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 상처받은 유년의 나와 화해하는 법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윤경 옮김 / 프런티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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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많지는 않지만 남아 있는 기억은 매우 선명하기만 하다.바로 엊그제 겪었던 일과 같이 생생하기만 하다.그 기억 속에는 마음의 상처에 가까운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던 기억의 조각일 것이다.설사 기억이 나지 않는 유년 시절의 경험과 체험은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타인에게 은연 중에 나타난다.애정과 사랑을 일관적이고 아낌없이 받으면서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원만한 성격,공동체적인 삶을 꾸려 가는데 적격일 것이다.반대로 신경질적이고 과보호 반응과 무관심과 방임으로 성장했던 사람은 불안정한 정서를 띨 것이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강의를 한 학기를 청강했는데,첫 수업시간 슬라이드를 보여 주었다.슬라이드에 나온 영상은 한국전쟁 중 서울이 폭파되면서 부모형제를 잃고 홀로 우물가에 벌거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앳된 소녀의 모습이었다.그 소녀의 모습을 보니 안스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넘어 그 소녀의 인생향방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운이 좋게 부모형제와 다시 상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아원이나 입양아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그 소녀가 어떠한 성장과정을 거치든 삶의 과정상 두고 두고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로 깊게 자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부모의 내리 애정과 사랑을 받으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삶이 가능할 것이다.반면 요즘 맞벌이 부모들이 늘어나다 보니 아이들을 일찍이 유아원,유치원 등에 보내고 퇴근 무렵에나 아이들을 데리러 오니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질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또한 부모가 아이를 신경적으로 대한다든지 과잉보호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아이의 정서적인 면에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이럴 때 생각나는 옛말이 '사랑을 받은 사람이 남에게 사랑을 줄 수가 있다'는 말이 새삼 상기가 된다.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부모의 자녀 양육과 훈육이 아이에게는 커다란 영향을 주기 마련임은 물론 성장과정,성인이 되어서도 내재된 애착 상태가 그대로 나타나는 법이다.나 역시 마음은 양순하고 성실한 편이지만,애정표시는 서투르기만 하다.애정을 표시하는 법도 연습하고 배우면 될텐데 때에 따라 기분 내키는 데로 하다 보니 상대방(또는 아내)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애정 표시는 손잡기,그윽하게 눈맞추기부터 스킨십,성적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겠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애정표시는 부모와 자식간에 이루어지는 애정의 수수작용이다.부모는 아이를 과잉보호,과잉투자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인간의 심리,인간의 욕구는 한이 없는 법이다.아이의 미래,아이의 자립심을 위해 어느 정도 선을 초과하는 보호 및 투자는 절제하는 것이 부모,아이에게 모두 득이 될 것이다.

 

 부모에게 내리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부모가 자식에게 살뜰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내가 보기에는 시늉은 낼 수 있어도 자연스럽게 안아 주고 포옹하며 진심으로 혈육의 정을 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한다.블로그를 통해 내 자신이 자식들에게 표현하는 애정,사랑법이 매우 서툴기만 하다.법없이도 살았던 조부모 밑에서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던 나는 내 응석,투정,욕구 등을 그대로 들어주기는 했지만 제재 및 통제는 되지 않았다.부모는 객지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방학 때나 되어서야 잠깐 만나 생활했기에 마치 손님을 대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던 기억이 선연하다.내 아버지는 너무 다정다감하고,어머니는 속으로 생각하고 겉으로 애정표시를 못하셨던 분이다.그런데 애정과 사랑은 아버지보다도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기 마련인데,나 역시 어머니와 같이 속마음은 하해와 같이 두터운 애정과 사랑이 있어도 이를 표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만 하다.그래서 내가 먼저 남에게 접근하고 애정작업을 하는 스타일이 못되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내 본심을 감추면서 상대방의 의도와 기분을 맞추려는 것이 내 모습이다.

 

 오카다 다카시저자가 쓴 이 글은 남녀노소 누구든 읽어야 할 내면심리작이다.오카다 다카시저자는 애정과 사랑이 충만한 사람은 안정 애착으로 보고,유아원,유치원 등과 같이 아이들을 방임하는 불안정 회피 애착으로 보았으며,신경적이고 과잉 보호를 일삼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불안정 저항 애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나아가 불안정 회피 애착과 불안정 저항 애착이 겹치면서 불안정 혼란 유형이 근자 심리학계에서 연구발표되었다고 한다.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명한 인사들의 삶의 과정과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통해 애착 유형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헤밍웨이,장 주네,나쓰메 소세키,다자이 오사무,버락 오바마,빌 클린턴,스티브 잡스,찰리 채플린,말론 브란도 등의 유명인들을 거론하고 있다.이들의 공통점은 유년시절 가정의 결핍이 컸는데,성장과정에서 이를 극복하려 노력했던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내내 불안한 정서를 지닌 채 살아갔던 사람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애정과 사랑을 담은 스킨십,포옹,뽀뽀와 같은 표시를 자주 해 줄 필요가 있으며,아이가 잘못했다든지,칭찬 받을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게 설명과 표현을 해주어야 마땅하다.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시시비비,사리판단,경우,상식과 정의와 관련하여 온전하게 가릴 수 없는 엉거주춤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는 잔소리보다는 인생의 멘토가 되어 삶의 목표,나아가야 할 길,향후 직업세계,공동체적인 삶,인문학적 소양 등에 대해 꾸준하고도 일관성있게 들려 주어야 한다.당장에는 부모의 멘토가 귀에 거슬리기도 하면서 저항의식이 있을 수도 있지만,시간이 흐르면 부모의 올바른 삶의 멘토가 상기되면서 부모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실천으로 옮길 것이다.

 

 오카다 다카시저자는 좋은 안전기지가 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애착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함께 있어도 상처받을 일이 없다는 믿음이 최우선 조건인 안전감 보장,애착 문제를 지닌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관찰하고 그에 공감하는 감수성,상대가 원할 때 즉각 대응하는 응답성,변덕이나 임기응변식이 아닌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안정성,그리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대상과의 소통과 교류이다.그것은 가족을 비롯하여 친구,연인,배우자,교사,종교 지도자,카운슬러(상담사)일 것이다.애착 불안을 느끼면서 불안정한 정서로 사는 것은 매우 고역이고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안전기지가 되는 존재가 많다면 애착 불안으로 마음 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전할 수 있는 지음과 같은 소중한 관계,존재가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이제 내 곁에 안전기지가 되어 줄 존재가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그들과 함께 내 인생의 모든 것을 털어 놓으면서 안정적인 애착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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