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사랑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인간의 감정이 흐르는 강물처럼 도도하고 일정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 날씨와 바람,기후의 조건에 따라 흐르기도 하고 마르기도 한다.사랑에는 불같은 사랑이 있는가 하면 뭉근불과 같이 은근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살뜰하고 그윽한 향기의 사랑이 있다.사랑도 존재하는 법이기에 살아서는 관계의 수수작용에 의해 사랑이 깊어만 가는 것이다.

 

 맨부커상 수상자인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게 되면서 그가 맨부커상 수상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해서 큰 기대를 모았다.세 편의 로맨스가 불타오르는 것이 아닌 상실과 아픔의 연속이었다.선입견이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작가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깊이를 그리면서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점이 특징이라는 점이다.그래서인지 이 작품 역시 사랑의 깊이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는 비련과 줄리언 반스작가의 유일무이한 아내 팻 캐바나를 잃고 상실의 마음을 망부(望婦)의 염을 달래고 있다.한국 나이로 67세인 줄리언 반스작가는 2010년 아내를 땅에 묻으면서 그는 삶의 심장을 잃고,자신이 아내를 챙기지 못한 자책감과 무능력을 되돌아 보는 시간과 사회적 소외자로 살아가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비탄의 심정을 달래고 있다.

 

 1860년대 기구로 창공을 넘나들던 두 명의 기구 조종사였던 펠릭스 투르나숑과 프레드 버나드의 기구 인생과 기구 개척자이면서 사진가인 나다르의  실제 역사를 그리는 한편,사라 베르나르는 기구 전문 조종사와 함께 기구 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기구에 반하게 된다.그러한 가운 데 프레드 버나드는 사라 베르나르를 알게 된다.기구는 자유를 대변한다고 하는데,그 자유는 바람과 날씨의 권력에 영합하는 것으로서 활달하고 끼가 있는 사라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던 것이다.나다르로 인해 기구가 탄생하고 땅에 묶여 있던 인류의 시점이 창공이라는 곳으로 옮겨지면서 시야의 층위를 한층 높였다.나다르,버나비,투르나숑의 기구와 사진 이야기는 마치 르포르타쥬를 청취하는 느낌이었다.

 

 한편 버나드와 가까워졌던 사라는 당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서 그녀를 탐하는 남자들이 많았다.인종적 출신 배경,보헤미안적인 방종기질에 그녀의 배우 연기가 기만적이고 냉혹하고 가식적인 것으로 보여지면서 둘은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보수적이고 과묵한 버나드와 제멋대로인 사라와의 관계는 속궁합이 맞지 않은 탓인지 비상하려다 불시착한 안타까운 사랑의 관계로 종말을 맺는다.사라는 그리스 외교관과 혼인을 맺게 된다.

 

 나아가 줄리언 반스작가의 아내 팟 캐바나는 작가와 30년을 동고동락을 하지만 질병 진단을 받고 37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그는 준비하지 않은 아내의 죽음에 비탄,비애,슬픔,통한,후회의 감정을 담담하지만 비통한 심정으로 술회하고 있다.비탄과 애도의 과정을 교차하면서 아내와의 함께했던 시절을 그리는 한편,저명 철학가 및 신화적 인물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일화 등도 섞어 아내의 영혼을 달래주고 있다.죽음의 순서는 아무도 모르지만 남자의 마음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봐야 알 수가 있다고 하듯,줄리언 반스는 대단한 애처가임에 틀림없다.아내를 진실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무능력으로 삶을 더 연장시킬 수 없다고 자책하는 작가의 회한을 접하면서 나 역시 어느 때일지는 모르지만 둘 중 하나는 먼저 세상과 하직할 것이다.지금의 심정으로는 남자인 내가 먼저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 좋을 것이지만,삶의 길이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대신 생전 아옹다옹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고 싶다.죽음은 누구나 맞이하는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이를 거스르지 않고 순명의 정신을 지킨다면 죽음의 순간은 불안보다는 편안하고 평화롭게 맞이할 것이다.'고통스럽고 괴로운 결핍'을 비탄(悲嘆)이라고 새뮤얼 존슨작가는 말했다.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삶과 죽음 간의 의식행위라고 생각한다.사랑하는 사람을 앞세우면서 남은 이의 상실의 깊이를 마음으로 음미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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