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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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작가는 이제 팬이 되어 버린 듯 익숙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 온다.둘도 없는 친한 친구에게 소곤소곤 넋두리를 들어 놓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공유하고픈 마음이 이야기 속에 주저리 주저리 담겨져 있다.활달하지는 않지만 테라스 한켠에 앉아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좋아하는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에 담겨져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그려 본다.혹시 요시모토 바나나작가는 그러한 존재는 아닐런지.몇 편의 작품을 읽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요시모토씨의 심성이 내 마음 속에 그려진다.

 

 이번에는 인터넷 시대가 꽃이라도 활짝 핀 듯 소재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도토리라는 의미의 동구리이다.언니 동코,여동생은 구리코로서 동과 구리가 합쳐져 동구리가 되는 셈이다.귀업고 올망졸망한 도토리 일러스트로 장식된 홈페이지는 센시 넘치는 동코 언니의 디자인 실력이 그대로 묻어 난다.깜찍하고 재치가 느껴져 블로그 상에서 친구맺자고 쇄도할 것 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그러면 도토리 자매가 나이가 있는 아가씨들로 홈페이지를 통해 친구들과 대화와 소통을 나누며 사랑과 연애,살아 온 이야기 등이 잔잔하게 펼쳐져 간다.언니는 활달한 편,여동생은 내성적이며 사색적인 편이다.

 

 언니가 조타실에서 키를 잡고 있으면 나는 뱃머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방향을 정하고,식자재를 비축하고 장비를 점검하는 그런 식이다. -P8

 

  도토리 자매는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에 치여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이모 댁에서 성장하다 다시 숙부집으로 들어 가기도 한다.이모댁,숙부댁 모두 도토리 자매에게는 더부살이였기에 기도 펴지 못하고 주눅이 든 채 살았던 어찌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철없던 어린시절 생선회를 운반하던 트럭을 보면서 생선회가 너무 먹고 싶었다는 생각과 부모님을 돌려 달라고 기원하던 도토리 자매가 대학을 마치고,한때 언니와 헤어져 살기도 했다.정신적으로 위태롭고 불안정한 시기에 이제 도토리 자매는 다시 하나가 되어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친척이 아무리 잘 해 주어도 부모의 따뜻하고 넓은 애정과 관심 만큼 값진 것은 없다는 생각도 잠깐 스쳐 지나갔다.규칙적이고 청결하고 생활하는 할아버지와의 생활도 도토리 자매에게는 삶의 귀중한 체험이 되었으리라.

 

 부모를 여의고 둘은 10년 이상 단둘이 여행을 못했다.매일 아침 불단(佛壇)에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치는 의식을 치루던 효성이 갸륵한 자매였다.이제 슬슬 마음의 환기도 필요하고 이성을 만나 미래를 설계하고 싶기도 한 도토리 자매는 외출 만큼은 교대로 하고,레스토랑 정도만 둘이서 가곤 했다.근교에 있는 온천 여행,오키나와 여행의 스케치를 보여 주기도 하고,(특이하게도) 삼계탕에 얽힌 이야기가 시선을 끌었다.일본에 와 있는 한국인 남자를 알게 되면서 한국 남자와 어디까지 갈 것인가도 흥미를 끌게 되었는데 결혼까지는 가지 못해 약간 아쉬운 감이 들었다.삼계탕에 들어 가는 재료,만드는 법이 마치 한국의 일반가정에서 와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요시모토 바나나작가는 혹 지한파가 아닐까 싶다.

 

 도토리 자매는 과년의 시기에 놓여 있는 가운데,불안정한 정신적 상태와 외로움을 홈페이지를 꾸려 모르는 사람,아는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을 이어 가면서,자신들의 영혼의 심지는 짓눌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자기 영혼의 심지를 갈고닦으면서 따뜻하게 살며시 품어,다시금 지위를 되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나에 대해서는 나밖에 없 수 없으니까.오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최선이라고 내 영혼이 소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P55

 

 남자나 여자나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정신적으로 제한과 구속이 따르게 마련이다.혼자 살 때에는 독단적으로 자유방임적으로 흐를 수 있겠지만,결혼은 혼자가 아닌 두 개의 성이 결합되어 길고도 먼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기에 삶의 귀중한 체험을 많이 해 보는 것이 먼 훗날 삶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삶은 경험이 누적될수록 살아 가는 방법과 방식을 지혜롭게 대처할 수가 있고,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고 융숭하게 해 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요시모토바나나작가의 색다른 소재를 통해서 사소하지만 따스한 정감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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