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한국사회는 총체적인 난국이다.아니 모두가 주인인냥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착 책임과 사표(師表)를 보여야 할 인물들이 밀실에서만 앵앵 소리를 내고 있는 판국이다.소위 힘과 권력을 갖은 계층들이 대다수 국민들을 볼모로 온갖 권력과 패악을 저지르고 있다.사법국가이면서도 과연 사법이 문자 그대로 공정과 엄격함으로 관장되고 있는가.어렵사리 쟁취한 1986년 정치민주화는 어언 30여 년이 가까워지면서 정치민주가 성숙단계에 이르렀을 법도 하지만 빛깔만 정치민주일 뿐 유신 및 군사독재시절의 정치행태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지역주민과 국민들은 민생과 국가안전을 위해 기대만한 언덕이다 라고 믿고 선출해 주었건만 작금 방귀깨나 낀다고 하는 권력층들은 밥그릇 다툼과 명예,달콤한 권력의 맛에 취해 있다.

 

 대학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1990년대 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자마자 IMF금융위기가 찾아 오고 이를 조기수습하면서 나라살림이 잘 될거라고 생각을 했건만,불필요한 뱃살을 감량한다는 차원에서 기업 구조조정,비정규직 양산 등 신자유주의를 확실하게 편승하고 말았다.나아가 부동산 거품이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가격은 자전거 바퀴 바람빠지듯 '쉬쉬이' 하고 쭈글쭈글해졌다.그래서 하우스푸어가 속출하고 실직 가장이 거리로 배회하는 등 사회적 결핍 증상이 심화되어 갔던 것이다.게다가 사회구성원의 소득은 개발도상국과 같은 전형적인 피라미드 상황으로 바뀌고 중산층은 쓰나미의 직격을 받으며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들어 대형참사가 많이 터지고 말았다.그 근본 원인을 알아 보니 역시 관료와 기업가 간의 주고 받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배임과 수뢰라는 거래가 있었던 것이었다.그러하니 건축물 공사가 제대로 될리가 있겠는가.내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IMF를 맞이하여 비교적 가격이 낮은 분양에 의해 입주를 하게 되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더라'라는 것을 실감했다.초기 입주해 보니 작은 화장실 문을 비롯하여 있어야 할 것들이 미흡하여 입주자들이 건설업체에 대거 항의하게 되니 마지 못해 수긍을 하면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던 것이다.그런데 성수대교 붕괴,삼풍백화점 붕괴,대구 지하철 폭발사고 등은 시민과 소비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공기(工期)단축과 열악한 자재 즉 내구성이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했던 결과 이러한 참사가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똑똑한 관리자는 영악한 비즈니스맨에게는 당할 이력이 없었던지 아니면 이러한 대참사를 예측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안일하고 무감각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이러한 대참사는 사전에 튼튼한 자재,제값을 주고 수주하여 공사를 정상적으로 했더라면 과연 참혹하고 부끄러운 국난을 초래했겠는가.

 

