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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엄벙덤벙 나이만 들어 가고 해 놓은 일이 없으니 자식들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생각하면 자괴감이 많이 든다.의학과 과학수준이 발달하여 수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니 이제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일보다는 산 정상에서 서서히 하산하는 노정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이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규율이며 순명이라는 생각마저 든다.영겁에 견주어 보면 인생은 찰나와 같다고 했는데 태어나면서 받은 축복을 값지고 의미있게 살아 가는 것만이 받은 축복에 대한 답례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 요즘 나의 심상이다.
'삶'이 어느 시대든 각박하고 치열했던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오늘날과 같이 돈과 물질에 찌들려 살아야만 하는 시대는 목을 조이는 것과 같이 답답함마저 들게 한다.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있어도 치고 올라오는 신진세대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어야 하고,구조조정이라는 옥쇄가 한참 일할 가장(家長)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니 언제 지치고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여유가 있을까.가늘고 길게 늘어진 외길을 느리게 걷기도 하고 뜀박질처럼 질주하기도 하기만 했지 햇빛 드는 베란다를 앞에 두고 가족이 오붓하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든지,몇 일만이라도 만사를 망각하려 어디론가 힐링 여행이라도 다녀 왔던가.지난 올 시간과 세월의 조각 조각을 커다란 프레임에 시간대별로 맞춰 놓고 마음으로 그때 그날을 돌이켜 보면 '영원히 그대로 멈춰 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라고 쓸쓸한 미소가 양입술을 꿈틀거리게 한다.생각해 보면 인생은 거꾸로 퇴행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니 봉두난발과 같은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아 즐겁고 행복된 날들을 그리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새삼 일어난다.
'별이 빛나는 밤'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미라작가의 이번 글은 내 어깨에 묵직한 납덩어리를 잠시나마 내려 놓아주고 있는 힐링이 듬뿍 담긴 글모음집이다.1990년대 자취하던 시절,회사 동료들과 회식이 끝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들려 오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음악은 하루 동안 회사일에 시달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쿠션 있는 소파에 눕혀 주는 역할을 했다.음악과 함께 사연까지 듣다 보면 밤하늘에 하얀 꽃가루와 같이 온 우주를 하얗게 수를 놓고 잠든 이들에게 살포시 내려 와 도닥도닥 위로를 해주기라도 하듯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하늘은 그렇게도 따뜻한 어머니 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삶의 편린들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와 같이 아름답고 정교하며 섬세한 글들이 지친 내마음을 녹여 준다.김미라작가는 방송 30여 년을 오직 외줄기로 뚜벅뚜벅 걸어온 방송계의 멋진 전령사가 아닌가 싶다.깊고 웅숭한 연륜과 경험이 고스란히 꾸밈없이 들여 오는 것 같다.젊은이들에게는 용기를 주고 나이 든 분들에게는 위로를 건네 주는 따뜻하고 담백한 글들이 거짓과 과장,몰염치와 부패로 얼룩진 세상이 맑고 고요한 명경지수의 상태로 변화되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정말 주옥과 같고 그대로 따라하고 싶은 글귀들이 너무나 많다.욕망,탐욕,거짓,기만,포장된 이중인격 등이 세찬 물살에 모두 씻겨 내려갔으면 한다.
세월이 갈수록 멀리해야 할 것들.
따뜻함 없는 인연,욕심으로 가득한 마음 창고,넘치는 감상,감당할 수 없는 열정,차가운 미소,과장하는 버릇,참견하려는 습관. -P40
또한 마음 사용설명서는 김미라작가만의 위트와 센스가 충일하기만 하다.고통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고,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할 것.사랑은 30년 만기 국채를 그리고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하고,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둘 것을 권함.이렇게 하려면 부족하고 또 부족한 나는 할 일이 많다.잊었던 친구를 다시 찾아 잘린 우정에 새순이 돋도록 내 마음의 진심을 변함없이 퍼주어야 할 것이고,내가 무관심했던 가족과 지인들의 아픔을 동정과 연민으로 위무하고,내일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 라는 심정으로 오늘을 열정과 성실로 살아 가노라 라고 각오를 해 본다.여린 존재에서는 내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세상에서 가장 인내심 깊은 어머니는 이제 한 분은 작고하고,한 분만 남으셨다.강한 것 같으면서도 세월과 함께 이제는 여리고 약해진 모습으로 계신다.잘 해 드리고 싶고 보답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은 심정이 오늘따라 두 눈가를 뜨겁게 적시운다.그중에 가종 소중한 삶의 덕목은 사랑의 법칙이 아닐까 한다.그 사람이 원할 때,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어라.사랑에 필요한 법칙은 이것뿐이다.사랑의 관계는 주고 받는 것이 최고이지만 줄 때는 받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멀리 있어 더욱 그립고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관계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사회라는 거친 바다에 진입한 청년들은 비록 세태가 교과서와 같은 규칙과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전철만 밟고 지나가기를 바란다.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기에 이리 저리 휩쓸리고 방황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덧 다른 사람 곁에 서 있다.자신의 삶다운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 삶의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한 발 한 발 딛고 우뚝 서려는 뚝심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청년기에 몸과 마음으로 축적한 경험들은 장.노년기에 이르러서 멋진 추억이 되고 행복의 거름이 되어 주리라 생각을 한다.나도 그렇게 하려고 마음은 굴뚝같다.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시간과 영혼,바람과 함께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