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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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산업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회 구성원간의 대화와 소통의 도구도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쉽고 빠른 즉석 문답의 형식을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실상이다.이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이다.문명의 발전은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병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IT산업의 발달은 과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가 라는 면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다.하루가 다르게 IT산업은 속도전쟁의 가속화를 낳고 있으며,관련 업계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무한경쟁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이렇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모든 분야에 걸쳐 인력관리가 당연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의해 관리.통제되어 가고 있는데,방대한 인력,방대한 각종 서류 등을 압축된 파일로 구성되어진 DB에 의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업무적으로는 매우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한병철저자에 의해 쓰여진 《투명 사회는 일견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슬로건처럼 보인다.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와 소득의 불균형 양상은 더욱 간격을 넓혀 가고 있으며,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간의 위화감도 커지고 있는 마당에 국가는 투명한 사회를 요구하면서 개인이 갖고 있는 신상을 털어 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우려와 불안이 교차된다.'투명'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말그대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더 이상 감출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할진대,투명한 사회가 과연 신뢰감을 조성해 나가는 사회를 일컫는 것일까.아니면 보다 정교하고 내밀하게 개인의 신상과 성향을 통합하고 분석해 나가려는 고도의 통제 사회로 가는 것일까.한병철저자는 이에 대해 사회사상적인 면에서 다양한 철학가의 사상과 주장을 인용하고 굴절되고 부조리한 현대사회의 단면의 정곡을 예리하게 적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빅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하여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선거전에 돌입한다고 한다.이것은 해당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유권자의 기초자료에 입각하여 당파별,후보자별에 대한 여론 형성과 조작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이를 통해 아전인수격의 정치 논리를 내세워 자당에게 유리하도록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이러한 데이터 베이스에 의한 유권자 성향이 네트워크화된 커뮤니케이션의 흐름 속에서는 정권과 정책 결정을 쥐고 있는 자의 획일화된 지침과 통제된 계획만을 낳는다는 우려가 앞선다.지금의 시대가 개인의 표현과 창의력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희안하게도 보수와 진보라는 흑과 백의 논리가 앞서고,주류 이데올로기마저 흐리멍텅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현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념과 사상은 몇 십년 전이나 다름없이 뚜렷한 변화가 없다.오히려 잘못되고 비판할 만한 정부의 정책과 이념마저 입 밖으로 표현하기가 껄끄럽기만 한 시대이다 보니,과연 신뢰사회,투명사회의 본질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보다 더 통제하고 순응적인 사람으로 만들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투명성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 인간을 만들어 내듯 투명성 속에는 개인의 인권과 재산권이 침해 당할 우려가 크다.돈과 물질,권력만 있다면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대개의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자유,커뮤니케이션은 거대한 네트워크의 시스템 속에서 매끄럽지 않게 튀는 존재를 찾아 낼 것이다.매끄럽지 않고 튀는 존재는 분명 기존 정치,경제의 흐름과 체제에 대한 불순한 세력으로 간주하여 보이지 않고,뉴스에서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통제와 감시로 돌변할 것이다.트위터,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비록 좋은 의미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오고 가지만 이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통제하는 마(魔)의 관리자가 있게 마련이다.1791년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감옥인 파놉티콘(Panopticon)이 투명 사회의 상징적 기제일지도 모른다.그래서 대다수 사회구성원은 좋든 싫든 현실적인 삶을 꾸려 가기 위해 극히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판토스:정념.충돌,정열 등 그때 그때 내외의 상황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받는 기분,정서를 나타냄).투명성을 강조하는 현시대에서는 인간의 자유를 극히 집중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겉으로는 강압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면이 강조되지만 이러한 자유스러운 면이 결국 개인의 사적인 면까지 들여다 보고 통합.분석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화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그러한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은 정치,경제 분야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신화화 내지 절대화라는 독재의 시대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투명 사회의 겉과 안은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똑바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규율사회의 현상으로서 벤담은 파놉티콘이라는 원형건물을 만들었는데,이 기능은 다분히 교화적인 면이 강하다.감옥,공장,정신병자 수용소,병원,학교가 바로 파놉티콘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이러한 감시.통제의 대상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자유를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내밀하게 개개인을 정밀하게 통제하려는 개인 신상털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정보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방편으로 개인의 내밀한 신상이 노출되고 통제.감시하는 관리자에 의해 추적과 감시.통제가 된다는 것이다.투명 사회가 안고 있는 허와 실의 내막을 제대로 알고 이에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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