 2014년 4월 16일세월호(歲月號)가 진도 팽목항 근처에서 표류하다 침몰하고 말았다.너무 가슴 아프고 막막하여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내 자식들이 고교생이다 보니 더욱 애통함과 연민의식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세월호 선적이 인천항에서 떠나던 날 밤 누군가에 의해 찍힌 사진을 보니 배가 30도 정도로 기울어져 있었다.또한 영업을 위해 적재량을 초과하여 중량이 나가는 물체들을 싣다 보니 당연 배가 기울고,세월호는 그 중량을 못견뎌 침몰해 갔던 것이다.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세월호 사건은 꿈과 희망,설렘으로 가득찼던 무고한 청소년들 및 여객들의 희생은 미리 예견되었던 인재였음에 틀림없다.해경의 초동 구출부터 정부고위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그날의 행적은 묘연하고 의혹투성이로 가득하기만 했다.게다가 세월호의 영수격인 세모그룹회장부터 가족 및 관련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은 손발이 맞지 않는 관계를 연출했다.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막대한 세금을 이러한 곳에 낭비하다니,이러한 곳에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어찌하오리까.똑똑하지만 관료들로 채워져 있는 한국사회 고급인력들은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왜 사건.사고만 터지면 책임질 사람은 흑막에서 인형조종하듯 묘연하고 애꿎은 말단만 사고팔고(四苦八苦)해야 하는 것일까.그것은 한국사회가 오랜 세월 수직문화 및 군대문화에 깊게 젖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하나의 사안을 기획하고 진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셀 수 없는 몇 단계의 품의(稟議)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족관행이 공무원을 비롯하여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대동소이하다.말단이든 중견이든 최고급 임원이든 각자의 신성한 영역이 있어야 하고 소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풍토조성이 아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설상가상으로 군 병사의 폭행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유가족들은 자식을 군에 보낸 죄인이라고 스스로 자책과 허탈감으로 세상을 원망하다 지치고 쓰러지고 만다.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태하고 무책임한 해경을 해체한다는 관(官)피아를 선언하면서 쇼크독트린(Shock doctrine)효과를 기득권층은 확보하고 누리는 것이다.이것이 정치공학이 아닐까 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어느 정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풍경이지만 정부조직을 개편해서 과연 고위공직자들의 업부행태가 신선한 충격을 줄 만큼 바뀐 적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답은 아니올시다 이다.최동석저자는 이 글의 제목과 똑같은 도서를 오래 전에 발간했는데,세월호 사건을 목도하면서 다시 한국 고위관료들의 문제점과 대책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21세기는 정보와 지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시대이다 보니 먼저 지식과 정보를 만드는 사람,섭취하는 사람은 고위관료보다는 지식과 교양을 갖춘 수준 높은 시민들이 아닐까 한다.그래서 군사문화 시절과 같이 솔선수범하지 않고 상명하달식의 관료행태는 더 이상 통용이 되지 않는다.고위관료뿐만 아니라 힘과 권력,명예를 갖고 있는 정.관.사.언측의 인사들 모두가 이번 기회를 통해 거듭나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세월호 특별법이 여당의 당방침과 이익상충에 따라 지리멸렬되고 있다.세월호 희생자들의 목숨은 바로 자신의 소중한 목숨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한 경시풍토는 추호라도 있으면 안될 일이다.게다가 자본주의의 상징인 신자유주의가 부익부빈익빈,승자독식,약육강식과 같은 지배착취의 패러다임이 강하기에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사회통합,복지문제를 실천하겠다는 노력과 의지를 불살라야만 한다.그렇지 않고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이중얼굴(야누스)을 국민들에게 보여 준다면 상처와 고통,실망과 원망으로 가득차고 의식이 있는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에 대해 관심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에 내팽겨칠 것이다.

 

 최동석저자는 미국유학파가 아닌 구라파 유학출신으로서 다년간의 한국은행 근무이력과 리더십개발에 관해 연구,교수(敎授)중이다.국가의 지도자급인 고위관료 및 정치가는 능력의 유무보다는 과연 적합한 인물인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이것은 관료,정치가들이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무대 위에서 뽐내는 예능인이 아닌 수많은 지역주민,국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참 머슴에 다름아니다.저자는 황당하고 아찔하며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고위관료들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파악.지적하고 있다.

 

 인간과 조직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인간의 풍요로운 삶(민생)을 위한 조직을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고,그런 원인을 파악하는 '생각하는 힘(사고력 나아가 실천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P5

 

 상명하달식의 조직문화에서 수평 분업화한 조직문화로 바뀌어 가야 하고,선량이 된 정치가들은 기를 쓰고 들어갔지만 이 힘과 권력을 아전인수식으로 자기세력화하여 본령보다는 무책임,부정.부패의 연속으로 일관해 나간다면 한국의 미래는 썩은 고인 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정의와 상식을 벗어난 가치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왜냐하면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너와 나가 모두 공동체적인 삶으로 전환해야 하는 당위적이고 시대적 소명 속에 있기 때문이다.어찌하오리까? 생각과 발상을 바꾸면 안될 일은 없다.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적도 없다.현재진행형의 국난을 풀어나가고 극복해 나가려면 빛이 들어 오지 않은 실내에서만 일하지 말고 현장으로 걷고 뛰면서 한국사회의 상처와 고통을 진실로 위무해 주어야 한다.그것이 똑똑하며 지혜로운 관료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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