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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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역사,금서,책의 정신 등 책에 얽힌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러한 도서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인간은 생각과 사유의 동물이다'라는 것이다.순수한 학문적 성격도 있고 정치,종교를 비판하는 사회적 성격의 도서도 있다.봉건시대까지는 교황,황권,영주들에 의해 통치되던 시절이었기에 통치권자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도서들은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산업화,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가 더욱 가치를 띠면서 책을 만드는 저자 및 작가들의 움직임은 활발해져 왔다고 생각한다.지난 날 수많은 도서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국가의 통치권자에 의해 분서가 되고 작가는 행동의 자유가 없었을 정도의 암흑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물론 현대사회에서도 주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고,체제와 이념에 따라 출판 검열 및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책이 자연과 인간에 의해 사라져 갔지만,그중에서 0.1퍼센트만이라도 살아남으면,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개혁과 재생이 가능했다.어렵사리 지켜 낸 종자씨처럼 살아남은 0.1퍼센트의 고대 그리스의 책이 있었기에 오늘날 현대 정신은 여기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P18

 

 사람은 어느 환경에서 자라났느냐에 따라 삶의 정신이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한다.유년시절 부모와 함께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견한 지하 도서관의 기억이 성년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이나 진리가 관심대상으로 바뀌면서 세계 각지의 도서관을 탐방하고 있는 김미라작가의 이 글은 기존의 도서와는 다르게 간결하고 임팩트한 인용구와 현지의 생생한 장면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그것은 작가의 왕성한 독서이력과 풍부한 감성 및 통찰의 힘이 가미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다듬고 정리해 나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진지가 몇 년 흘렀다.며칠 밥을 굶은 사람처럼 닥치는데로 허겁지겁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의 양식과 생각의 힘을 그자리이고 남는 것은 공허와 그릇된 욕망에 불과했다는 자성을 요근래 많이 해 본다.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밥알을 꼭꼭 씹으면서 천천히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책을 읽는 속도와 자세도 이와 비슷하게 해야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사실 책 욕심이 많았던 점과 그때 그때 나의 시선과 욕망을 채워줄 도서들의 유혹(?)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어찌되었든 개인의 시간이 허락하는 한 쉼없이 책과 함께 지내 온 시간은 고귀하고 성스러울 뿐이다.읽고 싶어도 읽을 여력과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엔 내 영혼도 점점 고목과 같은 존재가 되버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책은 죽일 수 없다.책은 탄생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다.일단,'병이 깨지면' 생명의 숨결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목소리가 도망쳐 험난한 길을 간다.그리고 정신은 늘 부딪치고 변형되고 축제를 벌인다." -P23 나디아 타지 -

 

 책을 읽다 보면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면서 꾸벅꾸벅 졸리는 시간대가 있다.식사를 하고 바로 책을 읽는 경우인데 식사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신경이 마취에 걸린듯 이완되면서 나른해지는 것이다.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편이기에 졸음이 가시게 되면 바로 직전 읽은 뒤부터 바로 읽어 내려 간다.졸리기 전까지 읽었던 내용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가 된 상태 이를테면 문학의 경우 등장인물,사건과 전개 상황 등을 감지하고,인문학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윤곽을 정해 놓고 현시대상황과 개인의 존재감 등을 대입시켜 놓고,경제.경영분야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의 계기로 삼는다.역사 및 예술분야의 경우는 비록 자료와 삽화를 중심으로 삼되 약간의 상상력과 심미안을 가미하려고 하는 편이다.이렇게 개인적인 독서성향을 정해 놓고 책읽기에 몰입하는 편이다.

 

  하루에 86,000권 가량의 간행물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업계 및 시시각각 전해져 오는 각종 정보,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가운데 챙겨야 할 것도 부지기수이다.이제 어느 정도 읽어 왔으니 '꼭 삶에 필요하고 자양분이 될 만한 교양서적 위주로 가자'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허기지고 굶주린 사람마냥 무분별하게 뇌와 마음 속에 쑤셔 넣었다가는 정신착란증이 올지도 모른다.무엇을 읽었으며 내용은 무엇이며 내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나는 무엇을 터득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력과 학습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불어난 황하의 홍수의 물살과 같이 거침없이 출간되는 도서들은 자칫 잘못하면 인간을 책을 소유하는 현상이 아닌 책이 인간을 소유해 버리는 지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해 본다.책이 아무리 좋고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일지라도 책도 자신의 코드에 맞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뇌와 정신상태가 포화에 이른 경우를 두고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P125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의 사연이 깃들여 있는 곳)

 

 

 도서수집가의 얘기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고즈넉하면서 주황색 전구빛이 실내를 감싸는 좁은 공간에 빽빽이 쌓여 있는 고서점의 풍경은 고서의 진가와 의미를 아는 자들의 단골지점일 것이다.내게는 고서점에 추억은 많지 않다.1990년대 중반 청계천이 복원공사 이전의 동대문시장의 골목과 청계천 주변이 고서점 거리였는데 잠깐 눈요기만 했을 뿐 진귀한 도서를 고르는 수고와 재미를 느껴보지를 못해 내내 안타깝기만 하다.책의 역사가 오래되고 고서점이 많은 서구유럽 중에 프랑스 파리는 고서점가로 유명한 것 같다.어떤 사물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며 숭배해 온 것인 패티시를 비롯하여 순결한 책과 헌책,초판과 절판,유일본,서점 밖 떨이 장사,헌책방의 보이지 않은 책도둑,휴머니즘의 성지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사라져서 전해져 오고 편지에만 남은 서점 등을 다채롭게 취재하여 전해주고 있다.인상적인 부분은 책이 탐이 나서 책을 훔친 책도둑은 엄연히 범법행위라는 것,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오랜 역사와 함께 다양한 작가들이 머물렀던 추억 깊은 장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에서는 가장 일찍 일어나는 새가 가장 많은 벌레를 잡는다.하지만 도서 수집의 세계에서는 벌레를 보았을 때 그것이 벌레인 줄 알아채는 새가 모든 걸 차지한다." -P205 마이클 새들러

 

 이제 도서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책은 필요한 사람에게 아니 불특정 다수를 향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양상과 출판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과연 독서의 본래 목적인 교양의 함양과 진리탐구로 가는 길일까 라는 의구와 우려가 짙다.우후죽순격의 출판업계를 탓할 마음은 없지만 이왕 책을 만들 바에는 책의 생명이 오래가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감과 교훈,영감의 원천과 환상,활력,욕망을 채워 주는 존재물이 되어 주기를 바래본다.그리고 나도 주로 집안,전철,쉼터 등에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가끔은 역사가 깊고 고색창연하고 미로와 같은 고서점 안을 즐기면서 절판,유일본과 같은 도서를 낚아 채는데 명수가 되어 보고 싶다.

 

 "오래된 책은 이 세상이 젊었을 때의 이야기이다.새로운 책들은 나이 든 세계의 열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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