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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의 흐름은 진보적이어 앞으로 나갈 줄만 알았지 뒤로 물러서지를 않는다.특히 도시화,산업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도.농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공동체 생활이 붕괴된 지 꽤 오래 되었다.네모 상자와 같은 아파트 문화가 시대의 사조로 떠오르면서 기회주의자들에 의한 투기와 물질숭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이웃과의 교류,대화,소통은 거의 없다시피하면서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다.가끔은 사람이 그리워지고 옛친구를 만나 회포도 풀고 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일본도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의식구조가 예전같지 않지만 한국과는 달리 부모의 가계를 이어가는 습속과 인식이 강한 편이다.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 어느 정도 경제적 수입과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될 무렵이면 부모는 이제 늙어 하던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부모와 자식이 암묵적인 합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식이 가업을 물려 받을 수 있는가를 찬찬히 지켜 본 뒤에 의향을 물어 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부모의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겠지만 가문을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부모의 손때가 묻은 가게,사업을 이어 더욱 번성시켜 가문의 영광을 한차원 높여 나가면서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으면서 달콤한 행복감을 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쓰가루 지방은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 서남부에 자리잡고 있다.수려한 하코다산,이와키산을 비롯하여 벚꽃축제와 사과재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쓰가루 지방 히로사키시에서 100여 년간을 내리 모밀국수장사를 하고 있는 오모리 집안 4대 종손인 오모리 요이치와 동향출신으로 사과밭을 재배하는 쓰쓰이 나나미가 고향을 떠나 객지인 도쿄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 가면서 풋풋한 사랑과 인연의 끈을 이어 나간다.광고회사를 잠깐 다니다 현재는 풍선 아트 일을 하고 있는 오모리 요이치,그리고 장래 사진작가가 꿈인 쓰쓰이 나나미는 서로 성격이 정반대이다.차분하고 꼼꼼하며 내성적인 오모리 요이치와 풋풋하고 발랄하며 약간의 내숭을 떠는 쓰쓰이 나나미는 복작대는 도쿄 거리에서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한편 오모리 요이치의 증조부인 오모리 겐지는 메이지시대 쓰가루 식당을 개업하고 모밀국수 국물재료 행상을 하던 증조모였던 오모리 도요를 만나던 시절이 까마득한 시절과 같이 시간과 공간적 배경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그뒤로 할아버지는 가업을 잇지 않고 아버지가 잇게 되는데 아버지는 오모리 요이치가 가업을 잇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하에 지켜 보기로 한다.그런데 오토바이 배달 중에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골든위크(어린이날을 전후하여 치르는 일본의 휴일)고향을 찾아 간다.고향 히로사키에 남아 있던 고교시절의 친구들을 만나고 혼기에 찬 요이치는 자연스레 나나미를 그리워하면서 쓰가루 식당에서 일할 의중을 떠본다.나나미 집안은 시골로 되돌아 오는 것을 반대를 하지만 나나미가 요이치의 옛친구,부모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된다.그러면서 아키오작가는 히로사키의 명물인 히로사키성(城)과 분분히 흩날리며 화려한 색채로 관광객을 끄는 벚꽃 축제(밤 벚꽃 축제,나무배 타기 등)가 끝나면 바로 사과꽃이 피어가는 쓰가루의 풍광과 정취를 서정적으로 그려 주고 있다.
오모리 요이치는 고교시절 쓰가루 식당을 일본 최고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현실로 다가왔다.차분하고 꼼꼼한 요이치와 상냥하고 발랄한 나나미가 행복한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봄날 벚 꽃잎이 머리 위에 날아와 두 사람의 인생에 행복을 오래도록 안겨줄 것이다.모밀국수 레시피(P198 하단)와 사과나무 열매 솎기(P243 중반부) 과정을 잘 소개하고 있다.아버지께서 복숭아,사과밭을 일구던 시절이 있었고 직접 어린 복숭아 열매,어린 사과열매를 솎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리운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되어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사람의 향기가 새록새록 돋아나고 사랑과 인연의 끈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