쿠에 의한 미드웨이 침공은 미국의 군사역량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불장난으로 끝나고 나가사키,히로시마가 미군의 원폭으로 인해 히로히토 천황의 항복을 받아냈던 것이다.일본의 영토확장욕은 무사시대의 상징인 에도 막부 사무라이 정신에 기인하고 있다.명령에 복종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죽음(자살)으로 문제의 근본을 유야무야 시키고 만다.

 

 

 

 

 

 

 2011년 일본 동북지방의 쓰나미(해일) 및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잃어 버린 버블 20년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일본 사회지도층 및 정치가들은 우향우로 나아가고 있다.그런데 일본의 우향우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위안부 문제,독도문제,교과서 왜곡문제로 한.일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되고 소통채널을 끊긴 상태라 그들의 우향우 움직임의 내면을 면밀하게 연구.분석해 나가야 할 것이다.IMF 경제위기로 일본도 그 직격탄을 받았다.그런데 침체된 경기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민심마저 좋지 않은 이 때에 아베라는 극우 인사가 일본의 건설적인 미래발전을 위해 강한 일본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것이다.위안부 문제에 대해 고노는 담화문에서 위안부는 존재했고,위안부 동원이 일본군의 강제적 행위 하에 이뤄졌다고 시인을 했지만 아베는 객관적 증거를 내세워 강제적 행위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속된 말로 그러거나 말거나이다.위안부 문제는 만방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외교 채널을 상시 풀가동하게 된다면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쿨하게 사과할 것이다.

 

 현재 일본 사회를 리드하는 세대는 4050이다.단카이 세대로서 1970,80년대 대학을 다니고 1980년대부터 사회생활을 했던 세대이다.이 세대들은 버블 경제의 꿀맛을 보았다.엔화가 강세이던 시절 해외여행의 중심세대였다.지나간 과거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그들은 엔화가 고공을 향해 가던 시절 고급 브랜드에 열광하고 심취했던 세대이기도 하다.그래서 이들은 경제위기에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위기를 일본 전국민이 다시 합심하여 회사라는 조직문화로 나아가자는 의도가 강하다.그것이 아베노믹스와 일맥상통한 것이다.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국수주의 부활 등의 단편적인 지식과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지만 일본은 이제 미국의 힘을 등에 지고 중국과 맞서면서 경제실리를 다시 한 번 맛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한국인이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만행과 비극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감정적이고 강경한 태도로만 나선다면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락할 것이다.일본의 강점이 무엇이고 일본이 추진하려는 소프트 파워는 어디에 있는가를 치밀하게 연구.분석해 놓아야 할 것이다.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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