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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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소설을 꾸준히 읽어 오고 있다.지명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정도이고 추리,스릴러물도 언제부터인지 묘한 마력에 이끌려 읽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이 앞선다.추리소설의 경우에는 주로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위주가 되었던 것 같다.잔잔한 트릭과 반전의 묘미가 제법 흥미를 돋우웠던 셈이다.스릴러물 역시 작가에 따라 글의 소재와 구성이 상이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톡톡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력은 흡인력마저 안겨 주게 되어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각종 사건.사고는 의학과 기술 산업의 발달과 함께 소재도 그에 상응하는 것들이 많아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도 하는 반면,일본과 일본인의 의식 속에 오랜 세월 내재되어 오는 신화,역사,문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학습적인 효과,글의 구성,추리와 스릴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가 있어 일본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일천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나에게는 유익함이 배가 되어 준다.

 

 

 

 

 

 

 일본 난보쿠쵸시대에서 무로마치 시대에 걸쳐 시작된 전통 연극의 형태인 노가쿠(能樂)를 기본 소재로 다루고 노가쿠의 종가로 거듭나고 있는 한 집안의 비극사를 다루고 있는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은 노가쿠에 얽힌 사건과 사건의 전말을 집요하게 파고 드는 순수한 탐정 그리고 일본 나라현 요시노와 덴카와를 공간적 배경으로 스토리가 개연성과 긴장감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우치다야스오작가의 작품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살인사건 시리즈를 제법 많이 출간하고 있는 노작가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주로 일본 역사 안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건과 인물을 내세워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점에서 반향과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무로마치 시대 아시카가요시미츠(足利善滿)의 권장에 의해 간아미,제아미가 육성.발전시킨 노가쿠는 나라시대 중국 산악(散樂)에서 전해져 온 흉내,가무,곡예 등이 노가쿠라는 명칭으로 바뀌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현재 노가쿠는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어린시절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관람한다고 하는데,요근래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층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노가쿠는 표정이 거의 없는 가면을 착용하는데 주로 주연급인 '시테'만 착용하고 조연 이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착용하지 않는다.노가쿠의 가면인 멘(面)에 얽힌 사연과 죽음의 내막에는 어떠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탐정과 주변 인물들의 행각은 어떻게 흘러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이 글은 일본 지방도시의 영업소장 대리의 의문사로부터 시작된다.그런데 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신령스러운 방울이었다.이것은 덴카와 신사의 신체(神體)로서 어떻게 이 물건이 죽은 영업소장 대리의 손에 넘어 갔는지를 두고 르포라이터이면서 자칭 탐정인 아사미가 덴카와로 가고 그곳에서 노가쿠 종가로 있는 가즈노리와 우연히 조우하게 되지만 다음 날 그는 요시노 산자락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이를 두고 아사미는 종가의 죽음과 연루된 것으로 몰아 가면서 위기에 빠지게 된다.경찰측의 일방적인 억측과 강박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고 그의 친형이 형사국장으로 재직하고 있기에 쉽게 방면된다.한편 종가의 손녀인 히데미가 덴카와로 급파되어 할아버지의 비보를 듣게 되고,영업소장 대리의 딸 치하루마저 방울의 출처를 알기 위해 덴카와를 찾아 오면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런데 노가쿠 종가에는 기묘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히데미의 오빠 가즈다카는 히데미의 친오빠가 아닌 유복자로서 장차 노가쿠 종가를 계승할 자손으로 모두들 예상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탈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아메후라시 탈을 쓰고 열연을 하다 급살했다는 점이 심상치가 않고,영업소장 대리가 오사카 출장을 간다고 했다가 도쿄에서 독극물에 의해 죽었다는 점을 두고 탐정 아사미는 재빠르게 그의 학창시절 연인을 알아 내고 그녀의 행적을 수소문한다.또한 친자식이 아니면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원한과 증오의 세월을 살아온 히데미의 어머니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아사미는 개인의 전재산을 털어 노가쿠 학원을 운영하는 다카사키를 찾아 가는데 그는 "모든 것은 사라졌다"는 쪽지를 남기고 행방을 감추게 된다.아사미는 경험에 의한 직관에 의해 덴카와를 다시 찾는다.그런데 히데미의 이복 오빠 가즈다카의 친모인 나가하라가 덴카와 계곡에서 탈을 옆에 놓고 자살을 하고 만다.결국 미즈카미가의 종가인 가즈노리의 괴이한 죽음,종가를 이을 가즈다카의 노 무대에서의 죽음,그리고 그의 친모 나가하라의 죽음을 놓고 인과관계가 성립하고 미즈카미가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추리해 볼 수가 있었다.

 

 일본 전통 예능인 노가쿠와 그와 관련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가문의 비극적인 비극사를 잔잔하고 애잔하게 그리고 있는 우치다 야스오작가는 노가쿠에 대해 전문가적인 소양은 없었지만 이 작품의 구상을 위해 나라현 요시노 마을과 노가쿠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열심히 쫓아 다녔다고 한다.또한 가즈다카와 같이 활동중인 전통 예능인을 모델로 하여 이 작품을 써내려 갔는데 탈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로 삼은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일본 전통 예능인 노가쿠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무엇보다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우치다 야스오작가의 '전설 살인사건'시리즈가 이 작품 이외에도 이미 출간되었기에 기회가 닿으면 꼭 읽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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