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무신론자,불가지론자 등의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종교를 갖지 않고 신앙심이 없다든지,신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고 논하는 자 정도의 의미일 것인데,각종교가 본래 갖고 있는 고유의 교리와 교조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육체적,정신적 나약한 인간에게 구심점 및 든든한 의지가 되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대부분의 나라가 종교의 자유가 있어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찾아 신앙심을 기르고 다가올 내세를 든든하게 대비하려는 경우도 있다.종교가 없어도,신의 존재를 믿지 못해도 자신의 생활가치관을 굳건히 믿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의 경우에는 살아가면서 환란이 닥쳤을 때 정신적인 고통과 혼란을 느낄 것이다.특히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자각할 경우에는 돈과 물질,명예,권력보다는 그간 인간적인 면에서 주위와 불협화음을 이루고 인적자산인 인간관계를 크게 소홀히 했다면 살아 온 지난 시절을 크게 성찰하고 남게 될 유족들에게 회한의 심정을 토로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게 산 것도 아닌 나이이다보니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태어날 때는 기쁨과 축복을 받으며 세상의 빛을 받지만 죽음의 순간은 의식,기억도 없는 무의식의 명부의 세계로 누구나 가게 마련이다.태어나는 순간은 단초롭지만 죽음은 하나의 의식을 치뤄내야 하기에 유족들은 망자를 위해 경건함 속에서 장례를 치뤄야 하는 것이 의식상 대조가 된다.시간의 문제이겠지만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은 막연하게 두렵기만 할 것이다.삶의 과정이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야 하듯 죽음이라는 문제도 초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정신적.의식적인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그래서 죽음은 삶과 하나이다 라는 것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자신이 믿는 종교,신앙이 있다면 그 종교,교리에 순명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다.불교에서 말하는 '안심입명'의 경지에 이르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자,저널리스트,비평가,탁월한 논쟁가의 수식어가 붙는 고(故)크리스토퍼 히친스는 '100인의 지식인' 5위에도 오른 인물이다.그는 생전 실존적인 입장에서 신의 존재에 관한 도서를 여러 편 출간을 했으며,사회부조리,타락한 이념.사상의 문제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열띤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그중에 《논쟁》을 읽은 적이 있는데,의심스러운 것을 의심하는 깨우친 지식인이었다.또한 그의 방대한 지식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데,과거와 현재의 폭넓고 다양한 정치,문화 이슈들을 사랑,혐오,따스함,권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세상의 그늘에 드리워진 것들을 밖으로 들어내는 용기와 결단력,솔직함을 넘어 (그의 얘기 속에는)유머와 연민의 정까지도 함축되어 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2011년 12월 식도암으로 운명을 달리하기 직전 팔,손,손가락의 통증을 줄여준다는 주사를 맞은 직후에 삶의 단상을 성찰 형식으로 그려 내고 있다.비평가로서,논쟁가로서,학자로서,저널리스트로서 종횡무진하게 활동하던 히친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식도암이 찾아 오면서 그는 누구도 견뎌내기 힘든 35일 간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피를 너무 많이 뽑아 온몸이 시퍼렇게 멍자국으로 가득했던 히친스였지만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꼭 살아 돌아가 삶의 의지와 투지로 인해 살아 왔노라고 투병일지를 기록하겠다고 간절히 소망하기도 했다.또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생각이 든 그는 기독교 성경 구절 및 신의 존재,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즉 기독교의 신은 전지전능하다,신도들은 신의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필사적으로 필요로 한다 등이다.암투병을 하는 환자 및 그에 상응하는 중증 환자들에게 희미한 기억,의식이 붙어 있는 한 곁에서 병수발을 하는 보호자 및 병문안을 하는 지인들은 환자에게 최대한 평안과 미소,따스함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사랑과 감사,영생의 뜻도 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백 번 천 번을 들어도 싫지 않은 변치 않은 소중한 진실은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마태복음 16장 26절>일 것이다.요즘 건강 관련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어 건강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는데,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규칙적인 생활 습관,올바르고 균형잡힌 식습관,적절한 운동 등이 건강과 행복을 챙겨주지 않을까 한다.돈,권력,명예가 아무리 좋고 달콤해도 죽어지고 말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생전 비평의 시각으로 거침 없고 당당했던 크리스토퍼 히친스였지만 죽음을 자각하고 죽음의 경계에 선 순간,그는 자신이 못다한 말을 성찰하는 심경으로 죽음을 순명으로 받아들였다.이 도서는 그의 유작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 강한 긍정과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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