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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평점 :
'신은 죽었다'로 널리 알려진 니체 철학의 사상을 살펴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나이가 들고 세상의 이치의 틈새를 조금씩 간파하게 되면서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회의심을 갖고 있어 신에 대한 존재는 크게 와닿지를 않는다.다만 내가 살아 가는 동안에 생명,자유,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리면서 후회없는 생이 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문구가 19세기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실존주의 철학자로 자리매김 되면서 그의 사상과 대치를 보여 주었던 헤겔과 칸트의 사상이 있는가 하면 비트겐슈타인,데리다,하이데거 및 현대 철학자들의 영감의 원천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니체에 대한 지식과 인식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연암서가/로버트 솔로몬저/문학으로의 삶을 통해 다소나마 그의 문학적 삶을 이해하기도 했다.니체가 세계를 문학 텍스트로,인간을 작품 속의 인물로,또 과학과 지식을 작품의 해석으로서 이해했다는 점이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 속에 그 자신을 등장인물로 재창조함으로써 그는 소크라테스이면서 동시에 플라톤의 역할까지 수행했다고 네하마스는 결론을 짓고 있다.나아가 도덕적 상대주의나 과학적 사실주의와 같은 현대 철학의 흥미로운 문제들을 제재로 다루기도 했던 분이 니체이다.
이번에는 고병권저자와 함께 니체의 언더그라운드의 삶의 궤적을 살펴 보게 되었다.고병권저자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는 한 낱말에 '필(feel)이 꽂히면서 니체의 <서광>을 면밀히 연구하고 분석하여 통합해 놓은 것이 이 도서이다.모든 근거들이 몰락하는 곳,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이라고 의미를 두고 있다.언더그라운드 개념을 바탕으로 '마르크스'를 공부하고 있는 고병권저자의 향후 연구 성과물이 기대가 된다.니체의 실존철학이 후일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톨스토이의 문학작품의 구상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기에 철학사상,이데올로기.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내밀한 사상 등을 이해하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고병권저자가 <서광>서문에서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그는 뚫고 들어가고,파내며,밑을 파고 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는데,6개의 챕터로 나뉘어 언더그라운드의 실체를 분석하고 있다.지하에서 작업,수치스러움의 기원,도덕의 상대주의,위험한 것에 대한 탈주 그리고 도래,배우의 철학을 통한 자아,침묵에서 서서히 그리고 끝까지 전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즉 저자는 니체의 방법론,심리학,사회학과 정치학,예술론,철학 등의 주제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이 객관적인 해석보다는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인 해석이 가미되어서인지 다소 어렵게 받아 들여진 게 솔직한 감상이다.어찌되었든 니체는 철학 활동에서 '철학하기'의 의미와 가치를 따져 묻는 것이 요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니체의 텍스트가 아포리즘 형식으로 씌어져 있으며 레고 블록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하나의 아포리즘 조각을 집어들 때 이음매가 잘 맞는 것,훌륭한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것 등을 찾아내고,찾을 수가 없을 때에는 <서광>이외의 작품을 통해 찾는다든지 아니면 니체 생애 전반을 통해 유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어찌되었든 레고 블록과 같이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합체되어 그의 사상의 면모를 이해하고 분석해 낼 수 있었던 점에서 저자는 커다란 특템을 했다는 생각도 해본다.
"당시에 나는 아무도 할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했다.나는 기피은 곳으로 내려갔고,바닥에 구멍을 뚫었으며,우리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신봉해온 낡은 신념을 조사하고 파고들기 시작했다.철학자들은 이 신념이 가장 확실한 지반인 것처럼 그 위에 [철학을] 세우곤 했다.그러나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건축물은 거듭 붕괴되었다.나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P34 <서광> 중에서
니체는 세계에 대한 불행한 해석의 요체는 '해석된 세계'가 아닌 '세계에 대한 불행한 해석'이라고 탄식하고 잇다.세계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세계로부터 도피하고,현실에 개입하면서 현실을 경멸하게 하는 해석 이를테면 선과 악,원한과 복수,죄와 벌,양심의 가책 등으로 이루어진 병적 세계관이라고 보았다.실존하는 존재가 자신의 삶을 학대하는 것은 질병이고 불행이라고 했던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풍습과 법,종교를 바라보고 해석해 본다면 니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가게 된다.니체는 철학의 정신을 금욕주의 외투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도 했다.
현대인들은 물질의 풍요,다양한 정보,불특정 다수와 계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않으려 도덕적 가면을 쓴 채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이러한 고독 아닌 고독 속에서 미적인 가치를 발견하고,기꺼이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이도 있을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도덕의 위선적 가면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고독'속에서 가장 악할 것이고 또한 가장 탁월하고 아름답게 악할 것이다 라고 니체는 말했다.고독은 하나의 '떠남'이지만 달리 보면 다른 방식의 '회귀'일 수도 있다.이 점이 복잡다기한 현대를 살아가는 일개 구성원으로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분석.통합한 니체의 <서광>을 읽다 보니 난해한 점도 많지만 스스로의 삶과 대비해 보고 실존적인 차원에서 도덕,법,풍습,자아,물신주의,동정 등을 누구의 간섭도 없는 깊고 어두운 심연에서 생각하고 사유해 나간다면 니체의 고뇌와 사유의 결정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사회의 두터운 가면의 실체를 벗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