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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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인간은 엄마의 뱃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좋은 음식,좋은 생각과 감정을 태아에게 많이 전해 주면서 모성애라는 커다란 사랑의 씨앗을 심어 준다.열 달 간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난 태아는 이제 갓난아이로 세상의 빛을 한껏 받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자아관념이 미숙한 아이는 부모와 가까운 또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잘해 주는 것만이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요즘에는 사춘기가 일찍 찾아 오는 것 같다.각종 매체와 성교육에 대해 일찍부터 직.간접적인 교육을 받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그런데 과연 성(性)이라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이성과의 관계,접촉을 시도하고 있을까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정치민주화와 더불어 성에 대한 개방,교육도 자연스레 일선 학교 및 매체를 통해 실시되고는 있지만 성(性)문제를 드러내 놓고 대화를 나눈다든지,대로에서 대담한 스킨십과 같은 행위는 보수적인 한국인의 의식구조상 성(性)에 대한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행위 쯤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성 간의 사랑에 대해 언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보았을까.그러한 기억은 전무(全無)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이성을 알게 되는 시기,결혼을 앞둔 청춘의 시기에 이르러서야 이성을 알아가기 마련인데,남과 여의 생리,생각,사고방식,사랑법이 다르기 마련인데,사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표현 등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몰라 첫 만남부터 어색해지기 마련이다.외모,학벌,경제력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서 남.녀 간의 관계 밀도는 내적인 면보다는 화려하고 든든한 외적인 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외적연 면에서 부족하다 싶은 청춘들은 성형을 하고 경제적 자립도를 넓히면서 결혼 연령을 늦추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기성세대에게 배우지 못한 사랑법을 이제부터라도 사랑이 무엇인지,어떻게 하면 사랑이 오래도록 식지 않고 아랫목에 놓여 온기가 오래도록 남아 있는 밥그릇과 같겠는가.식구 중에 늦게 오는 사람이 있으면 식은 밥을 내놓지 않으려 엄마는 늘 아랫목에 밥그릇을 놓고 두터운 이불로 온기를 채워 주지 않았는가.그것이 진정 식지 않은 애정이고 사랑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숫기가 많이 않아서인지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를 못했다.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은 나를 외면하고,내가 내키지 않은 사람은 나를 은근히 좋아하기도 했다.그때는 이십대 후반이라 내 자신이 느긋해질래야 느긋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할머니를 비롯하여 부모님이 결혼을 해야 한다면서 안달복달하셨다.특히 할머니께는 참 죄송하기만 하다."언제 결혼할럐? 내가 증손자 한 번 보고 죽어야 원(怨)이 없을텐데"라고 하셨다.이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듯 결혼과 증손자를 보시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작고 하시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나,아내 모두 나이가 꽉 찼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식 준비에 들어 가고,식까지 올리는 데에는 두 달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때부터 나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했고,남편의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스스로 실천하고 책임을 져야 하게 되었다.결혼한지 어느 덧 20여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신혼초 설레던 육감적 감정과 생각은 많이 희미해져 가고,서로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인해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쳐가고 있다.말과 행동으로 사랑한다는 행위를 보여 주지 않아도,너무 많이 걸어온 탓인지 얼굴과 표정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피곤하고 힘들 때는 집안 일도 도맡아 해 주고,양쪽 어깨 안마 해주기,다리 주물러 주기,출퇴근 시간이 밀리는 시간대라 자동차로 회사까지 데려다 주면서 소소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심연으로 빠져 드는 육체적 관계보다는 배려,보살핌,관심 등으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편이다.

 

 나는 아내와 궁합이 완전히 맞는 편은 아니다.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나와 아내의 생각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결론적으로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서 없었던 것으로 종결된다.가난하지만 오붓하게 부부가 상을 마주하면서 행복을 나누던 시절은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다.어느 정도의 경제적과 노후문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부부간에 맞지 않은 부분을 맞춰 가고,나에게 없는 아내의 장점을 모방하고,아내는 내 장점을 취해 가면서 서로 살면서 마(魔)가 끼지 않았으면 한다.언젠가는 백발이 되고 자식들은 장성하여 따로 살게 마련이다.모두 떠나고 둘만 남게 되면 물 좋고 경치 좋은 전원(田園)으로 회귀하고 싶다.텃밭을 일구면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지나온 세월을 따뜻한 노변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처음 만났던 시절,설레임과 기쁨으로 가득했던 신혼초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포근하게 꽉 안아 주면서 애정이 식지 않도록 할 것이다.

 

 (초.중략)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 박남수.<새>중에서

 

 

 

 비단 부부 간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격렬한 육체적 사랑도 사랑이겠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여 못잊어 하는 사랑,진정으로 내 마음을 모두 보여 주고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기에 만나지 못해도 그리워하여 못잊어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랑은 인스턴트 사랑법보다는 훨씬 더 고귀하고 소중할 것이다.사랑을 하게 되면 도파민,세로토닌,옥시토신,테스토스테론,룰리베린,엔도르핀이 화학반응을 한다고 한다.사랑을 하면 낮았던 자존감도 상승작용할 것이다.나를 알아 주고 아껴주며 애정으로 감싸기에 든든하기 마련이다.남에게 받는 사랑보다는 남에게 주는 사랑이 훨씬 고귀할 것이고,내 자신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더욱 중요한 점은 사랑은 혼자서 행하는 행위가 아닌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 나가는 행위이다.사랑의 역사 속에는 슬픈 사연,행복한 사연,미적지근한 사연 등 다양하다.결국 사랑다운 사랑을 실천해 가면서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삶의 궁극점인 행복으로의 길을 지향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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