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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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블로그 활동이 자유스러워지면서 글쓰기를 취미 내지 직업으로 삼는 인구가 늘어났다.자신의 생각과 감정,이성과 논리를 글로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활동이기도 하다.글을 쓰는 행위는 각고와 인내를 요구하기에 지긋한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글을 쓰는 창작과정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천부적으로 글을 잘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고 있다.글을 써서 먹고 사는 작가는 무에서 유를 생성해 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글을 읽는 독자로서 명작이라든지 베스트셀러라든지 하는 작품을 접하다 보면 작가의 공(功)이 새록새록 묻어난다.떡시루에 떡가루를 촘촘하게 얹여 놓은 것과 같이 떡을 만드는 장인의 솜씨와 같이 정교하기만 하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글이 좋아서 거북이마냥 쉬지 않고 즐겨 읽는 독자이다.글에는 컬럼부터 기사,수필,소설,비문학,청소년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만 하다.또한 글 속에는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깊게 드며 들기도 하고,무미건조한 이야기들도 있다.글을 취미로 쓰든 밥벌이를 위해 전업으로 쓰든 글쓰는 데에는 글쓰기 목적이 있어야 한다.세상살이의 신음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고 싶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해 돌직구 형식보다는 은유와 환유의 기법을 활용하여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또한 시와 같이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세상살이를 담으려는 사람도 있다.

 

 글을 쓰는 일이 보편화되고 SNS를 통해 짧은 글로 타인과의 소통과 대화가 빈번해졌다.글을 읽는 독자들의 의식이 신속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전자북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이왕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참신하고 독특한 창작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력 그리고 박람강기(博覽强記)의 독서력과 기억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글은 서류와 같은 공식적인 글도 있고 대중성을 띠는 작품들도 있기에 글의 종류에 부합하도록 단어와 문구,문장 등을 섬세하게 나열해야 하고,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공감을 자아내도록 간결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문장력을 구성하는 것이 좋은 글이 아닐까 한다.단편,중편,장편이라는 글의 길이를 불문하고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작가의 수고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고종석작가는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분으로서 기자 및 작가생활을 종횡무진했던 것으로 안다.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그의 작품을 마음 놓고 읽지를 못했다는 것이다.다행히 창작과 관련한 이번 도서를 통해 글쓰기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생생하게 접할 수가 있어 다행이다.이 글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숭실대에서 진행한 글쓰기 강연을 들려 주고 있는데,글을 쓰는 목적부터 글쓰기 이론과 글쓰기 실전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고도 정확하게 짚어 주고 있다.글쓰기의 목적을 알았다면 글쓰기의 이론과 글쓰기의 실전을 습작 삼아 되풀이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길이고,글쓰기 전문가에게 첨삭지도 등을 거쳐 글쓰기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작가로 향하는 길이 그리 멀지 않다는 기대까지 들게 한다.

 

 한국어 속에는 한자어가 70%이상이 한자어로 조합되어 있다.동북아권인 한.중.일 삼국은 당연 글 자체가 한자어로 되어 있기에 한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다.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한자어들이 많다.일본이 19세기 네덜란드와 교역을 시작하면서 일본내에서는 난학(蘭學)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일본 학자들은 난학을 일본어로 옮기게 되고,이 일본어가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일본어 구조와 비슷한 한국어 번역물이 많아지게 되었던 것이다.한국어는 한국인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의사소통과 대화가 가능해야 하는데,일부 번역물 및 작품을 읽다 보면 일본어 구조와 흡사한 문장을 접하게 되면서 부자연스러운 감을 떨칠 수가 없다.예를 들어 ∼적(的)이라든지 ∼으로부터,이유는 ∼때문이다, ∼의 등과 같은 표현이다.또한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용어도 마찬가지로 일본 법률용어를 한자어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해 놓았다는 점이다.

 

 고종석작가는 《자유의 무늬에 수록된 문장들을 예시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또한 고종석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그는 프랑스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전공하다 보니 유럽식 문장구조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꽃이 참 아름답다 라고 하면 될 것을 참 아름다운 꽃이야 라고 한다는 것이다.그외에 문장에서 빼도 의사전달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빼는 것이 간결하면서 명료한 문장이라고 힘주어 말한다.나 역시 이 글을 읽고 음미하면서 그간 부적합한 군더더기 표현을 태연하게 써댔던가.이 기회를 빌어 좋은 글쓰기를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우고 활용해 나가려 한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수필에서 생계 방편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돋보이고 싶은 욕망이라는 순전한 이기심,풍치의 아름다움을 쓰고 싶은 미학적 열정,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진실을 알아내고,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역사적 충동,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다.이 가운데 나는 어떠한 욕망을 품고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욕심 같아서는 네 가지 모두를 품으며 전천후 인간이 되고 싶지만 능력과 시간의 한계가 있고,아직 전문적인 작가의 뜻이 확고하지 않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다만 한 편의 서평일지라도 지금보다는 간단명료한 글을 쓰려고 한다.불필요한 겹조사 및 중첩어 등을 피하면서 매끄럽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글을 써보려 한다.잘 쓰여진 글은 절차탁마의 길고 긴 시간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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