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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케어
구사카베 요 지음, 현정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노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이 현상은 과학과 의학수준이 발달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이다.특히 서구선진국일수록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늘어 나면서 각종 사회적 현상과 제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령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노령화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떠나 노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찾아 오는 각종 증상과 질병들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거꾸로 노령화는 지속되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 현상은 국가의 경제부양과 관련하여 간과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구사카베 요가 쓴 A케어의 원서(原書)
생소한 용어이지만 일본에서는 '폐용신(廢用身)'이라는 용어가 우루시하라다다시(漆原糾)에 의해 만들어졌다.A라는 단어는 절단이라는 엠플리테이션(Amplitation)의 첫자인 A를 따고 케어는 데이케어에서 따왔다.노인들의 퇴행성 질병인 알츠하이머(Alzheimer)와 뇌경색 등에 의한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고 불필요한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를 일컫는데,폐용신은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앉기도 걷기도 힘들고 괴저,괴사,욕창과 같은 증상으로 신체의 일부가 심하게 썩어 가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생명의 위협까지 발생하는 경우 보호자 및 환자의 동의하에 팔과 다리의 일부를 절단하게 된다.이러한 수술을 처음 시도하게 된 사람이 우루시하라다다시였다.
1999년 일본 고베시의 이진자카 클리닉으로 개원을 하게 된 우루시하라다다시는 뇌경색,뇌혈전과 같은 불수환자들을 대상으로 다리,팔 등을 절단하여 신체의 중량을 감소시키면서 욕창,괴저,괴사와 같은 환부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우루시하라다다시는 정직하고 고지식하며 환자들에게 정성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의사였지만 '폐용신'의 명목하에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이 일본 사회에 알려지면서 거센 항의와 질시를 받게 되었다.그는 언론 등의 거센 항의와 음모에 의해 결국 철로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의 부인마저 다가오는 전철로 뛰어 들어 생을 마감하고 만다.팔과 다리가 마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자 및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어떻게 절단할 수 있겠는가.우루시하라의 팔,다리 절단 소식은 일본 사회를 경악케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처사는 비인도적이고 상업적인 메커니즘에 기인한 것으로 폄하되고 말았다.다행히 구사카베 요작가는 우루시하라의 생전 활동과 그가 남긴 유고(遺稿)를 바탕으로 최대한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팔,다리 절단에 대한 생각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를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이진자카 클리닉에 내원한 치매성 및 뇌경색 보호자 및 환자들에게 A케어의 중요성 및 간이 지능 검사를 비롯하여 A케어의 중요성을 설명하여 팔과 다리 절단을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전적인 동의에 의해 수술에 들어 갔다.수술을 하고 나면 절단 부위를 불편하지 않게 끼울 수 있는 의수와 의족을 만들고 휠체어로 보행케 한다.수술을 받은 환자는 대부분 이전에 욕창과 같은 짓무름 등의 증상에 의해 고통이 컸지만 몸무게도 줄고 일상도 예전과 몰라볼 만큼 좋아졌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우루시하라는 13명의 치매환자,뇌경색 환자에게 절단 수술을 했는데 모두가 환자 및 보호자의 동의를 얻은 이후 신중하게 수술에 들어 갔던 것으로 보여진다.A케어에 대한 두려움과 좋지 않은 시선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 갔고 그의 부인마저 생을 마감케 했던 것이다.사실 작고한 선친도 당뇨병이 오래 되면서 한쪽 다리가 썩어 들어 가면서 주치의가 보호자인 식구들에게 생명의 위협과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다리 절단을 권유했던 경험이 있다.아버지 본인에게는 안되었지만 혈류가 원활하지 않고 세균감염에 의해 환부가 심각해진다면 절단을 해서라도 남은 생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라는 판단에 의해 다리 절단에 동의했었다.다만 수술후 환부가 봉합되고 귀가하여 얼마 못 가서 생을 마감하셨다.
치매환자,뇌경색 환자들이 가족들에게 당하는 학대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건강하고 경제력이 있을 때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건만 늙어 치매에 걸리고 뇌신경이 마비되는 등 신체부자유가 오자 가족들은 현재의 상황만 생각하고 환자를 내치곤 만다.신체적 학대,정서적 심리적 학대,성적 학대,경제적 학대,방임에 의한 학대 등 비인간적인 처사로 가득차 있다.모두 심신이 허약하고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말 못하는 짐승,사물을 대하듯 경악할 정도의 학대는 읽는 내내 비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A케어를 적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절단하는 것은 폐용신일 것,본인의 명확한 희망이 있을 것,ADL(일상생활동작)의 개선,혹은 간호의 경감이 기대될 것,QOL(생활의 질)의 향상이 기대될 것,생명에 위험이 없을 것 -P152
극단적인 예이지만 뇌경색 환자에게 가족들이 대하는 처사가 너무 경악스럽게 느껴지는데 한 환자가 남긴 테이프의 내용을 들어 보자.
"한겨울에 나를 발가벗겨 밖으로 내던지고,물을 끼얹었다.못과 망치를 가지고 와서 귀에 대못을 들이댔다.기저귀 사용에 실패했을 때는 머리에 등유를 끼얹었다.유키오가 일회용 라이터를 가지고 아서 불을 붙여 버릴까 하고 말했다.아쓰코는 웃으며 보고 있었다.그때 느낀 공포를 떠올리면 지금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P324
A케어를 받고 난 환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즉 A케어에 의한 상황 개선은 물리적으로 몸이 가벼워지고,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간호자에게 스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폐용신에 대한 한탄이 사라졌으며,폐용신의 아픔이나 쑤심,저린 느낌,나른함 등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아울러 폐용신을 안고 있는 치매환자,뇌경색 환자를 간호하는 이들도 체중이 감소된 환자들을 보살피는 면에서 심적 부담이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아울러 일본에서는 2000년 4월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해 간호호험제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A케어를 읽으면서 우루시하라는 간이 지능검사를 비롯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데이케어와 데이서비스,폐용신의 절단과 생활의 질,일상생활 동작 등에 대한 것을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설명을 거친 후 환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폐용신의 절단 수술에 들어 간 것으로 보여진다.다만 악의에 찬 일부 언론의 보도와 짜고 치는식의 방영이 폐용신 절단의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낳게 되면서 우루시하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중과부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아무리 좋은 취지,좋은 목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고 행위를 했어도 불특정 다수를 가장하여 악의에 찬 공갈 협박은 당해낼 수 없었으리라.이와 관련하여 한국에서의 폐용신 절단에 대한 규정은 어떠할지 알아 보고자 한다.우루시하라의 명예와 진실을 정확하게 알리려 했던 구사카베 요작가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는 전율과 공포,악의와 분노,명예회복과 진실 등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