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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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 대한 역사물과 이야기는 제법 많은데 이에 비하면 고려시대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멀게만 느껴진다.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후삼국이 통일되면서 고려는 사분오열된 민심을 수습하고 정치적인 개혁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해 나갔다.고려는 918~1392년까지 34대의 왕조가 있었다.불교가 국교이면서 팔관회 등을 통해 내치를 다져 나가기도 했다.당시 대외관계는 요나라,여진족,몽고,왜구 등과의 빈번한 전쟁으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허약한 왕조로 인해 무인과 승려들이 득세하기도 했다.고려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원의 속국이 되면서 무고한 백성들이 인질로 끌려 가기도 했다.원의 공주와 결혼한 혼혈왕이 탄생하기도 했다.국사(國事)를 강력하게 다스리지 못한 무능한 왕과 주변세력들의 아귀다툼에 의해 고려는 이성계로 하여금 역성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고려시대에 요,여,원,왜구 등과의 잦은 전쟁은 국토가 황폐화되고 민심은 흉흉하게 되면서 백성이 국가의 왕조를 믿지 못하는 이반현상이 발생하는 등 국가의 체신은 말이 아니었다.그러한 가운데서도 나라의 방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장수들을 비롯한 무명의 병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치열한 전장 속에서 일전일패를 거듭해 나갔다.고려시대에 발생했던 이웃나라들과의 전쟁의 소용돌이는 오늘날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그대로 보여 주기도 한다.당시 전쟁에서 사용되었던 무기들은 대부분 화살이 주가 되었고 최무선에 의해 발명된 화약은 진일보한 것이었다.초창기에는 요나라와의 전쟁이 주류를 이루다가 여진족,홍건적,왜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약체의 왕조는 더욱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고 말았는데,고려 후반기 최영,이성계 등이 보여 주었던 애국정신의 발로는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고려시대의 전쟁에 대해서는 매우 일천할 뿐인데,이번 도서에서는 고려가 이웃나라들과 전쟁을 벌였던 굵직한 전투를 10회에 나누어 전문가들이 현장감 있게 해설을 해 주고 있어 고려시대의 면면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정명섭,신효승,이노우에히로미 공저자는 관련 전투에 대한 역사적 자료 및 개연성을 두고 서술한 이후,독자들을 위해 생중계 방식으로 현장감과 이해도를 높여 주고 있다.맨마지막에는 전쟁과 관련한 비화(秘話)를 소개하면서 관련 전투 및 고려의 사회상에 대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들려 주고 있다.고려가 건국될 시기에 중국은 중원을 통일한 송나라와의 책봉을 받는 상황이어서 복속을 요구하는 요나라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고 요나라가 여진족을 복속하면서 요나라의 팽창정책은 고려를 정벌하려는 야욕을 품게 된다.고려는 요의 침입에 대비하여 축성을 하지만 요는 압록강지역을 장악하려 들면서 전쟁이 발생한다.고려는 소손녕 장군이 지휘하는 삼수채 전투는 결과적으로 무승부로 끝나고 만다.그리고 강감찬장군이 지휘하는 귀주대첩은 요나라 군대의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요군을 강물에 휩쓸려 내려 가게 하고 대승을 거둔다.그런데 고려사에는 요의 침입 기록이 없다고 한다.고려는 험난한 지형에 익숙하고 이를 잘 활용하였기에 요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리라 생각한다.이러한 사이에 국내에서는 무신들에 대한 홀대와 모욕이 정변의 원인이 되었다.

 

 그뒤로는 윤관에 의한 귀문관 전투가 발생했다.윤관장군은 기병부대인 신기군 즉 별무반을 창설한다.여진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함경도 지방에 동북 9을 쌓기도 한다.여진족과의 전쟁은 귀문관 전투가 서막일 뿐이다.허재의 길주성 전투를 치르고 금나라는 세력을 키워 가면서 송나라와 영토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금은 후일 원(몽고)에 복속이 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고려와 몽고간에는 6차에 걸친 전쟁과 두 차례의 여.몽연합군에 의한 일본 큐슈지방 정벌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몽고의 쿠빌라이 칸은 3차 전쟁을 지시하지만 전쟁에 지친 반대세력과 그의 죽음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되고 몽고는 고려를 조공관계를 요구하면서 고려의 왕세자를 볼모로 몽고의 공주와 피를 섞는 혼혈왕(충선왕)이 탄생하기도 한다.그외 김윤후가 지휘하는 충주산성 전투,두 차례에 걸친 홍건적의 침입,최무선의 진포,이성계의 황산대첩에 이르기까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국토는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고려 후반기에는 왜구의 빈번한 침입으로 조운선,곡식 등을 수탈해 가면서 고려의 정세와 사회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세 명의 공저자들이 사료에 바탕을 두면서 당시 고려와 이웃나라들간의 전투 상황과 뒷이야기 등을 잘 풀이해 주고 있어 고려 역사를 새로운 각도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매우 유익했다.역사 이야기는 실증적인 자료에 바탕을 둔 객관성과 ~일 것이다 라는 추측성 개연성을 놓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 아전인수격의 역사인식은 위험하고 편협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특히 요나라와의 전투 기록이 실존하지 않기에 공저자들도 중국 고대사에 기초하여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그렇지만 단편적인 고려 전쟁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나마 확장되어 관련 도서를 읽을 때에는 더욱 이해와 인식의 폭이 넓혀지리라 예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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