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문학과 생애, 홍명희 그들의 문학과 생애 15
강영주 지음 / 한길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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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해방과 더불어 이념상 월북해서 북에서 생을 마친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에 대해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기회가 닿질 않던 중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민중의 삶,애환,언어,복장등을 천의무봉마냥 수작으로 알려져 있어,우선 홍명희의 삶과 문학,사상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좋은 거 같아 이 도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1888년 충북괴산에서 구한말 명문 양반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집안이 사대부였던 것같다.영조때 영의정이었던 홍봉한등을 위시해 부친은 구한말 전북금산군수로 재직하기도 했다.구한말 어수선한 나라의 분위기하에서 그는 총명하여 [서경]등의 내용을 암송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거같다.또한 11세부터는 중국의 고전소설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는데 삼국지,수호지,서유기,금병매등을 일찍이 읽은 것이 후일 ’임꺽정’을 저작하는데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또한 당시 조혼의 풍습이 있었던 터라 그는 13세 되던해 명성왕후 민씨의 일족인 참판 민영만의 딸 민순영과 혼인을 하게 되고,후일 일본 유학을 하는 등 신학문과 신사상의 세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부사이는 금슬이 좋았던 거 같다.


 그는 독서와 학구열이 대단하여 최남선과 함께 <소년>지에 서양문학 작품을 번역하기도 하고 <학창산화>에서 문학~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이색적인 지식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폭넓은 독서가 힘을 받은 것같다.사상적으로는 러일전쟁등이 한창이던 때라 "침통하고 사색적인" 러시아문학이 그에겐 어울린 거같으며 사회현실,인생 탐구,허무주의적 인간상에 끌려 하나의 그의 사상을 이루는 근간이 되기도 했으며,최남선,이광수,정인보등과 깊은 교류를 갖으며 당시의 문학세계를 모색하고 협의하면서 그의 지식과 사상을 넓혀 나갔던 것이다.하지만 근본적으로 삶의 방향전환이 되었던 것은 부친 홍범식이 조선이 일본에 병탄하려는 소식을 접하고 자살을 하게 되며,장남 홍명희에게 남긴 유언(조선사람으로서의 의무와 도리를 다하여 기어이 나라를 찾아야 한다)에 따라 그는 부친의 유언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며,3.1운동의 주모자로 괴산에서 일경에게 붙잡혀 옥고를 치르기도 하는등 독립운동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한다.

  홍명희는 출옥 이후 주로 교육계와 언론계에 몸을 담으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데,1920년데에는 교사생활,대학출강,조선에스페란토협회에 가입.활동을 하기도 한다.동아일보,시대일보를 전전하면서 언론인으로서 고위간부직에 있으면서 사회적,국가적으로 책임을 다한다.그가 1928~1940년에 걸쳐 생애 수작으로 불리는 <임꺽정>은 탁월한 리얼리즘 역사소설로서 [학창산화]에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의식과 동서고금의 문문레 대한 폭넓은 식견,특히 언어.문학.풍속사에 대한 깊은 조예,사물의 디테일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이 잘 나타나 있다고 하며 등장인물을 각 계층의 전형으로서 형상화하고,서술적 설명보다는 장면 중심의 객관적 묘사에 치중하며 극도의 치밀한 세부 묘사가 백미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독특한 구성방식은 러시아 작가 알렉산더 쿠프린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 한다.

 일제에서 해방과 더불어 그는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되지만,미군정하 이승만에 의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정치지도자들이 1948년 4월 평양에서 남북연석회의가 개최됨에 따라 그도 평양길에 오르게 되며,민족문제를 주체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회동했다는 점에서 한국현대사에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겠으며 그가 연석회의에 참가하면서 북에 남게 된 경위와 내막은 분단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거 같다.홍명희에 대한 김일성의 환대와 존경,신뢰등이 그가 일제강점기등을 통해 보여준 양심적인 지식인,해방후 미국의 회유를 물리치고 애국적인 활동을 한 점을 높이 샀던 거같다.1968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북한의 고위직을 두루 맡으면서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이념과 체제문제만큼은 남한과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홍명희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이 도서를 통해 그의 가정환경,유년시절의 학구적인 자세와 독립운동,언론인으로서 보여준 존재,작가로서의 명성,그의 사상과 행보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의 삶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구한말,일제강점기의 역사 인식까지 깊이를 더해 주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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