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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밤의 무대는 화려하기도 하고 뒷골목마냥 음습한 분위기도 연상된다.밤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행성 계층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술 접대를 하는 요정과 룸싸롱이 있을 테고 조폭들이 아지트를 만들어 영역과 세를 궁리하는 시간적 배경이 있을 것이다.밤에 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들은 5분 대기조가 되어 현장에 급파되면서 사건.사고 현장은 요란하게 사이렌 소리를 울려 대기도 한다.밤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조직폭력배들의 이권과 영역다툼을 둘러싼 스릴러물은 많이 읽어 보지를 못했다.그러다 보니 조폭들의 세계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 많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의 야쿠자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 등을 알고 있고,한국에서는 지방과 지역에 따른 00파가 나뉘어져 파벌싸움이 일어나게 된다.조폭들의 세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영역과 세를 넓혀 나가면서 이권에 깊게 개입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권과 관련하여 정치계 등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이권을 나누면서 그들의 비호를 받아 가고 있다.이권과 관련하여 조폭들이 난동을 부리고 살인사건을 저지르면서 수사측에서 일망타진을 하다 보면 으례 힘과 권력계층의 비호를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관례였다는 것이 언론매체를 통해 또는 지상을 통해 알게 된 바이다.특히 일본의 야쿠자 조직은 일본 정치거물 및 연예계와 두터운 교분과 의리를 나누었던 과거가 있다.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중반 미국의 뒷골목의 무대를 비롯하여 중미의 쿠바에 이르는 방대한 공간을 배경 삼아 조폭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글은 수미일관 언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서게 한다.짧막짧막한 대화와 빠르게 전개되는 글의 구성이 단연 압권이면서 시대를 3부로 나뉘어 미국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경제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주고 있어 지난 역사의 물갈래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미국의 금주법(禁酒法)이 1926년 시행되고 1933년 루스벨트가 해주령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술과 담배와 같은 기호(嗜好)식품은 쉽게 끊지를 못하는 금단현상이 있기에 술을 금하는 법령이 내려지더라도 밀주주조를 해서라도 암암리에 유통되는 법이다.금주법의 시행이 내려지던 해,주인공 조와 에마가 만나면서 사건.사고가 터진다.주인공 조는 경찰간부의 자녀로서 조폭세계에 발을 들어놓지 않아도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과 후광의 덕을 톡톡히 볼 텐데 조는 십대 후반에 밀주와 뒷골목의 영역다툼의 와중에 놓이면서 경관을 살해하여 그 댓가로 철창신세를 지기도 한다.
보스턴의 부두 하역장을 비롯하여 쿠바의 하바나에 이르는 길고도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목졸라 죽이기,총격전 등이 간간히 일어나고,이보르의 시가(담배)공장에서의 이권다툼이 약간은 고전적 스릴러의 감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조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시계로 인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벗겨 나가게 되고,처음 사귀었던 에마의 행방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그라시엘라와 하나가 되어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조는 현실에서는 그라시엘라와 함께 살지만 마음 속에는 에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틋하기만 하다.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난 조는 방탕아의 기질이 농후하면서 술과 마약,도박 등의 이권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젊은 시절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된다.또한 경제공황에 놓여 있던 1920년대 후반에서 미국 뉴딜정책이 발효되던 1930년대 초반의 미국 사회,경제 상황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도 특색이라고 할 수가 있다.금주령이 내려지던 시절 밀주를 통해 이권을 챙기고 경쟁조폭들과의 한판 싸움,그리고 주인공 조가 사랑했던 에마와 현재의 마누라 그라시엘라의 사연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허구적이지만 사실에 가까울 만큼 스릴감과 인간이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가를 새삼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