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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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 대한 지식은 극히 일부분이다.그의 대표작인 <데미안>을 읽은 것이 고작이고,(1962년)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정도이다.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전 생애를 그리고 있는 글을 접한 것은 문학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의미와 가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글로 먹고 사는 사람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가 없다.헤르만 헤세는 수많은 글을 남기고 작가의 로망인 노벨 문학상의 권좌에 올랐지만 그의 전 생애는 굴곡으로 점철된 삶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1899년 헤세의 가족 사진

 

 

 헤르만 헤세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게 되는데,집안이 지식인 성향이 가득하며 경제적으로는 유복하지만 훈육법이 엄격한 편이었다.특히 정신적 영향은 어머니 마리아으로부터 받은 것이 컸다.19세기 후반 독일은 대부분의 가정과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하듯 헤세의 집안도 대대로 이어져 오는 인습이 지배적이었는데,기독교적 신앙의 가르침이 컸다.헤세가 남긴 <낭만적인 노래들>이 출간되고 어머니 마리아가 이를 보고 따끔한 지적을 했는데 "만일 네가 신을 찾았다면,신이 주신 아름다운 재능을 온전히 그에게 바쳐야 하는 거란다"라고 헤세는 이 지적이 매우 거슬렸던 것 같다.게다가 헤세는 늘 약골 기질로 병을 달고 살았던 탓에 신경질적이고 진득한 기미가 없었다.문학적 재능과 감수성은 천재로 불릴 정도였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스스로 구속을 받지 않으려 했다.그런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은 가정을 갖고 있는 가장(家長)이 집안 일은 남 일로 생각하고 떠나고 싶은 곳,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려 했던 그야말로 매우 자유를 즐겼던 흔치 않은 자유인이었다는 생각을 한다.그는 그를 마음으로 사랑했던 세 여인과 가정을 갖게 되었지만 불협화음을 조장한 그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가정 생활은 삐거덕거렸고 쓰라린 파경의 경험을 맛보기도 했다.불안정한 성격과 당돌하게 변하는 그의 성격은 언제 어떻게 흘러갈 지 아무도 예측을 못했던 것이다.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베르누이(1903년경)

 

 

두 번째 부인 루트 벵거(1929년경)

 

 

 

세 번째 부인 니논 돌빈(1927년경)

 

 

 헤세는 상기 그림과 같이 세 부인인 마리아,루트,니논과 가까워질 듯 말 듯 하다 헤세의 편집증적이고 괴팍한 성격 특히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탓에 부인들은 헤세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면서 파경을 맞이하게 된다.싫든 좋든 헤세의 마지막 삶까지 함께 했던 부인은 니논이다.첫 번째 부인은 그보다 아홉살 많은 연상의 부인이었던 마리아는 얼굴형이 현모양처 그대로이다.남편인 헤세가 창작의 모티브를 얻기 위해 외유(外遊)를 즐기고 집안 일을 소홀히 해도 싫은 내색 하지 않는다.오히려 헤세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를 이해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부인이다.마리아 부인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진기술을 갖은 사진사로서 헤세 및 헤세 가족의 사진을 많이 찍어 기록으로 남겼기에 후일 당시 헤세의 가족의 일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가 있어 다행이다.두 번째 부인 루트는 첫 번째 부인과 소원해지면서 우연찮게 만나게 되지만 마리아와의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상태이고 헤세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루트의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서 오래 가지를 못한다.정신 질환 상담사인 헤세의 친구 랑 박사와 루트가 가까워진 것도 헤세와의 혼인 생활을 길게 이어가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마지막 세 번째 부인인 니노는 헤세의 작품에 매료되고 그를 마음으로 흠모했던 스무살 연하의 여인이다.그녀는 고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리스 고대문화에 대해 다년간의 연구를 했다.학자풍의 면모를 갖은 셈인데 세상에 그녀의 작품은 아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헤세도 삶의 종착역을 향해 가면서 그의 죽음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그가 남긴 마지막 시는 <부러진 가지의 삐걱거리는 소리>로서 삶에 대한 희망 담고 있다."그의 노래가 딱딱하고 거칠게 들러온다./고집 세고 비밀스럽고 불안스럽게 들려온다./또 한 번의 여름./또 한 번의 겨울 동안."-P522 그리고 시를 지은 다음 날 그는 세상과 하직한다.신경쇠약,우울증 등은 아버지의 DNA기질을 많이 닮은 것으로 보이며,다독과 다상량,다작을 하다 보니 안구질환까지 찾아 왔던 것이다.그는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세 아들을 두었지만 양육권 문제로 마리아 부인과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했다.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작가들은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다만 작가를 남편으로 둔 부인은 작가의 직업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작가인 남편은 이왕 좋아하고 사랑하여 결혼을 했다면 집안 일을 어느 정도는 책임감을 갖어야 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이다.인세와 판매량,인지도에 따라 작가의 수입은 들쭉날쭉할 것이다.문화로 먹고 살기라는 것도 직업정신이 없다면 오래 가지를 못할 것이다.헤세는 자신이 세 여인에게 먼저 대쉬한 것이 아닌 세 여인들이 그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와의 혼인을 고집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래서인지 헤세는 겉으로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자기 세상이었지만 심리 기저에 놓인 그의 편향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은 세 여인 아무로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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