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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내 나이에서 3으로 나누니 어느덧 오후 5시에 가까워오고 있다.누가 자신의 나이에서 3으로 나누면 하루어느 시간대인지 감을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나이라는 나이테는 쉼없이 달려 가고만 있기에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가 버린 시간대를 고요한 마음으로 되돌아 본다.가장 시간이 흐르지 않았던 때는 역시 부모의 슬하에 있었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고,직장생활,결혼,출산,육아,집장만,경제위기 등을 지나오면서 탱탱했던 마음의 근육도 순간 순간 물에 불린 콩껍질과 같이 쭈글쭈글해 간다.정령 내 나이는 인생의 정오를 이미 지나버렸지만 젊은이들의 인생의 시간대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나만의 삶의 목적이 내 마음을 요동치고 있기에 나는 이 시간대에 함몰되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긍정의 힘과 에너지를 불살라 가고 싶다.
오후 5시대의 내 인생은 오랜 시간 양조장에서 숨죽이고 살아 온 와인과 같이 내 삶의 깊은 맛과 향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 주고 싶다.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가정사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고 속병까지 있지만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으며 산책을 꾸준히 하면서 이 시간대가 내 인생에서 값진 교훈이고 경험이었노라고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을거야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고 있다.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이라도 먼저 인사를 나누면서 보다 적극적인 내가 되려고 노력한다.애완견을 데리고 짙게 드리워진 오솔길을 걷고 있는 아주머니의 동물사랑도 보기가 좋고 버스를 타려 허겁지겁 뛰다 하이힐이 삐걱하여 넘어진 아주머니를 일으켜 세워주는 젊은 청년의 모습도 보기가 좋다.예전에는 무관심으로 일색했던 내가 이제는 사람에 대해 보다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는가 싶을 정도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내가 어떻게 먼저 다가서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렬하기만 하다.
우리는 모두가 수직상승형의 사회구조에서 살고 있다.아마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싶다.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 당하기 쉽고,영악하고 기회를 잘 포착하는 사람은 신분적 상승,경제적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이것을 타자와 비교하려고 들면 몸과 마음은 더욱 초조와 불안감으로 황폐해져 가고 자신이 원하던 삶과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인생의 나이 오후 5시대를 향하고 있는 나는 돈과 물질은 좀 여유가 없어 풍족하지는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즐기면서 해 나가고 싶다.아직은 확실하게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삶의 후반부는 지금보다는 일도 즐겁고 삶의 질도 높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내 생활 가치관에 요행은 바라지 않기에 내 피와 땀의 결과치만은 받아 가면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누리고 싶다.
삶에 힘을 실어 주는 글과 생각,사진들로 아로 새겨진 이 글은 고단하게 살아 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을 위무해 주는 글 모음집이다.그리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리 낯설지도 않은 풍경들과 짤막짤막한 글들이 삶의 잠언(箴言)과 같고 시(詩)와도 같게 다가온다.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기점으로 죽음의 종국으로 치닫고 있다.죽음을 의식하여 죽음의 중력에 끌려 가는 삶이 아닌 보다 더 멋진 삶을 구가하면서 오래도록 삶의 방식에 머무르려는 강렬한 삶의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인생의 시간대가 새벽이든 정오든 초저녁이든 한밤중이든 자신의 마음자세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을 읽으면서 수미일관 느끼는 바이다.나를 위로해 주는 인생의 잠언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마음이 비상이라도 할 듯 깃털과 같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